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미도 “‘어쩌면 해피엔딩’ 통해 순수함 유지”

“새로운 관객 많아져 감사하고 기뻐…80세까지 연기할 것”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제게 ‘어쩌면 해피엔딩’은 순수함을 잃지 않게 해주는 작품이에요.”

최근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끝내고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전미도는 창작 단계부터 참여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CJ ENM]

“항상 무섭고 경계하는 부분이 순수함을 놓치는 거예요. 이 작품은 때 묻으면 하기 힘들거든요. 아주 미묘한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함의 유무가 이 작품을 명품처럼 만드느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것 같아요.”

전미도는 순수함의 중요성을 깨달은 예로 마지막 리허설을 들었다. 그는 “연습을 많이 못해서 ‘해보고 싶었던 걸 다 넣어본 다음에 걷어낼 건 걷어내자’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리허설을 했다”며 “찍어놓은 영상을 모니터해보니 과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연출님도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디렉션을 하셨고 나도 ‘이 방향성은 아니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CJ ENM]

‘어쩌면 해피엔딩’은 옛 주인들의 이별 과정을 본 탓에 관계에 관해 냉소적인 헬퍼봇6 ‘클레어’와 옛 주인 제임스의 취향을 닮아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헬퍼봇5 ‘올리버’의 사랑을 그린다. 미래의 이야기를 아날로그의 어쿠스틱 사운드로 풀어내며 독특한 매력과 감성을 선사한다.

전미도는 “이상하게 이 작품은 항상 촉박한 시간에 연습을 해서 연습할 게 너무 많은데 모자란 시간 안에 해내느라 바빴다”며 “이번엔 내가 놓친 것들을 찾으려고 대본을 정말 꼼꼼하게 잘 살펴봤는데 진짜 대본이 무척 좋더라”고 강조했다. “‘이걸 계산하고 썼을까’ 이런 것들이 꽤 많이 있었어요. 다시 한번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에게 대단하다고 ‘너희들은 천재’라고 얘기했어요. 좋은 작품임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이번에 연습하면서 또 한번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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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 대해 그는 “나는 클레어가 기억을 지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만약에 둘 다 기억을 지웠거나 둘 다 가지고 있으면 그 앞에 있었던 일이 계속 반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저는 한번도 기억을 안 지운 적이 없는데 관객들은 때때로 ‘오늘은 지웠네’ ‘오늘은 안 지웠네’ 이렇게 다르게 판단하시더라고요. 그게 재밌어요. 관객들이 느끼는 대로 판단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 지웠다고 생각하면 그 나름대로 주는 감동이 있고, 지웠다고 해석하면 안타까워하면서도 그게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고. 선택은 관객의 몫이죠.”

