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품 판매 첫날부터 삐걱…소비자 불만 폭발

접속 힘들고 전체 제품 80% 품절…"병행수입과 다를 것 없어"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사고 싶었던 제품이 있어 오전 10시 정각에 맞춰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서버 문제로 접속이 안 돼 1시간 반쯤 후 다시 접속했더니 제품이 이미 품절돼 있었어요. 인기 많은 제품들은 물량이 적게 풀린 것 같아요."

3일 오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 재고 면세품을 구매하려다가 실패한 소비자 유진영(28·여) 씨는 불만 어린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제품들도 생각보다 할인율이 높지 않아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면세점으로부터 시작된 재고 면세품 판매가 첫 날부터 연이은 '완판'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로부터는 막상 살 것이 없었다는 불만에서부터 낮은 할인율, AS 불가능 등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접속 폭주에 '서버 마비'…200종 품목 중 180종 품절

이날 판매는 '서버 마비'로부터 시작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오전 10시부터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신세계면세점의 재고 면세품 예약 판매를 시작했지만, 판매 개시 전부터 다수의 소비자가 접속하면서 서버가 다운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평소 대비 약 20배 이상의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서버를 증설했지만, 밀려드는 접속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평소 일평균 20만 명 정도가 접속하는 서버에 동시에 15만 명이 접속해 서버가 버티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신세계백화점 재고 면세품 판매가 높은 흥행세를 보였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이 같은 초기 오류에도 대부분 제품들은 정상 판매가 시작된 오전 11시 30분 이후 속속 품절됐다. 생로랑의 '루루 모노그램 미디움 체인 숄더백', 발렌티노의 '로고 리본 크로스백' 등이 순식간에 '완판'을 기록했고, 오후부터는 준비된 200개의 품목 중 20개 품목만 재고가 남았다.

업계는 당초 이번 재고 면세품 판매가 높은 인기를 끌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샤넬·루이비통 등 인기 명품 브랜드가 행사 참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보다는 한 등급 아래로 평가받지만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보테가베네타·발렌시아가·생로랑 등 브랜드들이 이번 행사 참여를 결정해 '온라인 오픈런'이 벌어졌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브랜드들의 정품이 믿을 수 있는 유통 경로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 것이 이번 재고 면세 명품 흥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롯데·신라 등의 재고도 시중에 풀릴 예정인 만큼 구매 기회는 지속적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인율 예상보다 낮고 AS도 불가능…소비자 불만 고조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가 '요란한 빈 수레'라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상품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고, 할인율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라 직구 등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에스아이빌리지는 이번 행사에서 대상 브랜드의 지난해 가을·겨울 라인업을 주로 판매했다. 품목별 할인율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 수준이었다. 또 브랜드별 대표 상품 할인율에도 차이가 있어 생로랑의 '케이트 모노그램 사첼백 미디움'은 21%, 보테가베네타의 '도큐먼트 케이스'는 33%, 발렌시아가의 '클래식 시티 스몰 토트백'은 17%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교환, 환불, AS등이 불가능하면 병행수입 제품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제 할인율이 적용된 일부 제품은 인터넷 최저가보다도 낮은 가격을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높은 인기를 끄는 제품은 대부분 할인율이 낮아 구매할 메리트가 없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특히 반품·환불·AS가 모두 불가능해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병행수입 제품과 무엇이 다르냐는 불만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통상 명품 AS는 백화점 등 구입 채널에서 제공된다. 하지만 면세품은 각 브랜드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번에 판매되는 제품은 면세점이 각 브랜드에게 구입한 제품으로, 면세점 AS 규정이 적용돼 구입처를 통한 AS가 불가능하다.

행사 제품을 구매하려 했지만 포기한 직장인 김아영(33·여) 씨는 "이번에 판매되는 제품들은 유명 유통 채널을 통해 정품인 것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해 구매를 포기했다"며 "판매되는 라인업도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고, 인기가 많은 제품들은 백화점 구매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가격 조건을 합리적으로 맞추기 위해 AS 등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브랜드와 직접 계약해 구입한 물품이 아닌 만큼 AS를 포함하면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보복소비' 심리 업고 판매 흥행 지속될 것"

신세계면세점의 이번 재고 면세품 판매가 이 같이 높은 흥행을 기록함에 따라 업계의 시선은 롯데·신라·현대 등 후발 주자에게로 쏠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에 총 10개 브랜드의 제품을 롯데백화점 및 아울렛 일부 점포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또 신라·현대면세점도 이르면 이번달 내 면세품 판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같은 판매 호조가 '보복소비' 심리로 인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여행 등을 다니기 어려워졌고, 이를 위해 준비해 둔 예산을 적절한 기회에 고가 물품을 구매할 때 사용하겠다는 소비 트렌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온라인 오픈런'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지난달 샤넬 가격 인상 전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소비자들. [사진=아이뉴스24 DB]

실제 지난 4월 말 황금연휴 기간 동안 백화점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0% 높은 명품 매출을 기록하는 등 보복소비의 힘을 입증한 바 있다. 이에 향후 예정된 판매에서도 이번과 비슷한 '완판사례'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번 행사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 업계에도 어느 정도 보탬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및 상품 라인업이 약하다는 지적에도 흥행을 기록한 것은 제품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더라도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제법 많았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이어질 재고 면세품 판매도 오늘과 비슷한 흥행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행사는 비록 마진이 높지 않더라도, 판매조차 불가능했던 제품들의 판로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면세업계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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