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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버벌 애니 제작에 16년 한우물”


[아이뉴스24 이도영 기자] 애니메이션 제작 스타트업 연필과지우개의 넌버벌 애니메이션 ‘에그로이’(EggRoy)가 1기 제작이 완료되어 감에 따라 본격적인 글로벌 개봉을 앞두고 국내외 주요 사업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에그로이’는 각각 1분 30초 길이인 100편의 애니메이션으로, 귀여운 달걀들과 도마뱀 요리사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고 있다. 아직 제작 중임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등록 2주 만에 글로벌 조회수 100만 회를 넘겼으며, 해외에서까지 작품성을 인정받아 활발하게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처음 기획에서 1기 제작 완료를 앞둔 지금까지 16년을 준비해 왔다는 ‘에그로이’의 정일 감독을 만났다.

넌버벌 애니메이션 ‘에그로이’의 정일 감독
넌버벌 애니메이션 ‘에그로이’의 정일 감독

Q. 자신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연필과지우개의 창작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에그로이, 달나라곰루, 별자리구조대 등의 창작 애니메이션을 기획, 제작했다.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애니메이션 대표로 선정되어 2018년 중국, 베트남 등을 방문하기도 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업 리그 ‘창업발전소’에서 최고상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90년대 광고, CG, 특수효과 전문가로 일을 시작했고, 2000년대 초에는 청강대, 국립강원대 등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든 건 2000년대 중반부터로 35명의 인원을 이끌고 코코몽 및 교원의 이솝극장, 박물관 입체 에니메이션 영화 등을 제작했다.

Q. 에그로이를 준비한 기간이 16년이라고 들었다. 이렇게 시간이 걸리게 된 이유와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에그로이는 정말 오랫동안 준비한 애증의 작품이다. 2000년 초반 기획할 때만 하더라도 쉽게 진행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많은 인원과 자금의 투입이 계속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어렵고,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받기가 쉽지 않았다.

초기 준비했던 인원과 자금은 금방 소진 되었고,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하면서 이후 작업이 중단 되었다. 그래도 에그로이의 가능성을 믿었고 작업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다른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면 1~2편씩이라도 꾸준히 에그로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우공이산이라고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한자성어가 있는데, 늘 그 글을 생각하며 투자에 연연하지 않고 작업했다.

Q. 에그로이는 넌버벌 애니메이션이다. 넌버벌로 작품을 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

A. 우선 한국애니메이션이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 했었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문화적인 차이와 언어적인 전달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적인 이질감을 코믹 장르로 준비하고, 각국 언어에 모두 대응이 가능한 대사가 없는 넌버벌 애니메이션으로 기획했다. 이렇게 판로를 개척하면, 그후 시즌2는 대사가 있어도 쉽게 해외 기존 거래처를 뚫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Q. 에그로이는 베타 오픈에서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넌버벌 애니메이션이라 언어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점 외에도 어떤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나?

A. 해외 오픈 버전은 글로벌 공통 언어인 음악을 애니메이션과 콜라보 했다. 멋진 캐릭터보다는 음치 캐릭터로 웃음을 주자는 컨셉이었는데, 이 전략이 통했던 것 같다.

특별한 글로벌 마케팅 없이 100만 이상의 조회수가 나왔다는 것은 한번 본 사람들이 자기만 즐겨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링크를 공유하는 등 활발한 추천으로 이어졌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넌버벌과 음악을 통해 언어의 제한을 극복하고 코믹 장르의 웃음 코드를 잘 살린 점이 재미의 공유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에그로이의 서비스 계획은 어떻게 되나?

A. 제작이 끝나는 2020년 말, 2021년 초부터 글로벌 플랫폼에 배급하여 방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일단 많은 국가와 많은 플랫폼에서 에그로이를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준비한 에그로이 TV 인형극도 2021년 초 작업 완료를 목표로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로 더빙 작업 중이며, 에그로이 애니메이션과 함께 세계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행사에서 한국대표로 발표 중인 정일 감독
중국 애니메이션 행사에서 한국대표로 발표 중인 정일 감독

Q. 준비 중인 다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

A. 차기작 달나라곰루, 별자리구조대X의 TV용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기획 중이다. 별자리구조대X는 해외 유명 투자가가 관심있게 보고 있어 작품의 프리프로덕션이 끝나면 계속 협의 예정이다.

연필과지우개의 특징은 프리프로덕션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작업을 한다. 지원사업이나 투자를 받기 이전에 자체 자금으로 이미 시나리오, 스토리보드, 매뉴얼 등 상품화 준비가 완료가 된 작품이 많다.

계속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만 준비하다가 첫 극장용 애니메이션 준비라 많이 설렌다. 특히 한국은 극장용 애니메이션 불모지이고 수익율이 낮기 때문에 글로벌로 통할 만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준비중이다. 또한 국제 영화제에 출품할 애니메이션도 준비중에 있고 막바지 작업 중이다.

Q. 애니메이션 감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A. 어린 시절 TV를 통해 철완 아톰, 은하철도 999 등의 애니메이션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고, 특히 데즈카 오사무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다. 그의 작품도 좋지만 제작 원칙에 감명 받은 바 있다.

“인권 만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전쟁이나 재해의 희생자를 놀리는 것, 특정 직업을 깔보는 것, 민족이나 국민,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계속 꿈꾸게 되었다.

최근 연사로 참석한 중국 베이징의 애니메이션 행사(베이징 동만 北京国际动漫展 BICAF 2018.8.9~8.12)에서, 어린 시절 마음의 영웅 ‘철완 아톰’을 탄생시킨 ‘데츠카 프로덕션’의 다카유키 마쓰타니 대표와 함께 한중일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소개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는데, 꿈이 일부 이루어진 것 같아서 정말 행복했다.

Q.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A. 아버지가 화가이셔서 어린시절부터 그림은 늘 일상이었다. 1986년부터 미술 공부를 시작하고 미대 진학하여 상품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다시 애니메이션 전공으로 대학에 편입하였다.

이후 1997년부터 광고 및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을 했다. 3D 애니메이션이 전세계적으로 시작될 무렵 시작해서, 국내 및 해외에 3D 애니메이션을 OEM으로 만들어 주는 일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Q.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힘들었던 점과 좋은 점이 있다면?

A. 해외 선진국은 한국보다 애니메이션 투자 및 정부 지원이 잘 정착된 곳이 많다. 한국에서 가장 힘든 점은 자금이다. 수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몇 년을 버티며 창작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야 한다. 그후에도 된다는 보장도 없다.

애니메이션은 많은 자금이 필요한 장르지만, 한국에서는 수익율이 떨어지다 보니 게임이나 영화에 비해 투자 받기 쉽지 않다. 결국 투자를 받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 직접 자금을 만들어 제작하는 길을 택해야 했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제작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새벽까지 다른 일을 하며 작품 제작비를 마련해야 했던 게 가장 힘들었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한국에서 좋은 점이 있다면 능력 있는 애니메이션 인력들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열정 있고 능력 있는 분들이 많은 데, 문제는 이 분들을 활용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결국 자금이 늘 발목을 잡는 것 같다.

Q.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A. 애니메이션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장르다. 사람들에게 꿈을 꾸게 하고, 희망을 가지게 하는 힘이 있다.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고, 끝까지 애니메이션을 완수할 만한 열정이 있는 분들이 했으면 좋겠다.

이도영기자 ldy100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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