전미도는 같은 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강혜인·한재아의 태도를 칭찬했다. “클레어가 되게 어려워요. 가끔 ‘이런 건 어떻게 해야 돼요’라고 물어보는데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니까 뭔가를 말해줄 수는 없어요. 대신 같이 고민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어요. 그런 고민거리를 가져와서 얘길 한다는 자체가 반가운 일이에요. 함께 고민하면서 두 배우 모두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하게 됐어요. 아직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표현하는 데 있어서 부끄럽거나 어색할 수 있는데 나중에 그걸 극복하고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연습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되게 예뻐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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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인배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묻자 “경력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너의 경쟁상대는 내가 아니다’라고 얘기한다”며 “나를 두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뷔 1년밖에 안된 신인이 10년 이상 한 나랑 똑같이 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제가 배우 인생을 다시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제가 만약에 옥주현 언니랑 더블 캐스팅이 됐는데 옥주현 언니처럼 노래하길 바란다면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그 비교를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것을 찾아가는데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곤 해요. 그리고 ‘반드시 네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내가 못 가진 순수함이 있다, 그걸 믿어라’고 항상 얘길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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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종영한 후 차기작으로 방송이 아닌 공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전미도는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즌제라 감독님이 6개월 간 다른 것을 하고 오라고 시간을 주셨어요. 다른 드라마는 스케줄을 정하기가 어렵고 아직 채 적응하기도 전에 또 다른 역할로 도전한다는 것이 어렵기도 했죠. 사실 장기간 낮밤이 뒤죽박죽 돼있다 보니까 신체적으로도 좀 힘들어서 쉬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쩌면 해피엔딩’ 무대에 오른 것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전미도는 “공연 쪽에서 계속 러브콜을 주셨는데 이걸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와중에 스케줄적으로도 맞고 작품적으로도 한번은 더 하고 싶었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번에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더 깔끔하게 해결해보고 싶다는 욕심과 ‘지금 하게 돼서 도움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 등의 이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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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공연 팬들이 ‘베르테르’ 20주년 기념공연의 ‘롯데’ 역으로 전미도를 기대한 것에 대해서는 “내게 제안이 왔을 때는 드라마 촬영 스케줄이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았다”며 “드라마와 겹칠 거라고 생각해 고사한 부분이 있었는데 유연석과 얘기가 될 때는 스케줄이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미도와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유연석은 ‘베르테르’의 타이틀롤을 맡아 다음달 말부터 무대에 오른다. “연석이가 정말 할지 몰랐어요.(웃음) 연석이는 스위치가 자유자재로 되지만 저는 그게 아직은 좀 어색하기도 해요. 스케줄적인 면이 큰 데다 그런 점도 있어서 너무 죄송했어요.”

드라마 속 밴드 미도와 파라솔 멤버인 유연석·조정석·정경호·김대명은 최근 다 같이 전미도의 공연을 관람하며 의리를 과시했다. “어떻게 봐줄까 걱정이 되긴 했어요. 워낙 채송화 이미지랑 다르게 깨방정이 많아 혹시나 제가 하는 연기에 대해서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더군다나 공연을 보고 저를 드라마에 추천해준 정석이 오빠가 이 공연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는데 다행히 네 명 다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특별히 감성적인 정경호·김대명 두 사람은 눈이 빨개져서 갔어요. 엄청 바쁜 네 사람이 한 날짜를 맞춰서 보러 와줬다는 게 참 감사했어요. 다시 한번 ‘우리가 친구로서 지낸 시간들이 가짜는 아니었구나’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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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장을 찾는 관객층이 다양해졌다. 전미도는 “인스타그램 댓글이나 편지 등으로 남겨주신 글들을 보니까 유튜브에서 공연 영상들을 보고 뮤지컬에 빠졌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며 “잘 못한 것들도 많아서 부끄럽고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 순기능”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관객들이 공연계로 들어온다는 게 정말 잘된 일이잖아요. 진짜 감사하고 기뻤어요. 대중들이 많이 찾아와주셔서 처음 오시는 분들이 생기니까 웃음소리도 나고 그래서 재밌게 하고 있어요. 그분들이 다른 캐스트도 보신대요. ‘사람이 달라지니까 또 다른 매력이 있네’라고 느끼시면 다른 작품도 보실 거고 그렇게 해서 공연문화에 접어들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요. 이 세계도 한번 파기 시작하면 무궁무진하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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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는 향후 계획에 대해 “공연 끝나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까지 하는 것만 공식적으로 잡힌 계획”이라며 “아직은 아무 계획도 없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봐도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언제나 새로운 이미지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선택하는 편이에요. 다시 말하면 이미지를 깨고 싶어서겠죠.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연기할 수 있는 데면 어떤 분야든 다 관심이 있어요. 근데 영화 쪽에서 제가 어떤 역할로 쓰임 받을 수 있을지 되게 궁금해요.”

전미도 개인의 해피엔딩은 80세까지 연기를 하는 것이다. “나이 들었을 때 제 연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요. 대학 때 주인공이 아닌 역할은 다 했고 특히 노역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김혜자·나문희 선생님 나이가 됐을 때 어떤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되게 궁금하고 항상 꿈꿔요.”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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