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부, 국가비상사태 선포 주저말라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2020년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 올해 한국 경제, 더 나가 세계 경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의 구조상 엄중한 현실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체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경제 도발,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중국 견제 심화가 더해지면서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국내 사정은 어떠했나.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 족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반(反)기업 정서는 팽배하다. 면역력이 떨어질 때로 떨어진 한국 경제에 코로나19는 가히 핵폭탄급 경제 상수인 셈이다.

대처는 또 얼마나 답답한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지 3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제대로 나온 처방이 눈에 안 띈다. 오히려 사태가 더 악화되는 모양새다. 잡힐 것 같았던 코로나19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고 전국 곳곳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안 퍼진 곳이 없을 정도다. 물론 그릇된 종교 신념과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이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스쳐 지나가기라도 하면 가동 중인 공장이 멈추기 일쑤고 백화점이나 마트뿐 아니라 병원까지 임시 폐쇄 조치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매장이나 식당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하면서 소비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도 총 123개로 늘어났다. 오고가는 비행편이 끊기다 보니 항공업종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1년 전보다 반토막이 나면서 관광업종이나 숙박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쇼크에 빠졌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1987년 이른바 '블랙 먼데이' 당시 22% 이상 추락한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등 글로벌시장과 동조화가 심한 국내 금융시장에도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급격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금융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아니라고 선을 긋던 세계보건기구(WHO)가 이제야 부랴부랴 태도를 바꿔 뒤늦게 인정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긴급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처는 여유(?)가 묻어나는 느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긴급 인하한데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역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파격적으로 낮췄다.

일각(一刻)이 시급한 지금에도 우리의 관가(官街)나 정가(政街)는 하세월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마저 코로나19 발(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까지 낮추고 최악의 경우 0%대 추락을 경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작태다.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 금리를 전격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현재 분위기는 그리 높지 않다.

한시가 급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경제계가 금리인하 조치와 함께 40조원 규모의 추경 필요성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관가나 정가 모두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 처리마저도 정쟁에 발목 잡힌 꼴이다. 추경안 규모를 두고는 가장 공조가 절실한 당정까지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힌다고 하더라도 팬데믹이 가라앉지 않는 한 같은 상황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23곳에서 비상사태를 취했고 코로나19 확진자 13명이 나온 헝가리 역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의료단체들까지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가차원의 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했다. 팔레스타인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차원의 피해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스위스 남부의 티치노 칸톤(州)도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리도 이중 삼중의 촘촘한 시나리오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더욱이 종교 등 불요불급한 집단 행사는 금지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가계·기업·정부 등 각 경제주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주저하지 말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코로나19와 경제에 더 신속하게 대처할 필요도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아 코로나19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기 전에 말이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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