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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넛크래커 韓] 재계, 환율 힘겨루기 '촉각'…수출전선 먹구름


中 대체시장 수출다변화·리쇼어링 등 국내기업 대응책 절실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미·중 무역분쟁의 전운이 다시 감돌면서 재계가 대응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국내 기업들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두 국가의 갈등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미중 갈등의 격화는 환율전쟁으로 표출됐다. 위안화 환율 상승이 당장 우리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이 갈수록 격해지고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수출 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상황이 터지면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어 양국의 코로나19 갈등이 말싸움으로 그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미 코로나19로 내수와 수출 양쪽에 빨간불이 켜져 2차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8~2019년 양국의 관세전쟁으로 유탄을 맞았던 우리 기업들은 이번 2차 분쟁에 따른 추가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당시 한국 수출은 2018년 12월(-1.7%)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14.3%)까지 1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전운이 다시 감돌면서 재계는 환율 갈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뉴시스]
미·중 무역분쟁의 전운이 다시 감돌면서 재계는 환율 갈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뉴시스]

2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환율전쟁으로 치닫고 있어 기업에게도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원화는 통화가치가 위안화와 동조하는 경향이 있어 유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원화와 위안화를 한 묶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원화 약세는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과 기업들의 달러 확보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중국 위안화 환율 변동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장에서 경쟁 수준 상위 10%인 한국 제품의 수출은 0.62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전자제품, 기계류, 철강산업 등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재계는 당장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는 물론,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 제품들도 대부분 달러를 통해 결제가 이뤄져 우려하는 것보다 위안화 변동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보다는 최근 악화하는 미·중 간 무역분쟁을 우려하고 있다. 양대 강국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샌드위치' 신세인 국내 기업들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 수출 가운데 25%는 중국이, 13%는 미국이 차지했다.

이 때문에 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 기업들에는 최악의 상황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중국과 미국의 경기침체는 우리 수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않다. 수출전선이 좀처럼 암흑의 터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무역수지는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1~20일 수출은 203억1천800만달러로 전년동기(254억9천800만달러)보다 20.3%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도 18억9천만달러에서 15억1천000만달러로 20.3%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4월 전체 수출은 24.3%로 감소폭이 다소 둔화되기는 했으나 반등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두 나라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한국기업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재개될 경우를 대비해 한국 기업들이 신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중국 시장을 대체할 곳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설상가상으로 미중 무역갈등 격화에 따른 세계 교역량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 위기에 더해 미중 갈등이 '관세전쟁'에서 '기술전쟁'으로 확대되고 있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악재가 또 추가된 셈"이라며 "리쇼어링을 통해 국내 생산량을 늘리고 최근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한 집중투자로 수출부진을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그룹 재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블랙홀처럼 출현한 코로나19 발(發)에 이어 미중 무역전쟁까지 불확실성의 늪에 빠르게 빠져들고 있다"며 "그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국내외 요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 리스크는 심상치 않다"고 했다.

불황기 이상의 저성장기 국면에서 기업들은 당장 살고 죽는 문제가 최대 관심사가 된 셈이다. B그룹 관계자는 "사실상 저성장기 진입시점으로 볼 수 있는 경영환경속에서 코로나19 이후 무역전쟁까지 몰아치자 기존의 사업방식과 운영으로는 해빙의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기업들의 경영키워드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생존'으로 모아진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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