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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분통 터지는 '농협은행 코로나대출'…정책자금대출인데도 개인신용점수 100점 하락


신용등급 5→7등급 추락…은행·신용평가사들 대출정보 들쭉날쭉 적용 영향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가뜩이나 기존 대출 4000만원이 있어서 신용등급이 좋지 않았어요. 5등급이었는데 '코로나대출' 2000만원을 받고 확인해보니 7등급으로 추락했어요. 2등급이 확 떨어진거죠."

충북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50)가 불만을 털어 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줄서서 받아야 했던 정책자금대출, 일명 '코로나대출'을 받은 뒤 신용점수가 급락했다며 하소연했다.

A씨는 당초 기업대출로 분류돼 개인의 신용점수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 시중은행이 개인사업자대출인 코로나대출을 개인 대출정보로 인식하면서 이같은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신용평가사와 시중은행 어느쪽도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줄서서 받아야 했던 정책자금대출, 일명 '코로나대출'을 받은 뒤 신용점수가 급락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줄서서 받아야 했던 정책자금대출, 일명 '코로나대출'을 받은 뒤 신용점수가 급락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기침체로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수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는 코로나대출로 신용점수가 급락하면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 소진공 통해 NH농협은행서 코로나대출 받고 신용점수 100점 하락

제보자 A씨의 실제 신용점수 현황을 보면 일명 '코로나 대출'을 받은 농협은행의 대출 2000만원이 신용점수에 반영돼 신용점수가 약 3개월만에 100점 가까이 떨어졌다.  [아이뉴스24]
제보자 A씨의 실제 신용점수 현황을 보면 일명 '코로나 대출'을 받은 농협은행의 대출 2000만원이 신용점수에 반영돼 신용점수가 약 3개월만에 100점 가까이 떨어졌다. [아이뉴스24]

지난해 5월 식당 문을 연 A씨는 개점 1년도 안됐던 지난 2월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에서 주관하는 '소상공인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이용했다. 소진공에서 자격 여부를 따져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아 NH농협은행에서 대출 20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자신의 코로나대출이 실행된 농협은행의 대출 2000만원이 본인의 신용점수에 기록되면서 점수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한달여만에 신용등급이 2단계나 주저앉았다.

그마저도 대출 신청부터 실질적인 실행까지 1개월 넘게 걸려 어렵게 받은 대출이었다. A씨는 "2월 중순에 신청해서 한달반 정도 걸려서 3월 말에 대출이 실행됐다"며 "코로나대출이라고 해서 받았다. 가게 관련 서류를 제출했고, 매장에 실사도 나왔다"고 말했다.

더욱이 A씨는 농협은행에서 코로나대출을 실행하면서 영업점 직원의 권유로 사업자카드, 개인신용카드 등 카드상품 2개를 새롭게 가입하기도 했다. 농협은행 영업점에서 대출을 받을 때 대출자의 의사에 반해 은행의 다른 상품의 가입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를 유도한 것이다.

A씨는 "농협은행은 그동안 거래가 없어서 (은행 내 신용등급이) 6등급으로 나올 수 있다더라"며 "(영업점에서) 기업 카드를 만들고 일반 신용카드도 만들면 향후 신용도 올라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추천받아서 만들었다. 나중에 혹시라도 추가 대출 받을 때 (카드 이용실적이) 평가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월부터 소진공은 경영안정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전년대비 10% 줄어든 것을 인정받으면 지원 확인서와 신용보증재단의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전국의 농협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기업은행·새마을금고·신협중앙회 등 14개 금융사에서 연 1.5%의 고정금리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줬다.

대출 기간은 5년으로 2년 거치 후 3년간 상환하는 소상공인진흥공단 대리대출 방식이다. 당시 미소금융 등 다른 자금을 통해서는 최대 7000만원까지 연 4.5%의 금리로 대출이 가능했다. 이같은 정책금융상품은 3월 말께부터는 이를 대리대출이 아닌 ‘소진공 1000만원 직접대출’로 일원화했다. 신청자가 많아 자금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소진공에서는 4~10등급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했다. 1~3등급 고신용자는 4월 초부터 시중은행을 통한 이차보전대출, 기업은행의 초저금리대출 등을 해줬다.

◆코로나 대출 후 신용점수 급락…시중은행 vs 신용평가사 누가 문제?

A씨가 받은 코로나대출은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공적자금으로 구분되는 정책자금대출이다. 또 소상공인들이 받기 때문에 대출의 성격은 개인사업자대출, 일종의 기업대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왜 개인의 신용점수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금융사들조차도 의견이 분분하다. 근본적으로는 개인사업자대출 정보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대한 문제인데, 신용평가업계와 해당 시중은행 등 금융사 모두 아리송한 입장이다.

