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구리 합금으로 더 강한 금속 소재 탄생


포스텍, 다상 헤테로구조 고엔트로피 합금 개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서로 섞이지 않는 철과 구리가 만나 새로운 금속 소재를 만들어냈다. 기존 스테인리스 강 보다 1.5배 더 강하고, 절삭특성이 20배 뛰어나면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

'합금 이상의 합금', '합금계의 이단아'라고 불리는 고엔트로피 합금(High Entropy Alloys, HEAs)이 흔한 전자제품 소재로 사용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연구재단은 포스텍 김형섭 교수 연구팀이 고강도·고연성·고가공성의 고엔트로피 합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서로 섞이지 않는 철과 구리를 기반으로, 두 원소에 모두 섞이는 알루미늄과 망간을 첨가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고엔트로피 합금을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고엔트로피 합금은 기존 스테인리스 강에 버금가는 가격경쟁력(3.2달러/kg)과 더 우수한 특성(인장강도 ~1 GPa, 연신율 ~30%)을 보였다. 소재를 가공하기 위한 절삭특성도 뛰어나 상용화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현재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부품으로 적용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테로구조 고엔트로피 합금의 금속 절삭 가공 시제품 및 가격 경쟁력 비교. (A)헤테로구조 고엔트로피 합금을 절삭 가공으로 제조한 금속 부품들. 이종 상 구조로 인해 절삭 특성이 매우 우수하다. (B)헤테로구조 고엔트로피 합금의 가격 대비 인장강도. 기존 고엔트로피 합금의 가격(10~35 달러/kg)에 비교했을 때, 이번에 개발한 합금(present work)은 상용 스테인리스 강(SS)에 버금가는 우수한 가격 경쟁력 및 인장강도를 가진다. [포스텍 김형섭 교수 제공]

전통적으로 합금은 주 원소에 보조원소를 몇 가지 섞는 방법으로 개발한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이와 달리 특별한 주 원소 없이 여러 원소를 비슷한 비율로 혼합해 만든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일반적으로 '다수의 원소가 주요 원소로 작용해, 높은 혼합 엔트로피에 의해 금속간 화합물이 형성되지 않고 단상의 고용체를 형성하는 합금'으로 정의된다.

이론상 만들 수 있는 고엔트로피 합금의 종류는 무한에 가깝다. 이미 다양한 고엔트로피 합금들이 연구, 개발됐다. 우수한 기계적, 열적, 물리적, 화학적 특성으로 인해 구조 재료, 극저온 재료, 내열 재료, 원자력 소재 등 여러 산업분야의 고기능성 극한구조용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고엔트로피 합금들은 대부분 균일한 단상 형태(구조, 조직, 결정립 크기 및 형상이 동일한 형태)로 만들어지며, 단상을 유지하기 위해 코발트, 크롬, 니켈 등 비싼 재료를 사용해 가격경쟁력에서 한계가 있었다.

포스텍 연구팀은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균일하지 않은 구조의 고엔트로피 합금을 구상했다. 미세조직이 균질하지 않은 헤테로구조(합금 내부의 구조, 조직이나 결정립 크기 및 형상이 동일하지 않고, 위치별로 다른 구조)의 고엔트로피 합금이 더 단단하고 더 연할 수 있음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실제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철과 구리를 기반으로 각각 분리된 두 영역을 형성시킨 후, 둘 다와 섞일 수 있는 원소들을 첨가함으로써 비균질성을 극대화, 전체 소재의 엔트로피를 높였다.

이렇게 설계된 헤테로구조의 고엔트로피 합금은 강한 구리와 연한 철로 구성되는데, 연한 철은 소재의 연성, 강한 구리는 소재의 강도를 향상시켰다. 또한 철과 구리의 이원화된 구조로 인해 소재를 절삭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304 스테인리스 강과 비교했을 때 20배 줄었으며, 철, 구리, 알루미늄, 망간 등 저가의 원소를 조합함으써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헤테로구조 고엔트로피 합금 설계 전략 및 헤테로구조로 인한 계면 강화. 불혼화 특성(immiscibility)을 갖는 2원 합금의 두 원소에 모두 섞이는 원소인 합금원소를 각각 고용시킴으로써,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는 이종 합금이 혼합된 헤테로구조의 고엔트로피 합금을 구현했다. 이렇게 제조된 합금은 상간 계면에서 기하학적 필수전위가 축적되어 강도를 향상시킨다. 이번 연구에서는 Cu-Fe 2원계와 Al, Mn 합금원소로 이를 구현했다. [포스텍 김형섭 교수 제공]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단상에 국한된 기존 고엔트로피 합금을 다상으로 확장시킴으로써 산업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고엔트로피 합금 창출을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합금 제조의 대형화, 수요기업의 추가적인 요구 특성을 만족시키는 것이 관건이지만 기업 공동연구를 통해 하나씩 해결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협력기업과는 지속적인 과제를 통해 가전제품 및 스마트폰의 금속 부품에 적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금속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Acta Materialia’ 및 ‘Scripta Materialia’온라인에 각각 4월 12일, 5월 21일 게재됐다.

◇논문명: A new strategy for designing immiscible medium-entropy alloys with excellent tensile properties

◇저자: 김형섭 교수(교신저자), 문종언 박사(제1저자), 박정민, 배재웅 박사, 도현석, 이병주 교수(이상 포스텍)

최상국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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