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묵묵히 일상을 사는 우리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많은 공연들이 멈췄다. 정부가 지난 6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발표하면서 8일부터 서울 소재 국립문화예술시설의 운영은 중단됐다. 공연장의 경우 거리두기 2단계에선 좌석 ‘한 칸 띄어앉기’가, 2.5단계에선 ‘두 칸 띄어앉기’가 적용된다. 관객 수용률이 최대 50%에서 30%로 감소되는 것이다. 대극장은 유료 객석 점유율 70%를 유지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2.5단계 상황에서 공연을 올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일 1천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다음달 3일 이후에도 거리두기가 2단계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비상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기에 일부 소극장 공연은 손실을 떠안고 계속 가고 있다. 생업과 평정을 유지하려는 제작사들의 결단은 쉽지 않았다.

허지혜 연극열전 대표는 고심 끝에 연극 ‘킹스 스피치’를 중단 없이 공연하기로 했다. 그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직장인들은 회사에 나가고 자영업을 사람들도 정해진 방침을 지키면서 다들 일을 놓지 않고 하고 있다”며 “모두 힘든데 우리도 할 수 있는 한 했으면 좋겠다”고 배우·스태프들을 설득했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의 프로듀서이자 연출인 박칼린은 “다들 나를 보고 있지 않나, 안 하면 정신이 무너질 것 같아서 가야되겠더라”며 “이 사람들이 매일 극장에 모여서 웃고 행복해하는 걸 보면 해야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장치가 없으면 고민을 하겠지만 방역에 엄청 신경을 쓰고 조심한다”며 “관객들도 방역수칙을 너무 잘 지켜준다”고 덧붙였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를 올리고 있는 파크컴퍼니는 SNS 공지를 통해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본 공연을 준비하면서 단 한명의 관객이 있더라도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자 다짐했다”며 “이렇게 좋은 앙상블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다시 모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기에 주어진 이 시간 최선을 다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국립문화시설 운영중단 조치가 연장됨에 따라 취소된 정동극장 연극 ‘더 드레서’의 “이렇게 비참한 상황에서 우리는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각자가 힘을 다하고 있다”라는 선생님(sir)의 대사가 떠오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경보가 울리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 배우인 선생님이 연극 ‘리어왕’ 공연을 올리면서 한 말이다.

장유정 연출은 ‘더 드레서’ 제작발표회에서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길게 갈진 몰랐다”며 “하루 이틀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될지 몰랐지만 그렇다고 사과나무를 안 심을 순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업,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희망 등을 다 멈출 순 없다”며 “선생님이 작품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굳건히 자기를 지키는 게 아닌 가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공연계 종사자들은 아직도 일을 하느냐는 지인들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배우들은 공연초대권을 줘도 “위험하지 않냐”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공연장은 철저한 방역과 코로나19 예방수칙 이행의 모범 사례로 알려졌지만 대중의 인식은 여전하다.

예기치 못한 팬데믹으로 모두가 혼란스럽고 힘들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은 가중되고 정부도 갈팡질팡이다. 이 와중에 휩쓸리지 않고 정부의 방침을 따르면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도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비난과 맞서 이어가는 일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들은 여느 직업인과 다름없이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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