현재 대부분의 신용평가사들은 내부적으로 코로나대출을 개인의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 관계자는 "개인의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는 개인의 대출만 반영한다"며 "코로나대출은 영업현황 등을 반영해 사업자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어떤 사업체의 대표이사가 법인의 보증을 서서 이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대출 행위 때문에 대출정보가 반영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코로나대출을 받고 신용점수가 급락했다면 애당초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부터 대출 정보의 분류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은 신용평가사에서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서 대출 정보를 등록 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신용평가사에서는 내부 개인신용평가 시스템상 자동으로 개인사업자대출, 정책자금대출은 신용평가시 제외한다"고 말했다.

또 "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할 때 정보를 구분해서 주지 않으면 한계가 있어 은행 영업점에서 대출 정보가 어떻게 입력되는지를 봐야 한다. 영업점에서의 대출 정보의 입력 착오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다른 입장이다. A씨가 대출을 받았던 농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은행 내부의 신용등급이 떨어지진 않는다"며 "일반적으로 개인사업자대출은 사업자금이라고 해도 사업체 대표 개인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용평가사의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있어 그런 점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대출의 일환으로 초저금리대출을 취급했던 기업은행도 "코로나대출을 받아도 기업은행 내부의 개인 신용등급에서는 영향이 없다"며 "그런데 은행마다 평가 기준이 다를 수 있으며 개인신용등급의 평가는 각 금융사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신용평가사도 각 회사 내부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도대체 개인 신용평가 어떻게 하길래?…"코로나 대출정보 신용평가사와 공유 안돼" 혼선

 [아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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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실행되면 해당 정보는 신용정보원으로 모두 집결된다. 신용정보원에서는 기업·개인 대출 뿐 아니라 대출·카드의 연체정보, 신용카드발급정보 등 여러 정보가 집중되는데, 이 때 코로나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은 기업대출로서 사업 규모나 형태 등에 따라 개인사업자대출 또는 법인사업자대출로 각각 다른 계정으로 구분돼 기록된다.

사업자번호·법인번호 등을 기준으로 관리되는 법인사업자대출과 다르게 개인사업자대출의 경우에는 개인의 주민번호와 사업자번호 등이 모두 포함돼 개인신용정보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재 신용정보원은 코로나대출의 경우 기업 대출 계정으로도 대출을 기록하고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별도 계정으로 추가로 코로나대출 정보를 수집한다.

이는 은행들과 공유되지만 신용평가사와는 공유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코로나 대출에 대해 정확히 구분해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대출시 사업자대출로 기록되고 이와 별도로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돼 은행과 공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중복 수급을 막기 위해 별도로 관리되는 것이다"라며 "이렇게 별도로 관리된 DB는 신용평가사에 공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신용평가는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각자 노하우를 담은 영업비밀이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할지는 금융사마다 다를 수 있다. 개인마다 대출 현황 등 거래내역이 다르니 각 금융사의 평가가 더해져 신용평가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정보원의 집약된 정보를 바탕으로 은행은 은행대로, 신용평가사는 신용평가사대로 각자 내부 기준에 따라 정보를 분류하고 분석해 나름의 기준대로 고객의 신용점수를 매긴다. 필요에 따라 각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집한 정보도 같이 활용할 수 있다. 또 연체 이력, 기존 대출 이력 등 다양한 평가 변수들이 반영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는 기본적인 대출 정보 외에도 자사가 수집하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 신용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 소상공인 "기준이 뭐예요?"…코로나대출 급한 불 껐는데 신용급락으로 앞으로 더 걱정

사정이 이렇다보니 코로나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급전으로 정책자금대출을 받은 것인데 이 대출로 신용점수가 급락하면 다름아닌 소상공인 스스로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질수록 추후에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워 2금융권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이제 1금융권에서는) 아예 대출 못받는다. 기존에 시중은행과 2금융권에서 대출이 약 4000만원 있었다고 해도 대출 상환을 위해서 연체를 한 적도 없다. 신용카드를 많이 쓴 것도 아니다"라며 "이번에 코로나대출 받을 때 정책자금대출이라서 (개인의 신용점수가) 기록에 안남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사하는 사람들은 신용도가 중요하다. 언제 무슨 일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런 때 추가 대출도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신용점수는 관리를 해도 잘 안올라간다. 신용점수가 떨어졌다 다시 올라가는 속도도 느리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대출을 받고 개인마다 신용점수가 떨어지지 않은 사례도 있고, A씨처럼 떨어진 사례도 있으니 기준이 모호하다는 불만이다. A씨와 비슷한 사례는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는 "나와 비슷한 얘기가 온라인 댓글 등에 있더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기업은행의 초저금리대출, 이차보전대출 등 1차 소상공인 대출이 마무리하고 지난 18일부터는 당국은 시중은행을 통해서만 2차 소상공인대출을 하고 있다.

이효정 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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