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에서 시작된 100년…성악가 12명 '한국가곡 1000년' 꿈을 노래한다

임청화·박기천·박경준 등 출연 '울 밑에 선 봉선화야' 6월26일 공연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일부 논란이 있지만 2020년은 한국가곡 탄생 100주년의 해다. 홍난파(1898~1941·본명 영후)는 1920년 4월 ‘애수(哀愁)’라는 제목의 바이올린곡을 만들었고, 1921년에 그의 단편소설집 ‘처녀혼’의 서두에 악보를 수록해 공식적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1925년에 김형준이 이 기악곡에 가사를 달아 지금과 같은 모습의 ‘봉선화’가 나왔다. 곡이 먼저 만들어지고 6년 뒤에 노랫말을 붙인 ‘어정쩡한 탄생’ 탓에 ‘봉선화’를 우리 가곡의 효시로 보지 않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1922년 이은상의 시에 박태준이 선율을 단 ‘동무생각’을 최초의 한국가곡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봉선화’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20년이나 지난 뒤였다. 소프라노 김천애(1919~1995)가 1942년 봄 도쿄에서 열린 한 음악회에서 앙코르로 부르면서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다. 김천애가 흰색 저고리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자 동포 청중은 금세 눈물바다를 이뤘다고 한다. 그해 가을, 서울과 평양 등에서 개최한 귀국 음악회에서 ‘봉선화’를 다시 불러 조선인의 마음을 울리자, 일제는 금지곡으로 묶고 음반까지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노래는 이미 알음알음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최대 히트곡이 됐다.

우리가곡 100주년 기념음악회 ‘울 밑에 선 봉선화야’가 오는 6월 26일(금) 오후 4시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린다. 윗줄 왼쪽부터 소프라노 임청화, 소프라노 김지현, 소프라노 이재은, 소프라노 박현주, 소프라노 강혜명, 테너 박기천. 아랫줄 왼쪽부터 테너 이영화, 테너 박주옥, 테너 김기선, 바리톤 박경준, 바리톤 김민성, 베이스 최홍석.

인기의 비결은 역시 저항의식이 강한 노랫말과 애절한 선율 때문이다. 초가집 울타리 밑에서 모진 비바람을 겪으면서도 마침내 한여름에 빨갛게 피어나는 봉선화의 이미지는 일제 치하에서 독립을 갈구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맞아 떨어졌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 네 형체가 없어져도 / 평화로운 꿈을 꾸는 / 너의 혼은 예 있으니 / 화창스런 봄바람에 / 환생키를 바라노라” 특히 3절에는 비애를 넘어 부활을 다짐하고 있어 숙연하다. 76세에 타계한 김천애는 생전에 1~2절은 3절을 도입하기 위한 서사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폐부를 찌르는 그 시구가 아니었더라면 ‘봉선화’ 선율은 영원히 사장되었을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봉선화’는 일제 강점기에 겨레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노래로 큰 역할을 담당했다. 어떤 이들은 홍난파가 친일 활동을 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인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년(1937~1941)에 일제에 협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소설가, 번역가, 음악가로서 민족 예술에 기여한 부분은 확실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더 준엄한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하겠지만, ‘공(功)은 공이고 과(過)는 과다’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쉽게 풀릴 수도 있는 문제 아닐까.

어쨌든 올해를 우리가곡 탄생 100주년의 해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는 음악회 ‘울 밑에 선 봉선화야’가 6월 26일(금)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인왕산로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린다. 정상의 성악가 12명이 한국가곡 역사에서 꼭 기억해야 할 노래와 최근 발표한 신상가곡 등을 고루 넣어 멋진 콘서트를 준비했다. ‘고향의 봄’ ‘사공의 노래’ ‘봄처녀’ 등 홍난파의 대표곡도 6곡 연주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관객 초청 없는 '코로나19 극복 염원 온라인 음악회'로 열린다. 비록 현장에는 올 수 없지만 라이브(종로TV 유튜브·종로TV 홈페이지·아르떼TV 생중계)로 감상할 수 있다.

세상에 이런 엄청난 사랑이 또 있을까. 자기 몸을 완전히 불사르는 사랑이라니. “탈대로 다 타시오 / 타다 말진 부디 마소 / 타고 다시 타서 / 재 될 법은 하거니와 / 타다가 남은 동강은 / 쓸 곳이 없소이다” 소프라노 임청화는 ‘봉선화’ ‘두물머리 아리랑(전경애 시·임긍수 곡)’과 함께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엔드리스 러브송 ‘사랑(이은상 시·홍난파 곡)’을 들려준다.

우리가곡 100주년 기념음악회 ‘울 밑에 선 봉선화야’가 오는 6월 26일(금) 오후 4시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린다.

