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불신 부르는 키코 분쟁 조정안 4번째 연기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언제적 '키코(KIKO) 사태' 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려 12년전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판매했던 외환파생상품 '키코' 논란이 2020년까지 이어지니 말이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놓은 키코 분쟁 조정안은 6개 은행에 대해 키코 피해 중소기업 4곳에 피해액의 최대 41%를 배상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신한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3곳은 지난 6일 수용 여부의 판단을 또다시 미루면서 분쟁 조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조짐이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분쟁 조정안을 불수용했다.

[사진=뉴시스 ]

은행들의 핵심 논리는 이렇다. 이미 법정 다툼이 일단락된 사안에 대해 배상을 해주는 것은 자칫 회사 주주들로부터 형사상 배임 혐의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불건전 영업행위를 금지하는 은행법도 힘을 실어준다. 은행법 34조3항에 따르면 '은행업무, 부수업무 또는 겸영업무와 관련해 은행이용자에게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과거에 은행들은 이미 키코 피해기업들에게 채무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을 한 적이 있다. 2013년 법정 다툼이 마무리된데다 소멸시효도 지나 조정안은 과도하며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조항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분쟁 조정안이 배임에 해당된다는 은행권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달 신한은행에 공문을 보내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왜 배임 혐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해달라는 것이지만 신한은행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문제는 우리은행은 이미 배상을 완료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의 키코 분쟁 조정안을 전격 수용, 대기업 2곳에 42억원을 배상했다.

비용은 이미 우리은행의 지난해 실적에 반영됐다. 당초 분쟁 조정안이 지난해 12월에 마련된 만큼 지난해 우리은행의 손익계산서상 기타영업외비용에 포함됐다.

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지적받을 수 있다고 했던 다른 은행들의 주장이 자칫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은행들이 주주들의 배임 혐의를 심각하게 문제 삼을 수 있다면 우리은행은 이미 배임 논란이 조금이라도 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문이 드는 것이다. 조정안을 모든 은행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해도 말이다.

물론 아직 결정을 못한 은행들 입장에서도 고민은 깊다. 사실상 이번 조정안은 법적 강제성이 없지만 금융당국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수용하면 은행들로서는 법적 의무가 없는데도 배상을 하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

다만 이런 고민들을 수면 아래 두고 '배임 혐의'라는 명분으로 수용안에 대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12년을 기다린 키코 피해 중소기업이나 은행들 스스로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신한은행 등 3곳 은행의 분쟁 조정안 결정 연기는 이번이 4번째 요청이기에 일각에서는 조정안을 받아들을 거였으면 진즉 수용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장 사유는 사외이사의 변경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바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 등 깊이 논의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조정안은 지난해 12월에 나왔고 우리은행은 지난 2월에 조정안을 수용한 것과 대비된다.

바야흐로 은행 불신의 시대다. DLF부터 라임펀드 사태까지 '은행이니까 믿는다'는 말은 빛바랜 옛날 얘기다.

DLF 상품 피해 등으로 떨어진 신뢰 회복과 소비자보호 등을 위해 이사회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키코 분쟁 조정안을 받아들였다는 우리은행의 설명이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다시 말해야 할 것 같다. 언제적 '키코 사태' 인가. 12년이 흘렀는데도 불씨가 꺼지지 않는다면 결정을 미루면서 희망고문하지 말고 매듭을 지어야 할 때다.

이효정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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