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이커머스 업체 직원인 김진영 씨는 재택근무를 하다 쌓인 스트레스를 모바일 쇼핑으로 풀고 있다. 일을 하다 가끔 쉴 때는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새벽배송 업체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 필요한 식재료를 주문하거나, 가사도우미 앱으로 청소도 예약한다. 원 씨는 "집밥이 지겨울 때는 배달앱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해 먹을 때도 있다"며 "회식, 외식을 거의 하지 못해 배달 음식을 먹거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홈술을 즐기며 위안을 삼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출을 꺼리는 집콕족들이 늘어나면서 실내에서 각종 경제 활동을 즐기는 것을 뜻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감염 우려로 인해 생활 반경이 집으로 국한되면서 외부 소비 활동을 대체해 줄 수 있는 서비스들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또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건강식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일상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밥을 해먹는 이들이 늘었고, 배달음식·간편식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확찐자'가 될까 두려워 집에서 운동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홈트레이닝 제품도 인기를 끌었고, 재택근무·온라인 개학 등에 따라 스마트 기기를 찾는 이들 역시 부쩍 많아졌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작년에는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인 '욜로(YOLO)'가 소비 시장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홀로(HOLO)'가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며 "홀로는 건강용품(Health Care), 대용량 제품(Oversize), 집콕 제품(Life at home), 온라인쇼핑(Online Shopping)의 영어 앞 글자를 딴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 여신금융협회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2월 전체 카드 승인액은 온라인이 9조2천4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 늘어난 반면, 오프라인 카드 승인액은 28조9천104억 원으로 4.1%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 되기 시작한 2월 말부터 외출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카드 사용액은 더 늘었다.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1일까지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액은 2조7천611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출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난 데다 재택근무 장기화, 초·중·고 개학 연기 여파로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이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쩍 많아졌다"며 "백화점, 대형마트에서 직접 장을 보거나 음식점, 영화관 등 인구 밀집 지역을 방문하는 대신, 스마트폰·노트북·태블릿 PC 등으로 쇼핑·유흥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져 온라인 매출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외식 대신 배달"…'집밥' 확산에 대용량·DIY 식품 인기
재택근무 확산으로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사람 간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 소비가 확산되면서 음식 배달에 대한 지출도 많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배달앱 주문 건수는 평균 40% 넘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온라인쇼핑 거래액 조사 결과 음식 배달은 전년 동기 대비 82%나 상승했고, 베이커리 업체 뚜레쥬르의 경우 지난달 배달 서비스 매출은 전월 대비 48% 올랐다. 1월보다는 8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간단한 먹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편의점 배달을 이용한 소비자들도 급격히 늘었다. CU가 지난달 하루 평균 배달 서비스 이용 건수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비교해 7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후 8∼11시 이용 고객이 3월 전체 이용 건수의 34%를 차지할 만큼 심야 배달 수요가 많았다.
외출이 줄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집콕족들도 많아졌다. 400번 이상 저어서 만드는 '달고나 커피', 1천번 이상 저어서 만드는 '수플레 계란말이' 등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주목 받고 있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이로 인해 온라인 몰에선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들의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 마켓컬리가 2월과 3월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간편 요리 상품과 킬링 타임 레시피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모든 재료가 다듬어진 상태로 하나의 키트로 제공되는 밀키트 상품이나 이미 반조리 상태로 제공되는 가정 간편식(HMR) 상품의 판매량이 높았다.
아이들과 직접 놀이를 하며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상품도 판매량이 높았다. 풀무원의 토이쿠키 동물 만들기와 토이쿠키 남냠 간식 만들기, 씽씽 자동차 만들기의 2~3월의 판매량은 작년 동기간에 비해 각각 1천50%, 887%, 836% 증가했다.
대용량 제품 수요도 늘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동안 즉석밥, 통조림 등 가공식품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9%, 김치, 건어물, 잡곡 등 대용량 신선식품은 13% 증가했다.
◆"집에서 한 잔"…커지는 '홈술' 시장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들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격히 늘었다. 재택근무로 회식과 저녁 약속이 줄어든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까지 전개되면서 외부에서 만남을 꺼리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달 주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이는 최근 2년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2018년, 2019년 술 매출 증가율은 각각 9.9%, 12.3%를 기록했다.
이마트24에서는 와인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월 246.2%, 3월 258.7%로 큰 폭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동안 소주도 41.7%, 50.1% 증가했다. 맥주 매출은 2월 29.7%, 3월 32.7% 늘었다.
반면 오비맥주·하이트진로·롯데주류 등 주류 업체들은 업소용 제품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 편의점을 중심으로 가정용 주류 판매는 늘었지만, 매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식당·주점 등에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업계에선 국내 주류업체들의 지난 1~2월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비맥주는 오는 6일부터 4주간 청주공장의 맥주 생산을 중단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업소에서 주류 매출이 대폭 줄어들면서 자금 운용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며 "식당부터 주류 도매상까지 연쇄 도산이 이뤄져 결국엔 회사까지 영향을 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간식, 안주류 매출도 상승세다. 이마트가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31일까지 품목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배 60.3%, 사과 18.6%, 토마토 10%, 딸기 6.8%, 파인애플 34.7% 등 과일류 매출이 크게 올랐다. 천연 아이스크림으로 즐길 수 있는 냉동망고, 냉동블루베리 등 냉동과일 매출도 14.9% 늘었다.
