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들 병역특혜 의혹의 역사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2013년 2월 정홍원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 당시 핵심 쟁점 중 하나가 정홍원 총리 후보 아들의 병역이행 문제였다. 정 후보 아들은 1997년 대학교 2학년 때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2001년 재검에서 허리 디스크로 '면제'를 받았다. 당장 최전방 GP 수색대나 해병대로 입대해도 될 사람이 불과 4년만에 속칭 '신의 아들'이 된 것이다.

정홍원 후보측은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는 동안 오랜 시간 장비를 다루는 실험을 해서 허리에 무리가 간 것. 여름 휴가철 장시간(6시간) 운전을 한 뒤 거동이 힘들 정도로 증상이 악화됐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허리가 아플 정도로 대학원 공부를 열심히 했고 운전까지 하다 병이 났다는 얘기다.

정홍원 후보의 아들은 인사청문회 당시 창원지청 검사였다. 직장 내 탁구동호회 활동에 열심이었다는 제보도 있었다. 국민들 상식과 정서에 과연 부합한 해명이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적어도 이 문제가 정 후보의 발목을 잡진 않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로서 재임기간 2년으로 장수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 다음은 2015년 2월 이완구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다. 그 아들은 우리나라 유수의 로펌 소속 국제변호사다. 2004년 미국 유학시절 축구를 하다 무릎을 다쳤다. 그리고 1년 뒤 2005년 미국 한 병원에서 전방십자인대 파열 회복을 위한 수술을 받는다. 그 후 신체검사에서 병역 면제 판정을 받는다.

원래 이완구 총리 아들은 2000년 신검에서 3급(현역)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무릎을 다친 이후 두 번의 신검에서 4급 보충역(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 무릎 수술이 부상 후 14개월이나 지나 이뤄진 만큼 아예 면제를 받으려고 수술을 받은 것 아니냐는, 당시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측 의혹들이 쏟아졌다.

이완구 총리 아들은 서울대병원에서 X선 및 MRI 공개 촬영으로 무릎 이상을 증명했다. 이완구 총리는 "아들아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고 아들 병역의혹은 이후 이완구 총리의 짧은 2개월 임기 동안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를 총리직에서 내려오게 한 것은 '성완종 리스트'였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인 황교안 총리도 아들 병역 문제로 잠시 입길에 올랐다. 2009년 황 총리의 대구고검장 재직 시절, 하필 아들이 대구 육군 제2작전사령부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병과도 일반 보병에서 행정병으로 바뀌었다. 행정병은 7·8월 한여름 땡볕에 풀 뽑고 땅 파는 일반 보병들에 비해 확실히 땀은 덜 흘린다.

이 문제는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당시 오세훈 후보측에서도 거론했다. 그러나 총리 인사청문회는 물론 당대표 경선에서도 그닥 중요하게 다뤄지진 않았다. 한때 유력 대선후보 1위였던 황교안 전 대표의 정치인생에서 기로에 서게 만든 것은 4·15 총선의 전대미문 참패다.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아들 병역 의혹은 늘 유력 정치인의 약한 고리다.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휴가특혜 의혹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민의힘 법제사법위 소속 의원들이 제기한 사안이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게 있다면 제보자라는 당직사병, 군 간부들의 육성 녹취록이다.

추미애 장관 아들은 2016년 11월 입대 후 알려진 대로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카투사)로 복무하며 2018년 8월 만기 제대했다. 십자인대 파열 관련 무릎 수술 및 요양을 위해 2017년 6월 5일부터 27일까지 23일간 휴가를 사용한 게 문제가 됐다. 이때는 추 장관이 여당 대표로 재임 중일 때다. 19일간의 1·2차 병가기간 만료로 3박4일 개인 휴가를 더 사용했는데 이 개인휴가가 당시 당직사병, 군 간부 증언으론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 같은 군 의료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민간병원을 이용하는 사례는 흔하다. 특히 신체적 위험이 큰 내·외과 수술이 필요할 경우다. 시설과 인력 면에서 민간병원 역량이 군병원을 훨씬 앞서기 때문이다. 결국 3박4일 개인휴가를 추미애 장관측이 외압을 넣어 얻은 것이라는 게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아들의 용산기지 자대 배치와 통역병 선발이 이뤄지도록 청탁을 넣었다는 의혹도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폭로한 카투사 부대장 출신 간부 본인이 청탁을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그 얘기대로면 청와대의 영향력이 가장 센 대통령 취임 직후 시점의 여당 대표가, 그것도 국회의원 5선 관록을 갖춘 유력 정치인이 부정청탁·외압으로 고작 아들 3박4일 휴가 정도 얻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쯤 되면 여당 대표 위상이 종이 호랑이라기보다 그냥 종이에 가깝다.

그런 의혹들의 진위가 무엇이든, 어디까지가 사실에 부합하든 그 당사자인 추 장관과 아들측이 해명하면 될 일이다. 이미 올해 1월 초 국민의힘이 인사청문회 직후 이 문제를 두고 추 장관을 고발한 만큼 검찰 수사 속도도 지켜보면 된다. 다만 과연 3박4일 휴가를 두고 여야가 '제2 조국사태'까지 거론하며 전쟁을 벌여야 할 일인지가 의문이다.

특정 정치인, 또는 유력 정치인의 아들 병역문제가 이렇게까지 논란이 된 적은 1997년,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아들을 향한 병역기피 의혹 이후 처음인 듯하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외적으로 미국이 최악의 코로나 사태 속에서 대선을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경제침체 속 패권다툼 양상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만 너무 한가한 것 같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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