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붕 뚫은 집값에 씁쓸한 '영끌 투자'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1. 서울에 사는 가구가 월급을 단 1원도 쓰지않고 모아도 아파트 한 채 장만하는데 12년 이상 걸린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서울의 연간 가구평균소득 대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비율인 PIR(Price to Income Ratio)은 12.13으로 나타났다.

#2. 약 10여년 전만 해도 '하우스푸어' '렌트푸어'는 신조어였지만 지금은 일상의 단어가 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19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10명 중 8명이 내 집 장만과 전세보증금으로 대출 상환에도 빠듯한 하우스푸어, 렌트푸어라고 여기고 있다.

#3.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얼마 전 시민으로부터 격려 전화를 받았다.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자산내역 등을 공개하고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점에 대해 공감해서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집값 때문에, 부동산 정책 때문에 여론이 들끓으며 그야말로 난리다. 이에 경실련은 청와대 참모진, 초선 국회의원에 이어 이번에는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고위 공직자들까지 부동산 자산을 분석해 공개했다. 다주택자로 되지 말라고 부동산 정책을 펴는 사람들의 재산부터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기준으로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부동산·금융 세재 등 정책을 다루는 주요부처와 산하기관 소속의 전·현직 고위공직자를 기준으로 했다.

해당 부처 산하 1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107명 중 2주택자 이상인 사람은 39명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꼴이다.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도 7명이었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강남4구에 주택을 갖고 있으면서 3주택 이상인 사람만 추려봤더니 5명으로 좁혀졌다. 여기에는 장호현 한국은행 감사가 포함돼 가장 많았다. 송파구에 삼익아파트까지 총 4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청담에 아파트와 복합건물을 보유해 2주택자였고,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각각 2주택자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주택자였지만 고위 공직자들에게 주택을 팔라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주문에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를 매도 가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이 공직자의 재산을 분석하거나 지적한 일은 올해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그간 경실련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매체에서도 잊을만하면 비슷한 내용이 뉴스로 다뤄져왔다.

더욱이 주택의 보유는 개인의 재산권 문제다. 그 누구도 개인이 보유한 집을 쉽사리 사고 팔라고 요구할 수 없다. 경실련도 다주택자 고위 공직자들에게 주택을 팔라고 요구하기보다는 해당 공직자들을 부동산정책 수립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경실련의 잇따른 부동산 자산 공개로 민심이 부글부글한 이유는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때문이다.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이 3.3㎡당 평균 2678만원으로 3년새 54.7%나 상승했다. 서울의 10억원짜리 주택이 발에 채일 정도로 늘었다는 씁쓸한 농담이 들릴 정도다.

끝을 모르고 오르는 집값에 '내 집 장만'도 못하는 사람이 즐비하고 전셋값까지 오른다는데 부동산 대책에 관여한다는 사람들은 '다주택자'라니.

국민들로서는 그동안 투기하지 말라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정부에 불신과 반발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본인이 부동산이 있으니 보유세도 뒤늦게 올렸지', 내지는 '본인 집값 때문에라도 집값 안정을 정책을 펼 수 있겠냐'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은 왜 이렇게 오르냐'라는 볼멘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사이 집값은 계속 오르니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이른바 '영끌'로 내 집 장만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실제로 은행권에는 신용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향이 감지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지난달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0조원이 넘어 두달 연속 증가폭만 2조원이 훌쩍 넘었다. 주식를 위한 대출 수요에 더해 '영끌'로 내 집 장만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까지 누르니 대출길이 좁아져 신용대출이 부풀어오르는 모양새다.

신용대출은 담보를 잡는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출금리가 높을수 밖에 없다. 만약 집값이 떨어지면 '영끌'해서 집을 산 대출자들은 신용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 취급된 1금융권 은행의 대출 평균금리를 보면 신용대출은 보통 2~6%수준이었고 케이뱅크는 10%였다. 신용대출을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게 보통이고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준으로 지난달 금리가 2~3%수준으로 낮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영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내놓은 청와대 참모진들의 부동산 매각 자체 권고안은 지금까지도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난 민심에 국회에서는 2주택자 이상의 공직자들이 부동산정책 업무에 관여하거나 아예 고위공직자들이 1주택을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도록 '공직자 부동산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치솟는 집값에 공직자들의 주택수까지 법으로 관여하게 된 꼴이다.

문재인 정부가 23번에 걸쳐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도 속수무책이다. 너도 나도 오르는 집값에 1주택자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데, 다주택자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은 당분간 잦아들기 힘들어보인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날린 집값에 정부에 대한 민음은 물론이고 대출시장까지 금이가고 있다.

이효정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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