소프라노 김지현은 초록빛 짙어가고 온갖 색깔 지천에 피어나는 6월의 자연을 찬미하는 ‘산이 날 부르네(한여선 시·정영택 곡)’와 ‘꽃구름 속에(박두진 시·이흥렬 곡)’를, 소프라노 이재은은 사랑하는 임을 기다리는 설렘과 우리가락 넘실대는 ‘님 마중(이명숙 시·한성훈 곡)’과 ‘신아리랑(양명문 시·김동진 곡)’을 부른다.

‘고향(정지용 시)’ ‘망향(박화목 시)’ ‘그리워(이은상 시)’ ‘고향 그리워(이관옥 시)’는 채동선의 곡에 서로 다른 4개의 노랫말이 붙은 노래다. 원래 ‘고향’이라는 곡으로 발표됐으나, 정지용이 6·25때 납북되면서 오랫동안 부를 수 없는 노래가 됐다. 그래서 박화목, 이은상, 이관옥이 새로 노랫말을 붙이면서 곡 하나에 가사가 넷인 노래가 됐다. 소프라노 박현주는 이 ‘그리워’와 함께 ‘밀양아리랑(한국민요·진규영 편곡)’을 연주한다.

소프라노 강혜명은 ‘동심초(설도 시·김억 역시·김성태 곡)’와 ‘강 건너 봄이 오듯(송길자 시·임긍수 곡)’을 선사한다. ‘동심초’ 1절과 2절 가사는 당나라 여류시인 설도의 ‘춘망사’를 김소월의 스승인 김억이 시대를 달리해 서로 다르게 번역한 것을 각각 1절과 2절에 사용했다. 한시 원본이 두 가지 버전으로 번역된 것에 집중하면서 들으면 훨씬 더 감동이 크다.

4명의 테너가 선사하는 파워 넘치는 무대도 설렌다. 박기천은 ‘사공의 노래(함호영 시·홍난파 곡)’와 ‘박연폭포(한국민요)’를, 이영화는 ‘청산에 살리라(김연준 시·곡)’와 ‘봄처녀(이은상 시·홍난파 곡)’를 노래한다. 또 박주옥은 ‘내 맘의 강물(이수인 시·곡)’과 ‘꽃잎과 바람(소강석 시·곡)’을, 김기선은 ‘고향집(민종기 시·정애련 곡)’과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문효치 시·이안삼 곡)’를 부른다.

바리톤 박경준은 ‘얼굴(심봉석 시·신귀복 곡)’과 ‘홍난파의 바이올린(임승환 시·신귀복 곡)’을, 바리톤 김민성은 ‘서시(윤동주 시·강지원 곡)’와 ‘카네이션(송병훈 시·고영필 곡)’을, 그리고 베이스 최홍석은 ‘비목(한명희 시·장일남 곡)’과 ‘명태(양명문 시·변훈 곡)’를 연주한다.

남녀 듀엣송도 선사한다. 강혜명과 이영화는 ‘목련화(조영식 시·김동진 곡)’를, 김지현과 김기선은 '천년의 그리움(홍일종 시·최영섭 곡)’을 들려준다.

모든 출연자가 함께 부르는 합창곡도 4곡 연주한다. ‘보리밭(박화목 시·윤용하 곡)’ ‘그리운 금강산(한상억 시·최영섭 곡)’ ‘조국찬가(양명문 시·김동진 곡)’ ‘고향의 봄(이원수 시·홍난파 곡)’에서 12명의 성악가들이 어떤 꿀케미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우리가곡 100주년 기념음악회 ‘울 밑에 선 봉선화야’가 오는 6월 26일(금) 오후 4시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린다. 왼쪽부터 피아노 김은정, 바이올린 윤다예, 첼로 최지아, 플루트 김지민, 진행 김희원.

윤다예가 바이올린으로 ‘애수의 조선(홍난파 곡)’을 연주하고, 종로구어린이합창단이 ‘동요 메들리’를 선사한다.

아나운서 김희원이 진행을 맡고, 피아노 김은정·바이올린 윤다예·첼로 최지아·플루트 김지민의 K클래식앙상블이 멋진 반주 화음으로 가수들과 호흡을 맞춘다.

난파가곡 100주년 콘서트 음악감독을 맡은 임청화는 “한국가곡의 효시 ‘봉선화’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정신을 굳게 했고 쓰라린 마음을 위로해 주었던 민족의 노래다”라며 “코로나19의 여파로 더 크게 공연을 열지는 못하지만 이 고비를 넘기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날 축제같은 100주년 공연을 개최하는 꿈을 꾸겠다”고 말했다.

민병무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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