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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혼란기일수록 신중해야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정부의 수도권 공공시설 운영제한 조치 완화 결정에 따라 취소 위기에 있던 국립극단의 연극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과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가 관객과 만났다. 비록 일주일여 짧은 기간이었지만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힘들게 준비한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두 공연이 폐막한 지난 26일엔 올 시즌 처음으로 프로야구 경기에 관중이 입장했다. 이날부터 프로야구 관중석의 10% 규모로 입장을 시작한다는 정부의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 재개’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6개월이 지났고, 계속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철저한 방역과 거리두기를 전제로 문화·스포츠 업계도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왔다.

하지만 이를 엎고 다음날 공개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 콘서트 관련 소식은 여러 정책적 문제점을 직시하게 했다. 제작사 쇼플레이는 ‘미스터트롯’ 콘서트를 위해 방역비용으로만 1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했으나 서울 송파구가 공연 3일 전인 지난 21일 5천석 이상 대규모 공연장의 집합금지 명령을 내려 예정된 리허설을 취소하고 5회 공연을 잠정 연기해야만 했다.

송파구는 집합금지 명령 공고문에서 “확진자 발생 시 인원이 많아 신속한 역학조사 및 자가격리를 통한 감염 대처가 어려워 대규모 확산이 우려된다”며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쇼플레이는 결국 서울행정법원에 송파구를 상대로 집합금지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27일 알렸다. 소송 제기 이유에 대해서는 “가요 콘서트가 최소한의 지침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공연 하루 전에 취소된 태사자 콘서트도 언급하며 “어떠한 원칙과 잣대 없이 중단만 요구해 가수 및 스태프들의 줄도산이 예상된다”고 호소했다. 쇼플레이는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연극과 뮤지컬은 체온 측정과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 등 철저한 방역 속에서 재개하고 있다. 좌석 띄어 앉기를 하지 않는 다수의 연극·뮤지컬들도 중단 없이 관객을 들였기에 유독 대중음악 공연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연극은 대부분 소극장에서 공연되고 대형 뮤지컬이 올려진 대극장도 2천석이 넘지 않는다. 결국 공연장의 규모에 따라 감염 위험도를 판단했음에도 공연 장르의 형평성 논란으로까지 번진 것은 일관성 없는 정책과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의 부재가 낳은 혼란이라고 볼 수 있다.

무조건 5천석 이상 공연장에서의 공연을 금지할 게 아니라 장르의 특성에 맞는 공연장을 잘 활용해 국민이 제한적으로나마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며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통제가 대부분이면서 일부에 기회를 준 것으로 “국민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위안을 주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하는 전시행정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문화예술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그렇기에 더욱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논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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