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저금리 시대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던 사모펀드가 시중은행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DLF'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라 터지자 투자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업계는 종전의 판매 규모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지난 7월 말 기준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15조9천97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6월 말(22조8천131억원)과 비교해 29.9% 줄어든 수치다.
사모펀드란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영되는 펀드로 주로 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자 등이 참여한다.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체 투자처로 인기를 끌어 왔다. 금융당국도 모험자본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5년 1억원 이상 투자자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그런 사모펀드의 인기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들시들한 모습이다. 지난 해 8월 말 22조4천329억원이었던 5대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같은 해 12월말 19조5천908억원으로 줄었다. 올 6월 말 기준으로는 16조4천133억원으로 감소하다 지난 7월 저점을 찍었다.
지난 해 하반기 DLF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터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해 12월 DLF를 판매한 시중은행에게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며 40~80%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DLF 사태로 금융당국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에 육박하는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거나,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에 뒤늦게 나섰다. 낮췄던 진입 문턱도 높였다. 10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던 금융소비자보호법도 DLF 사태를 계기로 법제화됐다.
올 하반기엔 '옵티머스'와 '디스커버리' 펀드라는 새로운 사모펀드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라임 분쟁조정위원회는 판매 은행과 증권사에게 전액 배상을 권고했다.
당국의 후속조치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되면서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수요 감소와 더불어 시중은행들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사모펀드 판매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순이자마진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비이자 이익이 새로운 수익 창구로 떠오르고 있지만, 펀드 손실에 따른 배상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는 만큼, 리스크 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 자체를 불안해하는데다, 당국의 규제 영향도 있다"라며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이 꾸준히 늘어왔지만, 이제는 수익 대비 리스크가 너무 커 다들 적극적으로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터지고 나선 은행들은 수탁 업무조차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시중은행에게 '사후 비용'을 강조하며, 비이자 부문 강화를 신중하게 결정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윤 원장은 지난 달 임원회의를 주재하며 "비이자 수익도 무위험이 아니므로, 영업·조직 운용 비용 같은 사전비용이나 손해배상책임 등 사후 비용 측면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라며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수익 위주로만 운영할 게 아니라 이에 수반되는 위험까지 충분히 감안하여 의사 결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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