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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분쟁 '반전의 반전'…"3가지 자료내라" ITC, 전면재검토


조기패소 뒤집고 전면재검토 결정…LG 측 영업기밀 침해 주장 재검증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SK이노베이션 ]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핵심키를 쥐고 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ITC는 SK의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이후 전면재검토를 결정하고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LG와 SK의 배터리 전쟁 결과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C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판결(Final Determination)을 다음달 5일 내린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결(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린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LG화학 측 주장에 따라 변론 등의 절차 없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이의제기로 ITC는 지난 4월 17일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뒤집고 재검토를 결정했다. ITC 위원 5명이 만장일치로 내려진 결정이다. 이는 조기패소 예비판결이 사안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서는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LG는 조기패소 예비판결로 한발 앞서 승기를 잡는 모양새였지만 전면재검토 결정으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ITC는 전면재검토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와 LG화학의 피해에 대해 본격적으로 진위 파악에 나섰다.

ITC 재검토 발표문에 따르면 위원회는 영업비밀 침해 조사를 위해 당사자들에게 3가지 자료를 요구했다.

ITC는 먼저 '영업 기밀 침해와 관련된 파기된 증거 자료가 무엇이었는지, 그 자료들이 타당한지'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예를 들어 SK가 LG 전 직원들에게서 기술 관련 문서 등을 입수하지 않았다면 배터리 기술 개발을 하지 못했거나, 더 오랜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라는 내용을 입증하라는 것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일 국내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LG 측이 삭제된 후 복원됐다고 주장하는 문서의 원본은 삭제되지 않고 보존 중이라는 밝혔다. 다만 시스템상 관련 임시 파일이 자동 삭제됐던 것뿐인데 이를 LG가 '원본 파일이 삭제됐다가 복원'된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화학 오창 전기차배터리 공장 생산라인 [LG화학]
LG화학 오창 전기차배터리 공장 생산라인 [LG화학]

ITC는 다음으로 미국 관세법 337조항(Section 337 of the Tariff Act of 1930)에 따른 경제적 침해의 성립 조건 혹은 경제적 침해의 위협에 관련해 파기된 증거 자료가 무엇이었는지, 그 자료들이 타당한지'에 대한 입장도 요구했다.

이는 LG 전 직원들로부터 관련 기술 자료들을 입수함으로써 SK가 향후 LG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의도가 있었거나 그러한 계획을 세웠는지에 대해 살펴보겠다는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ITC는 "양측이 제출한 자료들로는 침해된 영업 기밀의 내용들이 조기패소 예비결정 당시 조사의 범위에 들어갔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면서 "각 당사자들은 예비판결 당시 조사 범위에 포함됐던 침해된 영업 기밀의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감정싸움이 격화된 것도 ITC의 최종판결을 앞두고 유리한 여론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주말에는 양사가 수차례 입장문을 배포하며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다.

양측의 분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소송비용까지 투입하며 해외에서 분쟁을 벌이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사가 합의를 통해 이번 사건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정부도 분쟁 초기 중재를 위해 양사 대표의 만남을 주선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고, 이후로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LG화학보다는 SK이노베이션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싶은 마음이 커 보인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측이 구체적인 피해액을 제시하면 검증해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일 배포한 입장문에서도 "LG는 배터리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제성장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대화를 통해 현명하고 합리적인 해결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LG화학 측은 ITC의 예비판결이 최종판결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ITC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예비판결(조기패소 포함)에 대해 소송 당사자가 검토를 신청한 건은 모두 ITC 위원회에서 재검토를 진행했지만 결과가 달라진 경우는 없었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은 이미 충분히 제출했고, ITC가 재검토를 위해 요청한 자료들도 모두 제출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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