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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험하게…'SBS스페셜' 채팅앱에서 생긴 일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익명 채팅앱 속에서 위협받는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방법은 무엇일까.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 세상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스마트기기에 적응력이 빨라 온라인 및 SNS상에서 활발히 활동한다. 익명의 세상이 더 재미있고 이렇게 매일같이 마주하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양하고 무분별한 내용이 오가는 디지털 세상이기에 아이들은 '즐겁지 않은' 정보도 무방비 상태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다.

“(성적인 내용이) 자꾸 떠서 자동으로 보게 되니까 뭔가 내가 잘못한 것 같고. 머릿속에 그게 남아서 느낌이 너무 이상해요.“ SNS를 사용하는 초등학생의 말이다.

아이들은 각종 SNS를 통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위험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최근 특정 익명 채팅앱들을 청소년 유해 매체로 지정했다. 익명의 낯선 이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이 채팅앱에서 아동‧청소년들이 접하기엔 지나치게 선정적인 대화들이 오간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개인정보가 남지 않아 신고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하여 많은 이들이 불순한 의도로 아이들과 접촉하고 있다.

“저는 이런 (선정적인) 쪽지를 많이 받아봐서 이제 익숙해졌어요. 친구들도 지금은 재밌다면서 계속 하더라고요. 어떤 애는 익명 채팅앱에서 만난 남자가 안아달라고 해서 2만원 받고 안아준 적 있어요. 친구들끼리 서로 자기가 만났던 남자들 얘기하면서 '누가 돈 더 많이 받나' 내기 같은 것도 하고 그래요.” 친구들과 익명 채팅앱을 사용하는 중학생이 실상을 전한다.

익명 채팅앱을 사용해본 청소년들은 대부분 상대에게 '미성년자'임을 밝혔음에도 선정적인 쪽지들을 끊임없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벼운 용돈 벌이를 제안 받게 되면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어 호기심에 만남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성 규범은 다 무너졌다고 봐야 해요. 모든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접근해서 성을 사고팔 수 있다, 그렇게 주입시킬 기회를 준 게 이런 익명 채팅앱이예요.”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의 진단이다.

'SBS스페셜' [SBS]
'SBS스페셜' [SBS]

“X톡, △톡, O톡, 이렇게 깔아서 혼자 휴대폰 세 대를 놓고 익명 채팅앱에 게시물을 쫙 올려요. 그다음에 (여자애들이랑) 성 매수자들이랑 연결해주고, (조건만남) 갔다 오면 돈 나눠 받고.” “아무래도 제가 중간에서 소개시켜준 애들은 제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저 같은 포주를 끼고 일하는 게 안전하죠.” SBS스페셜이 어렵게 만난 '또래 포주' 용희(가명 19), 성윤(가명 17), 해은(가명 16)의 말이다.

이들 또래 포주들은 학교에 다니며 용돈 벌이의 수단으로 또래들의 성매매를 알선하고 있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 플랫폼들에서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익명 채팅앱은 약 400여 개로 추산된다. 성별도, 나이도 알 수 없이 철저하게 익명으로 소통하기에 개인정보가 남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많은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가 익명 채팅앱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익명 채팅앱이) 성착취 범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니 알선업자라고 봐야 되는데 그렇게 보는 법률이 없는거죠”라고 말한다.

익명 채팅앱을 통해 퍼져가는 아이들의 피해를 막을 순 없는 건지 제작진은 한 채팅앱 개발전문가와 함께 익명 채팅앱의 운영방식을 분석했다.

“(익명 채팅앱을 켜보니)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 아님에도 방치되고 있다는 건 개발자의 부재거나, 의도한 경우거나.” 채팅앱 개발전문가 노현우 대표의 분석이다.

2019년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약 77.7%의 익명 채팅앱들이 사용 가능연령을 성인 등급으로 설정하여 인증을 거쳐야만 이용 가능하게끔 되어있다. 그런데 제작진이 만난 한 중학생은 만 18세로 설정되어 있는 익명 채팅앱에 아무런 문제 없이 출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 앞선 채팅앱 개발 전문가의 도움으로, 익명 채팅앱 개발자들이 지정하는 '사용 가능연령'에 대한 비밀을 함께 파헤쳐봤다.

제작진은 익명 채팅앱을 통해 아이들의 성을 사려고 하는 이들은 누구인지 '15살 여중생'으로 프로필을 설정하여 취재 당시 만났던 아이들이 많이 사용했던 익명 채팅앱에 접속했다. 미성년자임을 밝혔음에도 하루 동안 접근한 성인 남성들만 218명, 그들은 모두 음란한 사진이나 메시지를 보내면서 조건만남을 제안해왔다.

제작진은 218명의 남성들 중 “지금 찾아갈 테니 당장 만나자”며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했던 9명의 남성들과 마주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여러 지역에서 찾아왔다. 익명 채팅앱에서는 '15살 여중생'의 상세한 신체 프로필을 물어보고 사진까지 요구했던 성 매수자들은 제작진을 만나자 “미성년자인 줄 몰랐어요. (익명 채팅앱에서는) 마음대로 나이를 바꿀 수 있다 보니까 거짓말한 줄 알았어요”, “저 익명 채팅앱 원래 안 해요. 나이가 있는데. 재수가 없어서 걸린 거지” 라며 태도를 바꿨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제가 봤을 때 아이들을 피해자로 보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우리의 사회적 시각이 소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돈 때문에 자기의 성을 팔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걸 성 매수자들이 아니까 그렇게 자신만만한 거예요. 사회적 인식에 범행을 맞추는 거예요” 라고 지적한다.

국내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 아동‧청소년 성 매수자들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서 그쳤으며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8%에 그쳤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이 ‘또래 포주’의 등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12일 밤 11시 5분에 'SBS스페셜'을 통해 방송한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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