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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업에 우선 집중해라"…신동빈 일침에 롯데쇼핑 전략 재수정


'선택과 집중' 앞세워 러시아·중국 몸집 줄이는 대신 동남아 거점 육성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뉴노멀이 된 '70% 경제'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합니다. 업무상 낭비를 줄임과 동시에 효율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하고, 그간의 사업 전략도 돌아보길 바랍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14일 '2020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통해 임직원들을 향해 이 같이 주문하자 롯데쇼핑이 해외 사업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 강화에 본격 나섰다. 안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성이 높은 곳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 랴오닝성에 위치한 선양 롯데타운 전경. 선양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폐점했다. [사진=롯데지주]
중국 랴오닝성에 위치한 선양 롯데타운 전경. 선양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폐점했다. [사진=롯데지주]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해외 사업장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러시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4개 국에 집중돼 있었다. 백화점은 러시아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할인점은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점포를 운영했다.

각 사업부 별로 백화점은 러시아 1개 점, 중국 2개 점, 베트남 2개 점, 인도네시아 1개 점을, 할인점은 베트남 14개 점, 인도네시아 50개 점을 운영했다. 그러나 2분기 들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러시아 롯데쇼핑 루스 법인을 청산하고, 중국 선양 롯데백화점도 폐점시켰다. 중국에 유일하게 남은 청두 백화점은 일단 운영 중이지만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는 롯데의 움직임을 볼 때 향후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또 롯데쇼핑은 인도네시아 살림그룹과 합작 설립한 '인도 롯데 막무르' 지분 매각도 거의 마무리 한 상태다. 베트남 이커머스 법인 '롯데 전자상거래 베트남 유한회사' 청산 작업도 조만간 완료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베트남 온라인쇼핑몰 롯데닷브이엔은 운영을 종료한 바 있다.

롯데쇼핑이 해외 사업 정리에 나선 것은 실적 악화 영향이 크다. 실제로 롯데의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유통 사업은 올해 1분기에 백화점 실적이 '코로나19' 직격타를 입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6% 감소한 521억 원에 그쳤고, 매출은 8.3% 줄어든 4조767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2분기에는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외 여파로 매출 감소폭이 큰 데다 마케팅 비용 출혈 등으로 실적 방어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 상태다.

재무 상태가 악화된 것도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롯데쇼핑의 지난 1분기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84.4%와 49%를 기록했고, 순차입금도 21% 늘어난 1조3천81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롯데쇼핑은 국내 사업도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당초 전체 점포의 30% 가량인 200여 개 점포를 3∼5년에 걸쳐 정리할 방침이었으나, 목표치의 절반 이상인 120여 개를 연내 닫기로 했다. 이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은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까지 연달아 악재를 맞으면서 국내외 사업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최근 신동빈 회장이 임원진들에게 '기존 사업만이라도 잘 지켜서 강화하라'고 지시해 각 사업부별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안에 베트남 14개 전 지점에서 오토바이 배송 서비스인 '그랩 익스프레스'를 활용해 1시간 배송 서비스를 확대해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롯데쇼핑]
롯데마트는 올해 안에 베트남 14개 전 지점에서 오토바이 배송 서비스인 '그랩 익스프레스'를 활용해 1시간 배송 서비스를 확대해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롯데쇼핑]

이에 롯데쇼핑은 올 하반기에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부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에 좀 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부분의 사업을 정리한 중국 대신 동남아를 새로운 거점으로 삼고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현지 사업을 정상화시키는 데 전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롯데백화점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휴점했던 점포의 영업을 최근 재개함과 동시에 온라인 등을 통한 프로모션을 적극 펼쳐 실적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유통업체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14개 매장과 모바일 쇼핑 시장을 앞세워 현지 고객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난 2012년 12월부터 현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스피드 엘'을 통해 배송 서비스 강화에 힘을 더 쏟을 방침이다. '스피드엘'은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쇼핑몰로 15km내 주문 상품을 3시간 안에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롯데마트는 '스피드 엘'을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베트남 14개 전 지점에서 오토바이 배송 서비스인 '그랩 익스프레스'를 활용해 1시간 배송 서비스도 확대해 선보일 계획이다. 또 빠른 배송 시간을 무기로 즉석 조리 식품과 신선식품의 경쟁력도 강화시킬 방침이며, 현재 2% 대인 신선·그로서리 제품의 모바일 매출 구성비를 2022년에는 9%까지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롯데마트는 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그랩(Grab)'과의 협력 모델도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그랩이 운영하는 '그랩 마트'에 롯데마트의 델리카 상품을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회나 초밥도 보냉팩과 포장을 개선, 냉장상품도 배송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학재 롯데마트 해외사업부문장은 "점포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배송을 확대하기 위해 점 후방의 전용 패킹 공간을 확대, 2022년까지 주문 처리 능력을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며 "롯데마트가 베트남시장에서 혁신 유통업체로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국 10대 도시의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2~3선의 지역 거점 도시를 연결해 전국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완성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2023년까지 인도네시아 전역에 100개 수준으로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유통업계 또한 온라인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앞으로 전국적인 물류 네트워크가 향후 온·오프라인을 연결한 사업 시너지에도 중요한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롯데마트는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에서 신선식품과 밀솔루션(Meal-Solution)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간 혁신을 통해 기존과 다른 프리미엄 콘셉트의 새로운 소매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문장은 "올해 상반기에는 독자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론칭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소매뿐만 아니라 B2B 등을 아우르는 다채널 확보를 통해 고객들에게 롯데마트의 가치를 전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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