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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장사의 의무는 어디까지 인가?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 수젠텍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가 폭락했다. 증권사가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전망치에 실적이 크게 미달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A증권사는 지난 5월 25일 보고서에서 수젠텍의 2분기 매출액은 1천523억원, 영업이익은 1천188억원을 예상했다. B증권사는 5월 27일 보고서에서 수젠텍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2천560억원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수젠텍의 2분기 매출액은 241억원, 영업이익은 202억원에 불과했다. A증권사의 예상치와 비교할 때 매출액은 7분의 1, 영업이익은 6분의 1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흑자를 내며 진단키트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지만, 전망치와 실제 실적의 큰 차이에 투자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증권사의 추정치가 틀릴 수 있다. 그러나 여섯 배 넘게 차이나는 수치는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가 터무니 없고, 이로 인해 주가가 급등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는 데도 수젠텍이 이를 방치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상장사가 기업분석 보고서에 일일이 대응할 순 없다. 실적 전망에 대한 공시 의무도 없다. 그러나 수젠텍은 1천억원이나 차이나는 실적 추정치가 담긴 해당 증권사 보고서를 자사 홈페이지 투자설명(IR) 게시판에 버젓이 올려놨다. 수젠텍의 이런 행위는 증권사 보고서에 회사가 동의하는 것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손미진 수젠텍 대표가 지난 6일 하반기 사업전략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 증권사나 시장에서 기대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것이 무려 두달 반 동안 일언반구도 없이 '나 몰라라' 했던 행동의 면피가 될 순 없다. 상장사으로서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기본적인 의무를 게을리 하는 상장사들도 줄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사의 공시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사후 제재를 강화했음에도 불성실공시 법인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71건, 2018년 101건, 2019년 119건이었고 올해 들어 7월말까지만 80건에 이른다.

상장사가 모든 제반 사항을 시장에 다 공개할 순 없다. 섣부른 정보 공개가 오히려 주식시장의 왜곡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주주의 권익 보호라는 원칙에 입각해 상장사는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 수십조원의 자금이 쏠리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IPO 이전과 이후 기업이 져야하는 책임은 무게가 다르다. 상장사는 투자자의 판단을 돕기 위해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시제도가 존재하고, 지키지 않는 경우 제재까지 하는 이유다.

나아가 상장사의 의무는 법규가 정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잘못된 정보가 유통될 경우 이를 바로잡는 것도 포함된다. 상장사라면 투자자에 대한 책임의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한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종성 기자 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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