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맞수열전] 차세대 디스플레이 주도권 경쟁 삼성 이동훈 vs LG 정호영

LCD 시장 잠식에 코로나19까지 '설상가상'…중국 업체 추격도 거세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전자업계가 글로벌시장에서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전자업계는 그간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당당히 글로벌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첨병 역할을 했다. 이에 아이뉴스24년 [2020 맞수열전]이란 주제로 해외시장을 주무대로 질주하는 라이벌 기업간 숨은 경쟁을 CEO 경영전략으로 풀어본다. [편집자 주]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양면에서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한 '물량 공세'를 벌이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주요 거래선들의 TV·스마트폰 수요 부족까지 겹쳤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나란히 적자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는 2분기 전망은 더욱 어둡다.

그만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두 최고경영자(CEO) 앞에 펼쳐진 미래는 가시밭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최근 몇 년간 늘 위기였지만 코로나19까지 겹친 올해는 더욱 큰 위기다. 두 업체는 나란히 시장에 위기탈출을 위한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중국에 잠식된 LCD 패널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철수한다는 방향은 같다. 그리고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야 한다는 절박한 목표도 같다. 결국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좌),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우)

◆LCD 사업 줄이고, 차세대 자발광 디스플레이에 '집중'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까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화두는 'LCD 출구전략'이었다. 수년 전부터 BOE, CSOT(차이나스타)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뒤에 안고 대량으로 LCD 팹을 증설하며 무더기로 LCD 패널을 생산하면서 LCD 가격은 날이 다르게 떨어졌다. LCD 패널을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가 나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됐다. 최근 들어 중국 업체들도 공급 조절 대열에 합류했지만, 이미 LCD 시장은 고질적인 '공급과잉'의 늪에 빠졌다. 한국·중국 간 '치킨 게임'으로 인해 유발된 결과였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전격적으로 LCD 사업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한 것은 거듭된 고민의 결과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까지만 LCD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LCD 패널 생산을 완전히 중단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도 국내에 있는 TV용 LCD 팹의 패널 생산을 올해 말까지 중단한다. LCD 사업은 모니터용·노트북용·차량용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라인을 QD디스플레이 생산라인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출처=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OLED 공장 본격 가동을 통해 대형 OLED 패널 생산량을 늘려야만 한다. [출처=LG디스플레이]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터는 LCD에서의 매출이 '제로'가 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스마트폰용 OLED를 바탕으로 OLED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해 왔고 LCD의 매출 비중은 10% 남짓이었다. LCD는 대형 패널만 그간 생산해 왔다. LG디스플레이는 한때 80%가 넘어가던 LCD 매출 비중을 순차적으로 줄이고 있으며 올해 TV용 OLED 패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CD 대신 이들이 택한 것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퀀텀닷)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OLED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QD디스플레이 양산 시설 구축과 R&D(연구개발)에 오는 2025년까지 총 13조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LCD 라인을 QD디스플레이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내년 본격 가동이 유력하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전사적으로 대형·소형 가릴 것 없이 OLED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대형 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 광저우 8.5세대 OLED 팹, 오는 2023년 파주 10.5세대 OLED 팹 신규 가동이 예정돼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발광 디스플레이'라는 점이다. 기존 LCD가 편광판 아래에 백라이트(BLU)를 탑재해 빛을 내는 구조였다면, QD디스플레이와 OLED는 모두 백라이트 없이 OLED 소자를 발광원으로 위에 컬러필터를 씌워 색 재현율을 높힌 구조다. QD디스플레이는 청색 OLED, OLED(WOLED 기준)는 백색 OLED가 광원이다. 물론 둘 모두 RGB OLED 소자가 일일이 직접 빛을 내는 완전한 의미의 자발광은 아니지만, 백라이트를 없앴다는 점에서 기존 LCD보다 기술적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외나무다리'서 만난 삼성·LG디스플레이…中 추격도 따돌려야

양사 모두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LCD 출구전략'으로 정했다는 점에서는 공통분모가 명백하다. 또 이를 토대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등 소형 OLED를 필두로 장기적으로는 QD디스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TV용 패널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에 비해 그간 취약했던 스마트폰용 제품 등 소형 디스플레이 시장 공략에 나선다. 결국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양사가 정면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점유율이 80%가 넘어가는 스마트폰용 OLED 디스플레이를 필두로 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기세를 더욱 굳힐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점유율은 90.2%에 달했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단가가 비싼 폴더블 패널의 출하량을 늘린다면 전체적인 매출 신장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QD디스플레이도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의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QD디스플레이로 만든 TV를 시험 생산하고, 하반기 본격 양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QD디스플레이 TV가 프리미엄 TV로서 자리를 잡는다면, 13조원에 달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도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는 것은 덤이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 사업을 계속 육성함과 동시에, 스마트폰용 OLED를 비롯한 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10%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애플 '아이폰' 시리즈에 POLED 공급을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영향이다. 올해 역시 아이폰12 시리즈 일부에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으로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생산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TV용 OLED의 경우 파주와 광저우를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는 패널 생산량 확대가 늦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연초 OLED TV 패널 판매 목표를 600만대 중반으로 잡았지만 지난 4월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인해 판매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광저우 공장 본격 가동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그러나 이 같은 부침에도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양사의 뒤를 쫓는 것은 중국 업체들이다. 이미 LCD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꿰찬 중국 업체들은 OLED 패널 생산량을 늘리며 OLED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등 소형 디스플레이는 BOE 등을 중심으로 이미 양산 중이다. 아직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격차는 상당하지만 성장 속도는 빠르다는 평가다. TV용 등 대형 디스플레이의 경우 아직 양산 개시 단계는 아니지만 BOE, CSOT, HKC 등이 올해에서 내년 사이 본격적으로 패널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결국 TV·스마트폰·모니터용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격돌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쉽지 않은 판세 속에서 결국 믿을 것은 기술력을 토대로 한 사업 경쟁력 확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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