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고병준 “꼭 1등하고 싶었는데 진짜 1등…노래중단 땡땡땡 소리 못들을 정도로 집중”

제19회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 대상…"레오 누치 뛰어넘는 성악가 되겠다"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예선 때 노래에 너무 집중해 심사위원이 치는 종소리를 못들었습니다. 계속 노래를 불렀더니 중간에 끊으려고 종을 3번이나 땡땡땡 쳐 상처를 받았어요.(웃음) 이대로 물 먹는 것 아닌가하고 상심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본선에 진출해 마음이 풀렸죠.”

바리톤 고병준이 모두 244명이 참가한 ‘제19회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에서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차지했다. 상금도 700만원을 받았다.

'제19회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에서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차지한 바리톤 고병준이 결선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본선무대에서 차이콥스키 <스페이드의 여왕>에 나오는 옐레츠키의 아리아 ‘당신을 사랑합니다(Ya vas lyublyu)’와 조르다노 <안드레아 셰니에>에 흐르는 제럴드의 아리아 ‘조국의 적(Nemico della patria)’을 불러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병준은 30일 “우승의 비결은 역시 집중력이었다”고 밝혔다. 노래를 중단하라는 시그널 종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온몸의 기운을 노래에 쏟아 부었다.

“콩쿠르에 나갈 때 마다 항상 ‘본선 진출에만 만족하자’라며 큰 욕심을 내지 않았습니다. ‘재미있게 후회없게 하자’ 이런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습니다. 정말 1등을 하고 싶었어요. 꼭 1등을 해야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 물었는데 이게 도움이 됐어요.”

그는 처음엔 실용음악을 전공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정통 성악가의 길을 걷기를 권유해 진로를 수정했다. 누구나 그렇듯 가족의 격려와 응원이 그를 만든 셈이다. 오페라 첫 데뷔는 대학 3학년때인 2014년 <사랑의 묘약> 둘카마라 역이었고, 성인무대 공식데뷔는 2016년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참가작인 베세토오페라단 <리골레토>에서 몬테로네 역이었다.

고병준의 또다른 음악인생 터닝포인트는 ‘라벨라 오페라 스튜디오’다. 라벨라 스튜디오는 라벨라오페라단이 우수한 실기 능력을 가진 성악가를 뽑아 무료로 오페라 가수로 키워 데뷔를 돕는 사회공헌프로그램이다. 그는 8기로 들어와 실전무대 감각을 익히며 프로페셔널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공연한 창작오페라 <블랙 리코더>에서 ‘변기통 할아버지’ 변소호 역할을 맡아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치매노인 배역이었는데 해학적 해석과 연기를 통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단장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줬습니다. 스킬도 스킬이지만 ‘성악이라는 학문의 고급스러움’을 깨닫게 해줬습니다. 대중가요와 크로스오버와는 차원이 다른 성악의 가치를 알게 해줬습니다.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한 것이 대상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야심’도 살짝 공개했다. 바리톤 이재환과 레오 누치를 좋아한다는 그는 “앞으로 ‘리골레토’하면 세계에서 첫 번째로 고병준 이름이 오르는 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꼭 이루어져야 할 아름다운 패기다.

콩쿠르 대상 타이틀을 달았는데 부담감은 없느냐는 질문엔 “없습니다. 계속 1등을 목표로 한국을 빛내는 성악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확실한 폭풍질주 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8월 수원에서 키즈 오페라 <푸푸아일랜드> 무대에 섭니다. 사기꾼 약장수 둘카마라 역할이에요.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이 많이 가는 작품입니다. 어린이들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제가 힐링이 됩니다. 많이들 와서 '콩쿠르 대상 수상자' 응원해주세요.”

◆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 금상 한예원·은상 박주성·동상 정태준

'제19회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 영광의 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대상 고병준, 금상 한예원, 은상 박주성, 동상 정태준.

한편 지난 23일 국립오페라단·한국성악가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9회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에서는 대상 고병준에 이어 소프라노 한예원(서울대 재학)이 금상을 거머쥐며 상금 500만원과 세아이운형문화재단상을 받았다. 바리톤 박주성(연세대 재학)이 은상(상금 300만원·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상)을, 바리톤 정태준(한세대 졸업)이 동상(상금 200만원·한국성악가협회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는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차세대 성악가들의 등용문으로 통한다. 국립오페라단은 역대 수상자들에게 정기공연을 비롯해 교육 프로그램 ‘교실 속 오페라 여행’ ‘오페라 학교 가는 날’ ‘지역순회 오페라’ 공연 등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19년도 수상자 중 소프라노 조한나는 2020년 국립오페라단의 ‘봄밤콘서트’에 출연했으며, 바리톤 안민규는 국립오페라단의 차기 공연 예정인 ‘서부의 아가씨’에 캐스팅돼 오페라 무대에 데뷔할 예정이다.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가 배출한 수상자로는 테너 정호윤·김건우·이원종, 소프라노 황수미·박혜상, 베이스바리톤 길병민 등이 있다.

민병무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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