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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무제한 유동성 공급…한은 '과감한 한국형 양적완화' 시장불안 잠재운다


석달간 RP 매입해 단기자금시장 경색 예방...최대 70조원 자금공급 전망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3개월간 은행과 증권사 등에 무제한 자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카드를 빼들었다. 금융불안 확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로 자금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2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및 대상증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왼쪽에서 두번째)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왼쪽에서 두번째)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한은 "정부 보증 시 회사채 매입도 가능"

RP란 일정기간 경과 후에 일정한 가격으로 동일 채권을 다시 매수하거나 매도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채권매매를 말한다.

한은이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사들여 금융회사에 자금을 공급하고, 일정 기간 후에는 다시 그 채권을 해당 금융회사에 환매하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지난 24일 정부가 발표한 100조원 이상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위해 금융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이 전액공급방식의 유동성 지원을 하는 것은 사상 처음으로,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실시된 바 없다.

이번에 한은이 발표한 무제한 RP 매입은 사실상 '한국형 양적완화'라고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23일(현지시간)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무제한 매입하기로 밝힌 것과 유사하다.

다만 미국은 정책금리를 제로금리까지 낮춘 다음 양적완화를 실시했지만, 한은은 기준금리 수준이 현재 0.75% 정도로 아직 인하 여력은 있다.

이번에 한은이 RP로 매입하기로 한 것은 ▲국채 ▲정부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은행채 ▲공공기관 특수채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번에 RP 매입 대상을 공공기관 발행 채권까지 확대했는데, 이는 현재 채권 시장의 원활하지 못한 작동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한은의 RP 매입 규모는 무제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번 대책으로 자금이 풀릴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은에 따르면 이번 확대대상을 포함한 RP 매입 대상의 발행 규모는 약 70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대책을 통해 최대 70조원 자금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윤 부총재는 "이번에 확대하기로 한 대상증권의 범위는 국제신용평가기관에 의해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등급의 채권이나 국내신용평가사로부터 AAA 받은 채권, 정부가 보증하는 공공기관 채권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한은의 신용위험은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은 자기재산으로 원리금을 정부가 보증한 유가증권을 매입할 수 있다. 법상으로는 정부가 보증한다면 회사채도 직접 매입할 수 있다.

윤 부총재는 "정부가 보증한다면 한은 금통위가 회사채 매입을 결정하는 데 용이할 것이다"라면서도 "회사채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것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사안이다"고 말했다.

또한 "한은법에 영리기업에 대한 대출 조항도 있는데, 그 조항을 발동시킬 상황인지의 여부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오늘 발표한 무제한 RP 매입으로 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 문제는 이번에 논의되지 않았다.

윤 부총재는 "이번달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4월 정례 금통위에서 다시 논의할 사항이다"라며 "한은은 현재의 경제금유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는 연장선상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 한은 발표 후 금융시장 안정 추세

이번 한은의 유동성 공급 조치는 4월 유동성 부족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단기 유동성 부족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국내마저 이례적인 유동성 공급을 통해 기업들의 부도 리스크 등 신용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막을 강하게 치고 있어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에는 긍정적 신호다"라고 평가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정책시행으로 CP 및 단기자금시장 여건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주 초반까지만 해도 분기말 자금수요 부담과 금융불안으로 단기유동성이 위축되면서, CP 금리가 급등하고 증권사 조달에 어려움이 확산됐다.

하지만 이날 발표 후 단기뿐만 아니라 일부 공급우려로 금리하락이 제한적이었던 국채시장에서 선물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시장금리가 안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애널리스트는 "향후 정부 금융안정 패키지 과정에서 정책금융기관들의 늘어나는 조달부담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다"라며 "산금채나 일부 공사채 발행이 늘어도 이를 한은에 RP로 맡기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시장 안정에 기여가 클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김다운 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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