대표적인 간식 상품인 과자는 전체 8.7% 매출이 증가했다. 봉지과자류가 14.7%, 피코크 과자류가 51.6%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피코크 냉장, 냉동 식품도 신장세가 가파르다. 피코크 아이스크림과 냉동 디저트는 각각 51.7%, 40.2% 매출 신장율을 기록했고, 홈술 안주로 인기가 많은 피코크 냉동만두는 132.7%, 피코크 냉동돈까스류는 51.5%, 피코크 떡볶이류는 7.3% 매출이 증가했다.
◆"외출도 안하는데"…'홈웨어' 방긋 VS '화장품' 우울
올 봄에는 외출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착용감이 좋은 '홈웨어'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옥션이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남녀 패션 카테고리 판매량을 전년 동기 대비 살펴본 결과, '홈웨어' 관련 품목 판매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홈웨어'는 실내에서 편안하게 입을 수도 있고, 가벼운 외출에도 무리가 없는 '이지웨어'가 대표적이다. 여성의 경우 홈트레이닝 열기와 함께 레깅스 판매가 전년대비 2배 이상(116%) 증가했다. 부담없이 입기 좋은 트레이닝 팬츠(103%)와 가디건(50%), 루즈핏 티셔츠(82%)도 인기를 끌었다.
남성들은 트레이닝복 세트(100%), 캐쥬얼 팬츠(35%) 등 집에서 편하게 입기 좋은 옷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반팔티셔츠도 47% 더 잘 팔렸다.
남녀 모두 잠시 바깥 외출을 할 때 입기 좋은 후드 판매도 크게 늘었다. 여성은 후드 가디건이 189%, 후드 티셔츠와 후드 집업이 각각 111%, 128%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남성은 후드 티셔츠와 후드 집업이 각각 402%, 20% 만큼 더 많이 팔렸다.
반면 외출복으로 인기를 끌었던 신상 의류를 찾는 이들은 급격히 줄었다. 현대백화점에선 지난달 1일부터 22일까지 여성패션(45.1%), 남성패션(39.3%)뿐만 아니라 명품(13.1%)까지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급감했고, 다른 백화점에서도 여성패션, 남성패션 매출이 평소보다 30~4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밖에 나가지 않거나, 외출 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화장품 매출도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롯데멤버스가 엘포인트(L.POINT)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 1분기 업종별 코로나19 영향을 분석한 결과, 립스틱·립라이너가 48.4%, 아이라이너가 31.3% 등 색조 화장품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다만 LED 마스크, 진동 클렌저, 각질 제거기 등 홈뷰티 제품들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수업…디지털 가전 수요 ↑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연기되고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자 디지털 가전 시장은 오랜만에 특수를 맞았다. 통상 개학 직전인 2월에 PC 등 디지털 가전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만, 올해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데다 초·중·고가 온라인 개학을 실시키로 하면서 3월 들어 매출이 이례적으로 크게 늘었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가 지난달 데스크탑, 노트북, 태블릿 품목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2월 대비 약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스크탑과 노트북 매출액은 전달 대비 각각 15%, 20% 상승했다.
전자랜드에서도 3월 한 달간 관련 기기 매출은 전월대비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PC 제품 성장률은 2월 대비 40%를 기록했고,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비중은 졸업·입학 선물로 인기가 많은 노트북이 70%를 기록했고, 태블릿(20%), 데스크탑(10%)을 찾는 이들도 많았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2일 기준으로 PC 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나 늘었다.
전체 1분기 기준으로도 디지털 가전 판매 수요는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노트북과 모니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와 12% 증가했고, PC카메라(53%), 마우스(64%), 베드트레이(11%)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감염될까 두렵다"…건강·의료용품 판매량 급증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고, 건강 염려증이 더해지면서 올해 1분기 동안 관련 상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실제로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1분기 동안 건강마스크 등 일반의약외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41.9%나 늘었다. 손세정제 등 핸드·풋케어(176.7%)를 찾는 이들도 크게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에서도 G마켓과 옥션의 1분기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건강·의료용품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다. 마스크 등 호흡·수면건강용품은 222%, 체온계 등 건강측정용품은 113%, 실버용품은 64% 늘었다. 영양제, 홍삼 등 건강식품(18%)과 장어(65%) 등 보양식 열풍도 불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보양식은 수요가 몰리는 지난해 여름철보다 최근 판매량이 더 많았다"며 "건강즙, 영양제 등 건강기능식품 판매량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확찐자 되기 싫어!"…집에서 운동하는 '홈트족'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다중 이용 시설인 헬스장과 체육 시설이 문을 닫자 집에서 운동을 하려는 '홈트족'들도 많아졌다. 홈트는 홈 트레이닝의 약자로, 요가 링, 아령, 폼 롤러 등의 기구로 집에서 운동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겨냥해 유튜브와 블로그에는 살이 갑자기 찐 이들을 위한 '홈트' 관련 영상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매트 운동 스트레칭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홈트 관련 상품들의 판매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베이코리아가 1분기 동안 홈트 관련 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트위스트 운동기구(113%), 에어보드(68%), 아령(29%), 덤벨·바벨(28%), 다이어트 용품(19%), 헬스기구(13%) 등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또 다이어트용품 판매량도 19%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접촉을 꺼리는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확실하게 자리잡게 됐다"며 "특히 온라인 쇼핑을 통한 상품 거래가 더 활발해지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집콕족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 홈코노미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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