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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하다간 빅테크에 진다"…거대 금융사도 디지털 혁신 '승부수'


KT와 손잡은 우리금융·CEO 평가지표에 디지털 역량 넣은 신한금융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권의 공룡과도 같은 금융지주들이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편리함'으로 무장한 빅테크 기업이 금융권에 발을 디디면서, 이용자들을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지금이라도 디지털 혁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머지 않아 빅테크와 경쟁조차 안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를 중장기적 목표로 세우고, 관련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통신사와 손잡고, 디지털 교육기관 만들고…각양각색 디지털 혁신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Digital for Better Life(더 나은 삶을 위한 디지털)'라는 디지털 비전을 선포했다. 핀테크 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타업종과 적극적인 디지털 협업을 추진하는 등 개방형 혁신을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우리금융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함께 이끄는 컨트롤타워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구축했다. 손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산하에 권광석 행장을 총괄장으로하는 '디지털혁신총괄' 조직을 마련했다. 또 그룹사의 젊고 혁신적인 직원들로 구성된 '블루팀'을 혁신위원회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최근엔 통신사인 KT와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우리금융은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채널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고객편의 중심의 영업환경을 구축하는 한편, KT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맞춤형 금융상품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또 KT의 통신인프라와 금융을 연계해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KT와의 제휴를 통해 다수의 신규 고객이 유입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양사의 데이터를 합치면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수억원대의 자산가 고객, 자산은 적지만 업무로 인해 고액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 등을 파악하는 게 가능한 만큼 보다 정교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말고도 금융지주들은 최근 '디지털 혁신'에 각고의 노력을 쏟고 있다.

신한금융은 '신 디지털금융 선도'를 위한 디지로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7개 그룹사 최고경영자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조용병 회장이 위원장을 맡는 '디지로그 위원회'를 꾸렸다. 그룹의 데이터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투자를 확대하는 등 그룹 차원의 디지털 사업 실행 속도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세분화된 역량 모델에 기반한 '그룹 공동 디지털 교육 체계'를 구축해 인재 육성 체계를 고도화하는 한편, 그룹의 통합 연구개발(R&D) 센터인 'SDII'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 경영진 리더십 평가 지표에 '디지털 리더십'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KB금융은 플랫폼에 힘을 주고 있다. 은행 영업점의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스타뱅킹'과 별개로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간편송금, 결제, 환전, 등 핵심 생활금융서비스에 특화된 '리브' 앱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과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리브똑똑'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오랜 기간 축적된 KB국민은행의 부동산 데이터와 금융을 결합시켜, 매물 검색부터 대출 신청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부동산 플랫폼 '리브 온'과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도 운영 중이다.

최근엔 KB국민은행에 IT전문인력으로만 운영되는 은행 점포 'KB 인사이트'를 도입했다. 모든 은행 업무를 IT 인력이 담당하는 만큼, KB인사이트는 디지털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실험해보는 환경으로 꾸며졌다. 또 아이디어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인사이트 지점 창구에서 사업 제안을 즉시 할 수 있는 '테크 데스크'를 설치해 사업화 가능성을 높였다.

하나금융은 지난 6월 금융지식과 디지털 기술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DT 유니버시티'를 출범시켰다. DT 유니버시티는 디지털 맞춤형 실무 교육을 진행하는 통합 교육 플랫폼이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해선 그룹 전반에 걸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DT 유니버시티에선 총 3단계 교육 과정이 운영된다. 입문과정에선 디지털 마인드 함양, 최신 트렌드 등 공통 소양, 심화과정에선 프로그래밍, 데이터 분석,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다룬다. 고급과정에서는 신기술 적용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팀을 구성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결과을 이끌어내는 해커톤이 진행된다.

◆"빅테크 추격속도 매우 빠르다…디지털 혁신 통해 경쟁력 키워야"

금융지주들이 디지털 혁신에 힘을 쏟는 배경엔 핀테크 업계의 급성장이 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빅테크 기업이 은행업의 경계를 무너뜨리자, 금융소비자들이 대거 빅테크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 수많은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금융지주조차 위기의식을 느끼는 상황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금융업계에 뛰어들면서 영업점을 기반으로하는 '은행업'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라며 "고객들은 이미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필요한 업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빅테크 기업은 거대한 플랫폼을 무기로 삼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디지털 혁신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혁신은 비용 감축과도 무관치 않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저금리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지워버렸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올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은 전년 동기 대비 0.17~0.21%포인트(p) 줄었다. 이자수익이 금융지주의 본업인 만큼, 순이자마진 하락은 치명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대면 채널인 영업점은 효율화될 수밖에 없다"라며 "특히 디지털 혁신을 바탕으로 디지털 특화 점포를 설치하면 실적이 좋지 않거나, 적자를 보던 영업점을 철수시키기 쉬워지는 만큼, 비용 감축 효과가 크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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