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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탐사대' 추락 노동자의 마지막 선물…돌아온 가짜사나이 'UDT 사칭'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실화탐사대'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저 열심히 작업하려고 했던 추락 노동자 故 손현승 씨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한다. 또, 미용성형으로 얼굴을 바꾸고 UDT 출신 퇴역군인으로 다시 돌아온 가짜 사나이의 흔적을 다시 한번 추적한다.

◆ 추락 노동자 故 손현승, 그가 남긴 마지막 선물

지난 10월 30일 한 호텔 연회장에서 한 남자의 운명이 바뀌는 사고가 벌어졌다. 호텔에서 빌린 리프트를 이용해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던 중 갑자기 리프트가 쓰러져 6미터 높이에서 추락한 것. 추락 당시,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친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작업자는 바로 올해 39살 손현승 씨였다. 사고 이후, 동생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형 손봉수 씨.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인 그는 “제 동생의 몸이 다른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일부분이라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그런 부분들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라면서 동생이 더 오랜 시간 세상에 머물길 바라며 장기기증을 결심한다.

바쁜 의사 형을 대신해 가족을 돌봤던 동생 손현승 씨. 십여 년간, 현수막 제작, 설치하는 일을 했던 그는 늘 현장에서도 동료를 위해 위험한 일을 자처했다고. 특히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안전에도 각별했다는데. 대체 왜 현승 씨는 6m 높이의 리프트에서 추락하게 된 걸까. 사고가 발생한 호텔 측은 작업자의 안전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리프트가 쓰러지지 않도록 고정하고 받치는 안전지지대를 작업자가 제거한 채, 작업했다는 것. 하지만 가족 측 변호사는 당시 현장 상황 때문에 안전지지대를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호텔 측의 임박한 행사 준비로 작업 현장에 테이블이 미리 설치돼 있어 안전지지대를 펼칠 만큼의 충분한 공간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족 측 변호사는 “작업 현장을 보면 벽면과 테이블 사이에 리프트가 겨우 들어가기 때문에 이 크기의 안전장치를 전혀 설치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라고 말한다.

14일째, 누구보다 건강했던 현승 씨는 뇌사 상태에 빠져 끝내 깨어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말썽 한 번 안 피우고 그저 열심히 일해 온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어머니.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수술 날, 아들을 배웅하던 노모는 아직 따뜻한 아들의 발을 붙잡고 끝내 수술실 앞에서 주저앉고 마는데. 그의 심장이 멈춘 시간은 11월 12일 오후 6시 27분. 늘 타인을 배려하던 현승 씨는 또다시 누군가를 위해 심장과 두 개의 신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엄마가 못 지켜줘서 미안해. 먼저 가 있으면 엄마 갈게. 응? 엄마 보고 싶으면 엄마 불러.” 어머니는 현승 씨를 눈물로 가슴에 담는다.

사고 이후, 현수막 업체와 현장에 있던 작업자에게 모두 사과를 받았던 가족들. 하지만 유일하게 호텔 측만 아무런 전화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가족들은 또 한 번, 사과를 요구하지만 호텔에선 아직 수사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사과하기는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실화탐사대' [MBC]
'실화탐사대' [MBC]

10월의 늦은 밤,, 실화탐사대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바로 '실화탐사대' 17회에 등장한 파일럿을 목격했다는 것. 지난 2019년 1월, 마치 영화 ‘캐치미 이프유캔’처럼 파일럿 제복과 가짜 신분증으로 국적 항공사를 자유자재로 출입하며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든 주인공. 그해 겨울, 그는 피해자 4명에게 수억 원을 빌려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이번엔 해군특수전전단(이하 UDT) 출신, 능력 있는 사업가로 그가 돌아왔다.

“ 17회 그거 파일럿 있다 아입니까, 다 갖고 있었어요. OO 항공 신분증, 와이셔츠, 바지 뱃지. 우리 지금 인터넷 보다가 소름돋아가지고.” 가짜 파일럿을 제보한 '실화탐사대' 애청자의 말이다.

1여 년 전, 우연히 자신이 UDT 출신이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미래를 약속한 여자. 그런데, 집과 옷가지 등 모든 것을 남겨둔 채, 하루아침에 남자가 사라졌다. 실종신고를 하기 위해 찾아간 경찰서에서 돌아온 답변은 현재 남자가 사기 혐의로 기소중지 상태라는 것. 뒤늦게 남자의 집에서 발견한 여행 가방에서는 영문모를 파일럿 모자와 남자의 사진이 새겨진 국적 항공사 신분증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과연 누구였을까.

과거 가짜 파일럿을 사칭했던 남자는 일대에서 UDT 출신 퇴역군인으로 불리고 있었다.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암살, 대테러 임무 등을 수행하는 해군특수전전단(UDT). 남자의 이야기 속에서 아덴만 석해균 선장 구출 작전 등 UDT가 참여한 주요 작전에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했고 UDT 내에서도 그의 지위는 특별해 보였다고. 그의 진짜 정체는 군인이었던 걸까. 해군 작전사에 남자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또다시 모든 것은 그의 거짓말이었다.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다. 군 복무 당시 잠수병을 얻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는 남자. 남자는 그녀가 빌려준 돈으로 코 미용성형에, 풀옵션 신차까지 사며 수천만 원을 빌리고는 돈을 갚기로 약속한 날 사라졌다고 했다. 남자가 고등학교 동창이라며 접근했던 또 다른 지인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그가 평소 각종 명품을 착용하며 인근 백화점 우수 고객임을 뽐냈다는 것. 또 가난한 여성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는데.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 퇴역한 군인이라는 가짜 신분으로 그는 또다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쉽게 이용하고 있었다.

취재 도중 밝혀진 피해자만 네 명, 피해 금액은 수억 원에 달했다. 사라진 당일,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성과 자전거 가게에 들러 고가의 자전거와 함께 모습을 감춘 남자. 이번엔 그를 잡을 수 있을까.

MBC '실화탐사대' 28일 오후 8시 50분 방송.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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