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우' 상표권 분쟁…돈보다 가치에 집중해야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3천700억 원. 위니아대우가 지난 30년간 해외에 대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지출한 돈이다. 실제 위니아대우의 매출 75%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해외에서 대우 브랜드의 인지도는 상당하다.

하지만 위니아대우가 '대우'를 사용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대우' 해외 상표권을 쥐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사용료'를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대우 상표권은 국내는 양사 등이 공유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단독으로 갖고 있다.

위니아대우는 그동안 해외에서 '대우' 브랜드를 쓰기 위해 해외 매출의 0.5%, 최소 사용료 18억 원을 기준으로 사용료를 지급해왔다. 이 때문에 적자가 나는 상황에도 최소 18억 원을 내야 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위니아대우에 사용료율을 유지하되 최소 사용료를 35억 원으로 상향하는 재계약안을 제시했다. 최소 사용료를 기존보다 2배 가까이 올린 셈이다.

위니아대우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우' 해외 상표권 계약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위니아대우]

위니아대우는 사용료 인상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위니아대우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브랜드 사용료로 약 250억 원을 지급했는데, 해당 기간 위니아대우 관련사의 누적 영업적자는 544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어 사용료 인상은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0.5%의 요율이 다소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집단의 브랜드 사용료율은 0.007~0.75%로 기업마다 차이를 보였는데, 대부분의 기업이 0.1~0.2%에서 사용료율을 책정했다. 20개의 기업 중 0.5% 이상의 사용료를 받는 곳은 2곳에 불과하다.

특히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용료를 책정할 때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매출을 기준으로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위니아대우의 경우 브랜드 홍보를 위해 1년에 평균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이 역시 고려되지 않고 있다.

위니아대우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상대로 상표권 사용 계약과 관련해 1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상표권 관리 의무 등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고, 상표권을 허술하게 관리해 영업과 마케팅 활동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중국과 프랑스 등에서 중소 가전업체가 '대우' 상표권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다른 기업과 '대우' 브랜드의 해외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오는 7월 8일 결정선고가 진행된다. 위니아대우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상표권 계약은 이달 30일까지인데, 사실상 일주일의 시간을 번 것이다. 이때까지 재계약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위니아대우는 '대우' 상표권을 쓰지 못하게 된다.

브랜드 사용료를 두고 벌어지는 기업 간 갈등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상표권을 갖고 있는 기업과 사용료를 내고 상표권을 사용해야 하는 기업의 셈법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분쟁을 두고 씁쓸함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점차 사라졌던 '대우' 브랜드를 성장시켜온 위니아대우의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일까, 해외 기업에 '대우'를 넘겨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일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포스코대우가 변경한 사명이다. 그룹 정체성을 위해 '대우'라는 이름을 지우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대우' 브랜드를 지키고 성장시킨 곳은 '대우' 브랜드 주인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아닌 '대우'를 빌려 쓰고 있는 위니아대우로 보인다.

대우그룹은 해체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국민 기업'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대우'가 주는 상징성은 상당하다. 한때 재계 서열 2위에 오르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그룹이다. 그룹 해체 후에도 '대우' 브랜드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사용료'에 집중하기보다는 '대우'라는 이름이 지닌 가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민지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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