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분석] 국민연금, '이사보수 과다'에 가장 많은 반대표

원안 그대로 통과…"기업가치 훼손·주주이익 침해" 시그널에 의미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주가폭락 등 우여곡절 속에서 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모습이다.

경영성과에 비해 보수가 과도하다고 지적하거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이익을 침해했다며 사내·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게 대표적인데 이런 '반기'에도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되는 추세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란 '시그널' 측면에선 선방했단 평가도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사진=국민연금]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상장사 정기 주총에서 32개사, 63개 안건(이날 기준)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상태다.

국민연금이 가장 많은 반대표를 행사한 건 이사보수 한도 승인 안건이다. 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행사한 반대비율은 13.21%로 나타났다. 전체 주총 안건 중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비율은 7.45%다.

국민연금은 LS와 LS산전, LG이노텍,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삼성엔지니어링, DB손해보험 등에 대해 보수금액이 경영성과에 비해 과다하고 경영성과와도 연계되지 않는다고 보고 이를 반대했다.

이들 상장사 중엔 이사보수 한도를 상향한 곳도 있었지만 그대로 가져간 곳도 있었다. LS는 지난해 90억원이던 이사보수 한도를 올해 150억원으로 66% 올리는 안건을 내놨는데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80%나 급감해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았다.

LG이노텍은 이사보수 한도를 전년과 동일한 45억원으로 안건에 올렸지만 순이익이 37% 줄어든 경우다. SK텔레콤 역시 이사보수 한도를 작년과 같은 12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순이익이 70% 넘게 쪼그라들어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을 받았다.

국민연금은 상장사 감사위원과 사내·사외이사 선임에도 비교적 빈번하게 반기를 들었다. 이날까지 전체 감사 선임 안건에 국민연금이 반대한 비율은 12.50%를 기록했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11.49%, 사내이사에 대해서는 5.84%의 반대비율을 보였다.

특히 금융그룹 감사 및 이사 선임에 대한 반대가 두드러졌다.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DLF(파생결합펀드)와 펀드 환매중단으로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얽힌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이들 금융지주가 선임하려는 감사위원과 사내·사외이사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이력, 독립성 결여를 들어 반대표를 행사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가 올린 윤성복 박원구 차은영 백태승 김홍진 양동 허윤 이정원 등 사외이사 8명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선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는 물론 감시 의무 또한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경영진을 감독해야 하는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미흡하다는 금융감독원의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DLF 관련 자료를 삭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손태승 회장과 신한금융지주의 조용병 회장의 연임에도 국민연금은 같은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손 회장은 DLF 사태와 관련해 지난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받아 연임제한 사유가 발생했다. 다만 손 회장이 이에 불복해 금감원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20일 서울행법원 행정11부가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손 회장의 연임을 제한할 법적사유는 일단 제거된 상태다.

조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채용비리 혐의 관련 1심 선고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사태 연루 의혹을 받고 있어 시장의 불신도 고조된 상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이 같은 반기에도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의 이들 상장사 지분은 10% 내외 수준인데 기업 경영진에 우호적인 주주들의 지분이 더 많아 반대가 무색하게 안건이 그대로 승인된 것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찻잔 속 태풍'이나 '종이호랑이'에 비유되곤 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목소리가 약하다고만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에 대한 경고를 시장에 '메시지'로 남겼단 점에서다.

임지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기업가치 훼손 우려와 관련한 비중도 급증했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연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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