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업인의 자유를 허(許)하라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소위 경제주체는 가계, 기업, 정부이다. 각각의 성격상 다른 색깔을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밸류체인(Value Chain)으로 엮여있다. 어느 한 곳이 제역할을 못 할 땐 분명 이상 신호가 생기는 구조이다. 각 경제주체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수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家長)과 기업인(企業人) 그리고 대통령(大統領)이다.

근데 정부의 방향이 이상하게 흐르는 느낌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터지기 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가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계소득을 높이기 위한 소득주도 성장정책과 '갑을(甲乙)' 관계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에서다.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지난 3년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하고 그간 고착화된 갑을관계에서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국민의 체감도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

지난해 국민소득이 역성장한 것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인 4.3%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 때인 2009년(-10.4%) 이후 최대폭다.

이달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천115달러이다.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이자·배당 등의 소득을 합한 금액이다. 이를 전체 인구로 나눈 1인당 국민총소득은 국가 경제 규모를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선진국 진입 지표로 해석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국민소득에는 가계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의 소득도 포함돼 있다. 기업·정부 몫을 뺀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이 실질적인 1인당 국민소득인 셈이다. 지난해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원화 기준으로는 2천26만원이다. 1년 전보다 1.9%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 표준인 달러화 기준으로는 3.8% 감소한 1만7381달러였다.

어딘가에서 심각한 동맥경화 현상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 필자가 판단하기엔 기업인이다. 그 동맥경화를 유발한 주체는 정부가 아닌가 싶다. 가계소득의 기반이 되는 기업인이 흔들리니 가족 구성원인 가계소득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를 지탱하는 기업이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 국민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하니 기업인과 기업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기업 총수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일은 일상화됐고 규제는 이중삼중으로 기업들을 꼭꼭 더 옥죄고 있으니 말이다. 주요 그룹 총수 중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은 곳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규제는 어떠한가. 그 법안에는 상법과 공정거래법이 작용하고 있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감사 선임 시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불발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두 법안 모두 가뜩이나 힘든 기업들에겐 어느 곳에서나 도사리는 덫과 같은 존재이다.

현재 기업들은 미증유의 터널에 들어섰다. 그만큼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최고조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의 지속 생존이 불투명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과 중국 간 패권싸움은 지속되고 일본의 수출빗장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재계에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이어 미중 패권싸움, 일본 수출제재로 수출길이 꽉 막힌 상태에서 기업인과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숨이 막힌다"는 하소연은 분명 엄살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서 기업들이 무너질 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정부 개입 최소화와 규제 철폐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7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 ) 교수는 정부 통제와 개입이 인플레이션·실업·경기침체·불황 등과 같은 경제적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 인물이다. 심지어 1944년에 쓴 그의 저서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에서는 "정부 개입이 궁극적으로 국가적인 재앙을 불가피하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험경제학 창시자이자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논 스미스(Vernon Lomax Smith) 박사는 한국 경제를 향해 직접적으로 조언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집권 후반기인 2007년 방한에서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 과감한 규제 철폐를 통해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시장의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금이 딱 그 시점이다. 코로나19로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도 살리면서 지난 3년간 겉돌았던 소득주도성장의 답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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