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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빛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光사태' 나노입자 세계 최초 개발


화학연 서영덕 박사, 광사태 나노입자 합성 논문 네이처 표지 장식

2021년 1월14일자 네이처 표지. 광사태 나노입자로부터의 거대 비선형 광학 반응. Giant Nonlinear Optical Responses from Photon-Avalanching Nanoparticles)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2021년 1월14일자 네이처 표지. 광사태 나노입자로부터의 거대 비선형 광학 반응. Giant Nonlinear Optical Responses from Photon-Avalanching Nanoparticles)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일반적으로 물질은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일부는 열 에너지로 소모하고 나머지를 처음 흡수한 빛보다 작은 에너지로 방출한다. 하지만 일부 원소에서는 흡수한 빛보다 더 큰 에너지의 빛을 방출하는 '상향변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작은 에너지의 광자 두 개가 합쳐져 큰 에너지의 광자 하나로, 파장이 긴 빛이 파장이 짧은 빛으로 바뀌어 출력되는 현상이다. 근적외선을 흡수한 물질이 가시광선을 방출하면 눈으로 관찰할 수 없던 영역을 볼 수 있게 되고, 큰 에너지로 인한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 연약한 물질들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상향변환 나노물질은 광변환 효율이 1% 이하로 매우 낮아서 이론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광변환 효율이 1%라는 것은 흡수한 빛 알갱이(광자)의 1%만 큰 에너지의 빛으로 증폭된다는 뜻이다.

한국화학연구원 서영덕, 남상환 박사 연구팀은 나노 물질에 작은 빛 에너지를 쏘여주면 물질 내에서 빛의 연쇄증폭반응이 일어나 더 큰 빛 에너지를 대량 방출하는 ‘나노입자 광사태 현상(Photon Avalanche)’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14일 발표했다.

한국과 미국, 폴란드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14일자 네이처紙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제목 :광사태 나노입자로부터의 거대 비선형 광학 반응. Giant Nonlinear Optical Responses from Photon-Avalanching Nanoparticles)

광사태 나노입자라는 이름은 연구팀이 새롭게 붙인 것이다. 연구팀은 광학적 연쇄증폭반응을 일으키는 나노입자가, 마치 빛이 눈사태를 일으키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빛 알갱이가 하나 둘씩 증폭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상을 빗댔다.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발견한 이 나노입자는 ‘툴륨(Tm)’이라는 원소를 특정한 원자격자 구조(코어-쉘 구조)로 합성한 것으로 광변환효율이 40%에 이르는 획기적인 '상향변환 나노물질(UCNP, UpConversion Nano Particle)'이다. 기존보다 광변환효율을 40배나 높인 것이다.

서영덕 박사는 "광자 두 개가 하나로 합쳐져 더 큰 에너지의 빛을 만들어내는 원리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달성 가능한 최고 광변환효율은 50%"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광사태 나노입자에 레이저 포인터 수준의 약한 세기의 빛만 쪼여줘도 매우 강한 세기의 빛을 방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현상의 발견을 통해, 빛으로 보기 힘든 매우 작은 25nm 크기의 물질을 높은 해상도로 관측하는 데 성공하고 그 결과를 논문에 실었다. (가시광선 파장보다 작은 물질(400나노미터 이하)을 고해상도로 촬영하는 나노스코피 이미징은 201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분야다. 이번 연구는 더욱 간단하게 초고해상도 나노스코피 이미징을 구현한 결과다.)

높은 효율로 빛의 상향변환을 일으키는 '광사태 나노입자'는 바이러스 진단 등 바이오·의료 분야, 자율주행자동차 등 첨단 IoT 분야, 태양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작은 에너지의 적외선을 광원으로 사용하면 측정하고자 하는 시료를 제외한 이물질에 빛이 잘 도달하지 않아 노이즈가 적으며, 작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료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특히 이 기술을 태양전지에 응용하면 빛을 흡수할 수 있는 파장대를 넓혀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화학연은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을 보유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실리콘에 비해 저렴하지만 빛을 흡수할 수 있는 파장대가 좁아 광전효율에 있어서 실리콘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영덕 박사는 "너무나도 당연히 화학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과 함께, 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응용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며 "임신진단키트 형태의 바이러스 진단 키트 등 체외진단용 바이오메디컬 기술, 레이저 수술 장비 및 내시경 등 광센서 응용기술, 항암 치료와 피부 미용 등에 쓰이는 체내 삽입용 마이크로 레이저 기술 등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의 공동교신저자인 서영덕 박사와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제임스 셕 교수는 최근 세계적인 권위의 고든컨퍼런스에서 상향변환 나노입자 분야의 컨퍼런스를 처음으로 창립하고, 올해 6월 하순에 미국에서 첫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 방문연구 당시 서영덕 박사와 James Schuck 교수 사진 [화학연]
미국 방문연구 당시 서영덕 박사와 James Schuck 교수 사진 [화학연]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강소형 연구과제, 한국연구재단 글로벌연구실(GRL) 지원사업, 산업자원부 산업기술혁신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다.

-공동 교신저자: 화학연 서영덕 책임연구원(GRL의 한국측 책임자), 미국 컬럼비아대학 P. James Schuck 교수 (GRL의 미국측 책임자) 등 - 단독 제1저자: 이창환 미국 컬럼비아대학 박사과정생 (2020년 5월~8월 한국화학연구원 방문연구생) - 공저자: 화학연 남상환 책임연구원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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