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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못 나가니 카드사가 웃었다…상반기 '불황형 흑자'


정부 금융지원책 통해 연체율 개선된 점도 한 몫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올 상반기 카드업계가 만족스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재난지원금 효과라기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출하지 않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연체율이 떨어진 것도 손익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5개 카드사(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삼성)는 올 상반기 8천342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7.5% 오른 수치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3천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신용카드 부문의 수익은 0.9% 줄었지만, 할부금융과 리스 부문의 수익이 대폭 늘어났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3%, 47.8% 증가한 712억원, 1천27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카드는 지난 해 대비 16% 증가한 2천2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신용카드 사업 부문의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난 1조3천116억원으로 나타났다. 할부·리스사업 수익은 1천635억원으로 21.1% 감소했다. 이는 삼성카드가 내실 경영의 일환으로 의도적으로 할부·리스 자산을 줄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민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천6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상승했다. 카드부문에서 전년 대비 2.5% 증가한 1조7천371억원을, 할부금융·리스 부문에서 48.3% 증가한 49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수료를 포함한 기타영업비용을 45억원 가량 줄인 것도 실적에 한 몫 했다.

중소형 카드사의 약진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리카드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9.4% 오른 800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유효회원수도 32만명 증가하며 시장 입지를 키우고 있다. 하나카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93.9% 증가한 65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기저효과에 더해 결제성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전체적으로 빼어난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을 잘했다기보다는 비용 감축의 효과가 컸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마일리지 특화 카드, 여행 특화 카드 등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카드의 사용이 줄어든 데다, 계절에 따라 진행하는 나들이 이벤트도 거의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시도해온 디지털 전환, 비용 효율화 노력도 기여했다.

삼성카드는 좋은 실적을 올린 배경으로 "고비용 저효율 마케팅 축소와 수익성 중심의 사업 재편 등 내실 경영에 집중해오고 있는 것과 함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행업종, 면세점, 놀이공원, 영화관 등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이와 관련한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의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체율 개선도 한 몫 했다. 현행 여신금융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연체 채권의 등급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일환으로 원리금 상환 유예, 만기 연장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서 연체율이 떨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다소 개선되면서, 카드사들의 충당금 적립액이 줄었다"라며 "정부의 금융지원책이 아니었으면, 연체율이 이 정도로 떨어졌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찌됐든 금융지원 조치가 끝나면 모두 상환돼야하는 채권들인 만큼, 카드사로선 리스크 요인을 계속 안고 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한카드의 올 상반기 연체율은 지난해 1.45%에서 1.26%,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1.25%에서 1.08%로 떨어졌다. 우리카드의 연체율도 전년 동기 대비 0.33%포인트(p) 떨어진 1.08%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재난지원금의 절반 이상이 수수료율이 낮은 영세가맹점에서 사용된 데다, 지원금 신청을 위한 별도의 서버 구축, 인건비 등 지출된 비용도 크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8개 국내 카드사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까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9조5천647억원 중 사용된 금액은 5조6천763억원이다. 사용액의 64%인 3조6천200억원이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가맹점에서 사용됐고, 이중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선 1조4천693억원이 쓰였다.

현행 우대수수료 체계에 따르면 연 매출액 3억 이하의 가맹점에 대해선 ▲신용카드 0.8% ▲체크카드 0.5%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10억 이상 30억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1.6% ▲체크카드 1.3%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해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 규모 자체는 커진 게 사실이나, 신청을 위한 서버 구축이나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손익 측면에서 큰 효과를 봤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재난지원금보다는 비용 감축 효과가 컸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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