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중국의 변신, ‘악한’→‘너그러운 대국’으로

코로나19 진정되자 각국에 의료장비 지원하며 인도적 역할 자임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위기의 다른 얼굴은 기회다. 중국은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세계에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만들려고 한다.

중국은 그 동안 제2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제적인 여러 가지 비난을 받으면서 ‘악한’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코로나19 발발 초기 이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려는 시도로 인해 엄청난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했었다.

코로나19의 중심지로서 보다 투명하고 개방적인 대응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코로나19가 급속히 팬데믹으로 번지는 사태를 최소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비난들이 많다.

3월 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우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알자지라]

한 달 전만 해도 중국은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에서 휘청거렸다. 경제는 자유 낙하에 들어갔고, 코로나19 사태의 은폐를 폭로한 의사 이원량의 죽음은 공산당 체제에 대한 온라인 폭동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이제 확진자 수가 두 자리로 줄어들고 코로나19의 중심지가 유럽으로 이동하자, 코로나19가 자국에서는 진정됐다고 선언하고 그 동안의 은폐·왜곡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국제적 역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악한’에서 ‘너그러운 대국’으로 탈바꿈야려는 것이다.

그러한 신호탄은 먼 나라 세르비아에서 먼저 쏘아 올렸다.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형제이며 친구’라고 부르면서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달라”라고 요청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마스크, 장갑에서 인공호흡기 등 문자 그대로 무엇이든 필요로 한다.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당신의 지식과 우리나라에 와서 기꺼이 도울 수 있는 전문가들”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바로 중국이 찾고 있던 반응이었다. 전 세계대부분이 패닉과 위기에 빠져있는 이 때 바이러스를 퍼트린 주범에서 ‘너그러운 대국’으로 역할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였다. 코로나19 위기를 지정학적인 기회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비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3월 초 이란의 코로나19 방역을 돕기 위한 중국 의료전문가들이 공항에서 내리고 있다. [신화 영상]

그러한 작전은 이미 개시됐다. 세르비아뿐만 아니라 스페인 총리인 페드로 산체스도 최근 시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폭풍이 지나면 햇볕이 비친다’라는 말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양국은 협력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비쳤다.

중국 보다 많은 6천여 명이 사망한 이탈리아는 최근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의료진을 위한 마스크를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마스크, 인공호흡기, 그리고 3백 명의 중환자 전문 의사를 보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에 대해 “어려운 시기에 우리 곁에 누가 있었는지를 기억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중국의 행동을 지켜본 러시아도 최근 의료진과 의료 장비를 비행기에 실어 이탈리아에 보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중국은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의 국가들에도 의료 장비, 기술 자문, 의료진 등을 보내면서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54개 아프리카 국가가 각각 2만개의 진단 키트, 10만개의 마스크, 1천개의 방호복 등을 잭마재단으로부터 공급받을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잭마재단은 알리바바로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된 잭 마의 자선재단이다.

시 주석은 이러한 호기를 최근 자신의 역작인 ‘일대일로 계획’(BRI)에 활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시 주석은 쥬세페 콩테 이탈리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은 기꺼이 ‘건강 실크로드’에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탈리아가 G7 국가 중 유일하게 BRI에 서명한 나라임을 상기시키는 배려였다.

중국은 이제 소프트 파워에 투자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애써 코로나19 사태와 이전의 국제금융위기와의 다른 점을 강조한다. 이번에는 미국과의 협력 없이 독자적으로 ‘너그러운 대국’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부 아프리카를 휩쓸어 최소 1만 명을 사망케할 당시, 미국과 중국은 긴밀히 협력했다. 중국인과 미국인들이 시에라 리온의 연구소에서 어깨를 맞대고 일했으며, 긴급 구호 물자를 공항에서 같이 하역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중국과 미국은 2004년 동남아시아 쓰나미 사태에서도 공동 구호 노력을 펼쳤으며,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에도 사태 원인에 공감하면서 세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공동의 조치를 시행했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추락을 막기 위해 2009년 5,86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무역전쟁으로 인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의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기에도 힘에 겨운 모습이라 세계 주도 국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다.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된 계기는 코로나19의 진원지를 놓고 서로 상대방에게 떠넘기면서 형성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지칭했다.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중국 외무부의 자오 리젠 대변인은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중국을 방문했던 미군들이 퍼트리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의 공식 미디어와 각국에 주재한 중국 대사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펼쳐졌다.

중국은 한 발 더 나아가 관영 매체들이 권위주의적 통치 시스템이 민주주의 시스템보다 바이러스 발달에 대처하는 데는 더욱 우수하다는 주장까지 선전했다. 그러나 그것은 대만과 한국이 중국 보다 더 효과적으로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한 사례를 무시한 것이다.

그러한 프로파겐다는 ‘너그러운 대국’이 되려는 중국으로서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중국 관련 전문가들은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의 우수성을 찬양하는 대신 중국은 의료 자원 및 장비를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나누어 주는 것이 ‘너그러운’ 이미지에 더 적합하다고 충고한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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