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뒤쿵 공격수’ 쫓아내는 손해보험협회 유튜브 특공대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엄청 쑥스러웠죠. 공원에서 춤추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구경하는데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어요. 비록 칼군무는 아니지만 ‘뒤쿵 공격수’를 없애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어요.”(박남준 센터장)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가 요즘 작은 화제가 되고 있다. 김성훈 본부장(52), 박남준 센터장(47), 김경민 전문역(57), 양미영 과장(56), 류한교 주임(38) 등 다섯 사람이 힘을 합쳐 오픈한 유튜브 채널 때문이다. 이름은 ‘보사부TV’. ‘보험사기는 부메랑이다’의 줄임말이다.

콘텐츠는 새로울 것이 없다. 보험사기와 관련한 여러 정보를 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손보업계에서 ‘핵인싸’로 떠오른 이유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채널을 개설한데다 나이도 제법 먹었다는 점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제대로 포텐(Potential)이 터졌다.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 직원들이 최근 유튜브에 '보사부TV'라는 채널을 개설해 보험사기 예방 관련 콘텐츠를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보사부TV' 영상 캡처]

지역본부의 주요 업무는 보험설계사 시험관리, 교통안전 교육, 보험사기 예방 등이다. 그런데 그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대외활동이 올스톱 됐다. 가만히 앉아 그냥 시간만 죽일 수는 없는 법. “우리도 언택트(Untact) 시대에 발맞춰 동영상 한번 만들어보자” 이렇게 의기투합해 유튜브를 노크했다.

아이디어 회의를 열고, 콘티를 짜고, 촬영장소를 알아보는 등 모두가 제작자, 기술진, 스태프, 출연진을 돌려가며 맡는다. 영상은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다. 최대 난관인 편집·자막 작업은 교육동영상 찾아보며 하나하나 배워서 완성했다. 주경야독(晝耕夜讀). 낮에는 농사 짓고 밤에는 글을 읽는 마음으로, 낮엔 땀나도록 찍고 밤엔 졸린 눈 비벼가며 편집했다.

‘보험사기는 우리모두가 피해자’라는 제목의 1편을 시작으로, ‘보험사기 절대 안돼요~ 보험사기 예방 캠페인송(2편)’ ‘보험사기꾼 vs 보이스피싱범, 범죄도시의 대결! 과연 승자는 누구인가?(3편)’ 등 세편의 콘텐츠를 올렸다. 약 2분에서 7분 내외의 영상으로 제작됐다. 다양한 자료와 사례를 가지고 보험사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월 1~2회 정도 제작물을 올릴 예정이다.

레고 인형을 활용하기도 하고, 야외 로케도 감행하는 등 나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매소드급 연기를 하지는 못하지만 초보치고는 괜찮은 실력이다. 라임을 맞춰 만든 캠페인송 노랫말에선 집단창작의 힘을 뽐내기도 했다.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 직원들이 최근 유튜브에 '보사부TV'라는 채널을 개설해 보험사기 예방 관련 콘텐츠를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보사부TV' 영상 캡처]

‘5인조 유튜브 특공대’가 행동에 나선 이유는 보험사기가 갈수록 극성을 부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8809억원, 적발 인원은 9만2538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254명이 가담해 24억원의 보험사기를 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대다수의 보험사기가 1인당 평균 적발금액 950만원 미만의 소액이라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의 보험소비자가 상해·질병 또는 자동차사고 등의 피해를 과장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생계형 보험사기가 급증한 것이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범죄자를 만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보험료 상승이라는 부메랑을 맞는 것이다.

사기 수법 역시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페이스북·트위터 등에 ‘ㄷㅋ(뒤쿵) 구합니다’ 의 글을 올린다. 이를 보고 연락을 해온 사람을 모아 작전을 짠다. 뒤쿵 공격수(가해차량)와 뒤쿵 수비수(피해차량)로 역할을 분담해 고의로 차량 접촉사고를 낸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식이다. 또 ‘급전 필요한 사람 연락주세요’ ‘하루 일당 25만원+’ 등의 광고글을 통해 사람을 모아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말한 후 실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다.

아울러 ‘00진단을 받으면 코 성형수술 가능’ ‘000 수술로 위장해 시력 교정수술 가능’ 등의 동영상 콘텐츠를 ‘보험 꿀팁’이라고 올려 보험사기를 조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상대를 단 한방에 때려눕힐 수는 없지만 작은 잽이 모이면 언젠가는 KO시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아직 서툴고 허술한 구석은 많지만 ‘보사부TV’는 의미 있는 도전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회사 차원이 아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해 홍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삼삼오오 모여 휴대폰 카메라 등을 활용해 보험사기 인식 전환에 앞장선 시니어 직원들의 노력이 대단하다”며 찬사를 보냈다. 뒷짐 지고 헛기침만 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베테랑의 미존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올해 초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낮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손해율은 보험사로 들어온 보험료 중에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을 77~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0%를 웃도는 등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웰메이드 필름은 아니지만 정성 가득한 동영상 하나가 손보사들의 골칫거리인 손해율 줄이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게 혁신이다. 세상에 없는 걸 뚝딱 만들어 내면 더 좋겠지만, 한발짝 전진을 위한 몸부림도 진짜 혁신이다. 벌써 다음 동영상이 기대된다. 손해보험협회장이 이들에게 쇠고기 한턱 쐈다는 이야기도 곧 들리리라.

/민병무 금융부 부국장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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