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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격 나선 中, '맞불 제재' 경고…韓 '넛크래커' 현실화 우려


美 틱톡·위챗 제재에 中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 규정 발표…韓 '샌드위치' 신세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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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이 최근 중국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도 반격에 나설 기미를 보이자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업체를 향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이미 타격을 입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중국마저 제재 움직임을 보이자 난감해 하는 눈치다. 사실상 '넛크래커(nutcracker·호두 까는 기계)'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21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19일 '신뢰할 수 없는 기업(블랙리스트)'과 관련한 규정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 20일(현지시각) 미 상무부의 예고대로 중국 텐센트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제재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비상업적 목적으로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봉쇄 또는 공급 중단 조치를 하거나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외국기업·조직·개인을 대상으로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외국 기업 명단은 이번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 명단에 오르게 되면 중국 수출입과 중국 내 투자가 금지 및 제한된다. 또 임직원들의 중국 입국 제한과 거주 허가가 취소된다. 중국 정부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다른 필요한 조치도 취할 것이란 입장이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적대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번에 중국 정부가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닦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계속 높여간다면 조만간 1차 명단이 발표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중국 기업에 대한 거래를 중단한 외국 기업에 우선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일로 명단에 오른 외국기업들은 대중국 투자 등 각종 경제 활동이 제한 또는 금지되면서 현지 사업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업계에선 애플과 시스코, 퀄컴, 보잉,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중국판 블랙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가 현실화되면 관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던 국내 업체들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이미 수 조 원의 매출 타격을 입게 된 상태에서 중국까지 제재에 나서게 되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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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화웨이가 지난 15일부터 미국의 추가 제재를 받게 되면서 반도체, OLED 패널 등을 납품하던 국내 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화웨이는 지난해에만 13조 원 어치의 한국 부품을 구매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이 주요 거래처로 꼽힌다. 화웨이 매출 비중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3.2%(7조3천억 원), SK하이닉스에서 11.4%(3조 원) 정도다.

반도체 업계에선 화웨이의 수출 제재 조치가 1년간 이어질 경우 연간 10조 원의 매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량이 939억3천만 달러(약 112조 원)임을 고려할 때 약 10%에 달하는 비중이다.

미국의 제재를 만약 위반할 경우 파산까지 이를 수 있는 만큼 관련 업체들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또 국내 기업들은 미국에 화웨이 수출에 관한 특별허가를 요청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분위기로 봤을 땐 승인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은 화웨이와 텐센트, 위챗, 틱톡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에 대한 추가 제재도 검토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근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플 등 미국 기업에 대해 중국 정부가 제재에 나서게 되면 국내 기업들은 또 다른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애플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용 화면을, LG이노텍이 카메라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부터 '아이폰'에 패널을 납품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공개될 '아이폰12맥스' 물량 약 2천만 대도 담당한다. 테슬라의 경우 LG화학이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이 앞으로 어느 편에 설 지 강요를 받게 되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 사이에서 한국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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