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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월의 서프라이즈'에 남한은 당사자 아니다


4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북핵 합의까지 인내심 갖고 기다려야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하는 7일 이른 새벽 북한은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남한 정부의 북미회담 중재 노력에 대해 맹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한 담화문에 따르면 “남쪽동네에서는 조미수뇌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자기들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헷뜬 소리들이 계속 울려나오고 있다”며 “이처럼 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 뿐”이라고 비난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 [뉴시스]

담화문에서 읽을 수 있듯이 북미회담에 남한 정부가 참여하려고 하는 것은 북미 핵협상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4일 발표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문에서도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남한 정부의 중재 노력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고, 그것은 세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경험에서 나온 태도이다.

북한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거기에서 발표한 4·27판문점선언 당시만 해도 남한에 대해 우호적인 협조를 기대하면서 손잡고 나아갈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분위기는 같은 해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공동선언 및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가 도출되면서 남북한은 한껏 평화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남북한의 과속을 주시하던 미국은 그해 11월 20일 한미 워킹그룹을 공식 출범시켰다. 워킹그룹 설치 명분은 원활한 업무 협의였으나, 사실은 남북한의 과속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그 후 운영되는 실태를 보면 명백하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한 정부는 미국의 승인 없이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한의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당시 강경화 외무장관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신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는 발언으로 국내 보수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남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가능성에 대해 즉각적으로 일축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남한 정부가 주장하던 중재자론은 역할을 잃게 됐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는 중재자론에서 한 발 더 디뎌 운전자론까지 역할을 증폭시켰으나,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드러났듯이, 그 모든 것은 북미가 동의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희망사항’이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 회담에 동석하기 위해 미국 측에 얼마나 많은 요청을 했었는지는 최근에 발간된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의 회고록에서 부끄러울 만치 잘 드러나 있다.

북한도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는 없지만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즉 적어도 북미정상회담에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은 볼턴 회고록에서 과정을 읽을 수 있듯이 북한의 핵폐기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제재 완화가 핵심 이슈였다. 이 점에서 남한 정부는 지정학적인 당사자이기는 하지만 협상의 당사자는 될 수가 없다. 핵무기 폐기를 주도할 수도 없고, 미국의 제재 완화를 주도할 수도 없다. 결국 북미정상회담 의제에 있어서는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남한이 끼어들어 대미 협상을 어렵게 하는데 대해 매우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황이다. 북한 정부가 남한 정부에 대해 북미 협상과 관련, 끊임없이 신경질을 내는 것은 자신들의 생존이 걸린 북미 협상에 행여 남한 정부가 장애 요인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이다.

어떻게 보면 흥분한 문재인 정부의 섣부름이 미국의 안보·외교 노선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평화는 늘 회자되듯이, 주변 강대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것이기 때문에 치밀하고 참을성 있게 추진해야 맞을 것이다.

독일 통일의 경우, 동서독은 통일이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가 걸린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사전에 강대국들을 자극하는 통일이라는 단어를 극히 조심했다. 숨을 죽이고 끝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먼저 독일 통일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고, 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동서독 시민들은 베를린 장벽을 타고 올라 허물어버리면서 통일을 이루었다. 정말 큰 일에는 열정보다 순서가 더 중요하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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