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군불 지피는 담배 증세, 답정너식 일방통행 금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에 이어 일반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아직 학회 차원에서 신규 과세제도에 대한 의견 표명 정도 수준의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지만, 업계는 전례에 비춰 볼 때 본격적 증세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담배 증세 공론화에 불을 지핀 곳은 한국지방세학회다. 지난 21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2020 하계학술대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담배소비세에 '물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소개됐다. 이에 따르면 기존에 수 년마다 큰 폭으로 인상되던 담배에 대한 세금은 매년 일정 기준에 따라 완만하게 상승하게 된다.

일반담배에 대한 증세론이 제기됨에 따라 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담뱃값 물가 연동제는 지난 2015년 담배 가격 인상시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담뱃세 인상과 함께 향후 물가 연동제를 도입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담뱃값 물가 연동 도입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한국지방세학회 관계자는 "큰 폭으로 인상된 후 오랫동안 동결되는 담배 가격은 소비자 물가 상승과 맞물려 결과적으로 인하되는 것과 같다"며 "흡연자 수를 줄이는 등 순기능이 있는 담배에 대한 과세는 매년 일정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는 물가 연동제의 도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지금과 같이 수 년의 간격을 두고 급격하게 담배에 대한 세금이 인상될 경우 소비자 가격도 빠르게 인상되고 이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크게 일어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지금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볼 때 '서민증세'에 해당되는 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은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서민층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한국지방세학회의 주장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주도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증세를 직접 언급하는 데 부담을 느낀 정치권이 '학계로부터 제기된 의견을 받아들여 증세를 검토한다'는 구도를 그려내기 위해 사전에 기획된 발표라는 의심이다.

실제 앞서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증세를 단행할 시 학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 바 있다. 지난 5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제세부담금 개편방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하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율을 2배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액상형 전자담배를 유통하는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등 관련 단체는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토론회 준비 과정에서 업계와의 소통이 전혀 없었고 세율 인상의 근거로 제시된 자료들도 잘못됐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이들은 감사원에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대한 감사까지 청구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모든 반발을 묵살한 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율을 2배 높이는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2개월만에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이번 일반담배에 대한 과세 논의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일반담배에 대한 증세 시도가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일반담배 시장이 액상형 전자담배보다 수십 배 큰 만큼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임에도 학계 일각의 주장만을 근거로 삼아 증세를 단행한다면 예상 이상의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물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만 지금은 시기가 너무 좋지 않다"며 "장기적 안목으로 업계 및 시장과의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담배에 대한 증세 과정에서 항상 거칠 것 없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 과정에서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 덜 유해하다는 해외의 연구결과 및 업계의 반발은 무시됐다. '더욱 유해한 담배'인 만큼 국민 건강을 위해 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만이 반복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민 건강을 이유로 일반담배에 대한 증세 주장을 '학계'를 통해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업계는 '전례'가 되풀이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또 전자담배에 비해 압도적인 규모의 일반담배 시장 소비자들도 이 같은 주장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일반담배에 대한 증세 만큼은 과거 전자담배 세율 인상 사례 대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장과 국민의 피로도가 한계에 가깝게 높아져 있다. 또 담배 시장의 소비자들은 담배 시장에서 '명분 없는 증세'가 수 차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 조세 형평성, 국민건강 등 기존의 명분을만 앞세워 또 다시 '답정너식 증세'가 단행돼선 안 되는 이유다.

이현석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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