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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불법 승계' 혐의 모두 부인…재판부 "檢, 공소사실 특정 해달라"


추후 일정 두고도 신경전…변호인단 "재판 일정 촉박, 자료 검토 시간 부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두고 변호인단이 검찰의 주장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또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명확히 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중법정에서 이 부회장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조율하기 위해 열리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에 이날 재판에는 이 부회장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또 이 사건을 처음부터 이끌었던 이복현 부장검사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달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대전지검으로 전보됐으나, 향후 재판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정 인원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510호 소법정에 중계법정도 함께 운영했다. 현장에는 이번 재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드러내듯 전날 방청권 추첨에 당첨된 이들이 재판 시작 40분 전부터 입장을 위해 줄을 서 대기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 측과 검찰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이번 재판에선 양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날은 첫 공판준비기일인 만큼 민감한 내용들을 두고 양측이 공방전을 벌이진 않았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재판에는 10명의 검사들과 김앤장·태평양·화우 등 피고인들이 선임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재판부는 재판 시작과 함께 검찰 측에 공소사실 요지를 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검찰은 첫 공판준비기일이어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 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옛 미래전략실 소속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사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이영호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삼성 관계자 10명도 재판에 넘겼다.

이날 이 부회장 등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문제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짧막하게 모두 부인했다. 이번 재판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여부 ▲삼성바이오로직스 4조5천억 원대 분식회계 의혹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에 대한 이 부회장의 사전 인지 여부 등이 핵심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등 일부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통상적인 경영활동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에 대한 검찰의 시각도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는 만큼 향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신 전 대표 등 삼성물산 임직원 측 변호인 역시 "이 사건 합병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따른 것"이라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이 그 과정에서 임무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또 변호인단은 검찰에 수사기록 총목록과 증거기록 열람·등사를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고 재판부에 알렸다. 검찰 측이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는 내용도 진술했다. 여기에 검찰이 공소장 안에 많은 행위들을 적시했지만 어떤 것을 구성요건으로 보는지 명확하지 않아 내용 파악에 어려움이 많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제대로 특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고 재판부 역시 동의하며 검찰 측이 이를 오는 11월까지 분명하게 해줄 것을 건의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자본시장법과 관련해서도 각 항목별로 구성요건이 각각 다르고 행위마다 적용 법조에 어떻게 해당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검찰은 여러 행위를 서술하기만 하고 어떤 행위가 위법한 지에 대해 특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도 "공소사실이 어디부터 시작되는지 의문이 있었다"며 "자본시장법도 각각 행위가 몇 호 위반인지 특정돼야 하는데 통째로 서술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다음 공판준비기일 일정과 관련해선 검찰과 변호인단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다음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단은 가급적 더 늦추려는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특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변호인단이 방대한 양의 증거기록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증거기록이 368권에 달하고 증거 목록만 1천700장에 달하는 등 기록 검토에 최소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이 먼저 공소사실요지와 함께 입증계획을 먼저 밝힌 후 일주일 뒤 우리 측에서 변론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3개월의 시간을 주는 것은 다른 사건에 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주는 듯 하다고 판단해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다음 공판준비기일 일주일 전까지 증거에 대한 의견서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4일 오전 10시 411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판준비기일은 두 차례만 진행하고 그 다음부터 본 재판 진행을 하기로 이미 결정했던 상황"이라며 "다음 공판준비기일에선 검찰 측이 오전에 2시간 정도 공소사실 요지에 관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 후 오후에 4시간 동안 이에 대한 피고인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다음 공판준비기일에선 양측의 공방전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그룹이 '프로젝트 G'라는 승계 계획을 마련하고, 미래전략실 주도로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주식을 갖고 있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부당거래·시세조종 등의 행위를 벌였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 등 삼성 측은 정상적인 경영 행위를 검찰이 처음부터 삼성과 이 부회장의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표적 수사를 진행했다고 맞서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26일 수사심의위원회가 '10대 3'이라는 압도적 차이로 불기소와 수사 중단을 권고했음에도 검찰이 지난달 1일 기소를 강행한 것을 두고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으로, 사건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구속 전 피의자심문과 각종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경영활동이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이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 부회장은 오는 26일 시작되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과 함께 어느 하나가 결론나기 전까지 두 개의 재판에 계속 얽매이게 됐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은 지난 1월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담당 재판장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기피신청을 해 9개월 간 중단됐으나, 최근 고법과 대법원이 연이어 검찰의 요청을 기각하면서 재개됐다. 이 자리에선 대법원에서 인정한 이 부회장의 뇌물죄에 대한 양형이 결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수 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피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합병 작업이, 5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는 재판과 5년 만에 새로 시작하는 재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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