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인-김기성·김지연 카뱅 매니저] 1원~999원 자투리돈 모으는 '저금통' 230만 계좌 빅히트


금액 보여주지않고 '치킨 한마리' '프레즐 한입' 등 아이템으로 표시 호평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카뱅 저금통 100일째인데 보쌈만큼 모였다네요. 요즘 보쌈 가격이 얼마죠?" "푼돈이라 별로 신경 안 썼는데 벌써 에어프라이어 살 정도! 뿌듯합니다."

카카오뱅크의 '저금통'은 내 계좌에 얼마가 적립됐는지 금액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피자 한판' '자판기 커피' 'PC방 1시간' '편의점 우산' '조조영화 티켓' 등의 아이템으로 대략 가격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김기성 카카오뱅크 뉴플랫폼기획팀장(왼쪽)과 김지연 카카오뱅크 매니저가 '라이언' 체크카드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포털 사이트에 '카뱅 저금통'을 검색하면 본인이 모은 저금통 아이템 스티커를 공유하고 자랑하는 투자자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상품이 출시 6개월이 지난 현재 '26주 적금'과 함께 카뱅의 또다른 대표 투자상품이 됐다.

저금통 누적 계좌 수는 230만개에 달한다. 전체 카카오뱅크 고객 1천300만명에서 5명 중 1명이 가입했다.

◆ 9만9천900원짜리 아이템은? "비밀입니다"

저금통은 내 카카오뱅크 계좌의 잔돈을 1원부터 999원까지 규칙에 따라 매일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서비스다. 최대 저축한도는 10만원으로, 전부 모으게 되면 저금통을 비워 출금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10일 출시돼, 올해 4월11일에 처음으로 10만원을 가득 채운 고객이 나왔다.

이 저금통 상품을 기획한 김기성 카카오뱅크 뉴플랫폼기획팀장과 김지연 매니저를 지난 16일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저금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재미'와 '편리함'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고객의 70% 정도가 20·30 고객인데, 저축 경험이 적다보니 처음 시작하는 것 자체를 하기 힘들다는 고객이 많았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소액저축 서비스를 만들자' 하고 기획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지연 카카오뱅크 매니저(왼쪽)와 김기성 카카오뱅크 뉴플랫폼기획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저금통은 대단한 의지가 없어도 부담없이 만들고,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 어느새 10만원이 된다는 점에서 젊은 고객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게다가 시작하고 나니 의외로 고액 고객들도 저금통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계좌 잔액이 5만3천230원일 때 저금통 동전 모으기 기능을 켜놓으면 230원 잔돈을 저금통으로 넣게 되거든요. 깔끔하게 내 통장 잔고가 5만3천원으로 정리되는 게 기분이 좋다는 고객들이 많더라고요."

저금통의 가장 큰 특징인 '금액 가리기'는 출시 전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적립된 금액을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호불호(好不好)'가 갈릴 만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시 후 반응을 모니터링했더니 각종 아이템을 확인하고 추측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호평이 우세했다.

김 매니저는 "모은 금액을 대략 아이템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데, 다음에는 무슨 아이템이 나올지 궁금해서 비우지 않고 계속 저축하게 된다는 반응도 많았다"고 전했다.

저금통 모으기는 1원부터 적립되고 10만원이면 꽉 차는 만큼 아이템 금액은 1원부터 10만원까지 있다.

금액대에 해당하는 아이템을 수집하기 위해 담당자뿐만 아니라 전체 팀원들이 머리를 모았다. 커머스 사이트의 제품 목록이나 소비자 물가지수표 등도 참고했다.

현재 50개가 넘는 아이템은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다. 특히 저금통 잔액 구간에 따라 촘촘하게 겹치는 금액대가 많을 경우 중복 아이템에 지겨워지지 않게 신경 써서 추가하고 있다.

"가장 싼 아이템은 1원짜리 '프렛즐 한입'이고요. 가장 비싼 아이템은 10만원 직전에 나오는데 무엇인지는 비밀입니다. 고객들이 직접 모아가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으니깐요."

◆ AI 활용한 '자동 모으기', 빅데이터 활용 무대

카카오뱅크는 지난 3월에는 우리나라 은행권 최초로 고객의 계좌에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분석을 적용한 '자동 모으기' 기능을 저금통에 추가했다.

저금통에 연결된 입출금 통장의 과거 6개월간 잔액과 입출금 패턴을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하여 매주 토요일마다 고객에게 알맞은 저축 금액을 산출해, 저금통에 저금하는 기능이다.

김 팀장은 "고객의 계좌 입출금, 소비 패턴을 파악한 뒤 다음 주에는 어느 정도 소비를 할지, 어느 수준까지 저축이 가능할지를 AI가 예측해 1천원에서 5천원 사이에서 자동으로 저금통에 모아주는 것이다"이라며 "통장의 절대값이 중요하지 않고 추이가 중요한데, 소비를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저금통 적립 금액이 줄어든다"고 풀이했다.

자동 모으기는 카카오뱅크의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고도화된 서비스다. 향후 금융권 '마이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되면,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상품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때 저금통 자동 모으기와 같은 서비스에서 축적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성 카카오뱅크 뉴플랫폼기획팀장(왼쪽)과 김지연 카카오뱅크 매니저가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사실 저금통의 경우 최고 적립액이 10만원에 불과한 만큼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수신고 증대에 큰 도움이 되는 상품은 아니다.

그렇다면 카카오뱅크는 이런 상품을 왜 출시했을까.

김 매니저는 "기존에 카뱅 계좌를 만들었어도 활용을 하지 않다가 저금통을 처음 개설하면서 카뱅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다"며 "저축이 될 때마다 알림이 뜨기 때문에 앱을 자주 방문하게 되고 활성화와 충성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 모으기 추가 이후 새로운 업데이트도 고민 중이다.

자동 모으기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예전보다 10만원을 모으는 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에 10만원을 채운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계속 저축 습관을 이어갈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

뉴플랫폼기획팀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기획하는 일을 한다. 저금통 이후에도 계속해서 '카뱅스러운' 상품을 내놓기 위해 고심 중이다.

김 팀장은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나 카뱅앱을 플랫폼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 자동화기기(ATM) 등 오프라인 전략 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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