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CGI-조선내화의 수상한 거래 뒤 웃는 이인옥 회장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주식 투자를 할 때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꾸준히 내려도 ‘물타기’를 하게 되면 분할매수 효과를 얻게 되면서 평단가를 낮출 수 있다. 그렇게 평단가를 낮춘 뒤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할 때 매도하면 그동안의 손실을 한 번에 복구할 수 있다.

물론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주식 거래로 손실을 보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물타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동원력이다.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할 때까지 계속해서 쏟아 부을 수 있을 정도의 자금력이 없다면 오히려 손실만 더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물타기도 거래량과 매수세가 받쳐주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늘어난 보유 주식을 처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유통 주식수가 적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은 ㈜한진 주식에 투자하면서 투자 고수의 면모를 보여줬다. 꾸준히 물타기를 하다가 부족하다 싶으면 회사를 동원했고, 막대한 주식을 끌어 모은 뒤에는 회사가 투자한 펀드에 블록딜로 주식을 매도하는 수완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인옥 회장이 한진 주식에 처음 손을 댄 것은 2016년 6월이다. 3만주를 1주당 3만1천490원에 매수했다. 총 투자금은 약 9억5천만원이다. 당시 한진 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된 상황이었다. 이인옥 회장도 주가가 바닥이라는 판단에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진 주가는 살아나지 못했고, 이인옥 회장의 물타기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인옥 회장은 같은 해 9월 8일 1만1천주(취득단가 3만512원), 21일 4천100주(3만310원), 23일 1천920주(3만256원)를 각각 장내매수했다. 5억2천만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조선내화도 동원되기 시작했다. 조선내화는 2016년 9~11월에 무려 58만4천181주(지분율 4.88%)의 한진 주식을 매수했다. 경영참가목적이 아닌 단순투자로 석 달간 5%가 넘는 지분을 취득한 것은 흔치 않은 경우다. 투자금액도 200억원에 달했다.

이인옥 회장의 간절함이 엿보인다. 이러한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한진 주가 하락세는 계속됐고, 이인옥 회장의 물타기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2017년 1월 16일 2천665주(3만777원), 17일 2천50주(3만626원)를 매수했다.

이어 3월에는 6일 1만1천280원(2만6천66원), 21일 5천주(2만5천138원), 22일 5천주(2만5천15원), 24일 1천200주(2만5천978원), 30일 1만주(2만5천732원), 31일 2천주(2만5천450원)를 각각 장내매수했다. 보유 주식 수는 8만6천215(0.72%)까지 불어났고, 이인옥 회장의 총 투자금액은 25억원에 달했다.

마침내 주가가 3만5천원대까지 올라서면서 이인옥 회장의 물타기도 빛을 봤다. 이 회장은 우선 6월 28일 1만5천주를 매도했는데 처분단가는 3만5천774원이었다. 계속된 물타기로 1주당 취득단가가 2만9천원 수준으로 떨어졌던 만큼 약 1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같은 해 8월 세차례에 걸쳐 총 8천500주를 추가로 매도했다. 다만 이 시기에는 주가가 3만원 초반대로 다시 떨어진 상태여서 추가 수익은 2000만원에 못 미쳤다. 조선내화도 비슷한 시기에 일부 물량을 처분했다.

문제는 이 회장에게 여전히 6만2천715주(0.53%)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주가 하락세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조선내화의 한진 보유량도 65만1천657주(5.44%)에 달했다. 2018년에 한진 주가는 2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이인옥 회장은 물론 조선내화 모두 단단히 물려버린 셈이다. 더 이상의 물타기도 시도하지 못했다. 자금이 떨어졌거나 다른 대책을 찾아 나선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마침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18년 11월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표방하는 KCGI(강성부펀드)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매수해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KCGI는 한진그룹 경영권과 관련 없는 한진 주식도 사 모았다. 이에 따라 한진 주가도 급등해 5만원을 돌파했다. 조선내화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 대부분을 KCGI에 블록딜로 처분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기록했다. 이인옥 회장이 비슷한 시기에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면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2년 가까이 물려 있기는 했지만 50%가 넘는 수익률로 주식 고수의 면모를 발휘했다.

물론 KCGI와 조선내화의 한진 주식 매매 과정은 매우 수상쩍다. KCGI가 한진칼 주식을 처음으로 매수한 펀드에 조선내화는 200억원을 투자했다. KCGI가 한진그룹 경영참여를 선언하기 이전에 이미 양측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내화는 또 KCGI가 한진 주식을 사들인 펀드에 250억원을 투자했다. 조선내화는 자사 돈으로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털어’낸 것이다.

KCGI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한진 주식 절반가량을 처분하고 50%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해당 펀드에 투자한 조선내화는 결국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전에 한진 주식을 블록딜로 처분해 얻은 이익보다 더 큰 손실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인옥 회장의 수익에는 변함이 없다. 주식 고수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강길홍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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