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수기를 비수기로 바꾼 코로나19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업종별로 성수기가 있다. 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매년 여러 가지 이유로 판매량이 올라가는 시기를 성수기라고 일컫는다. 성수기와 비수기를 어느 정도 가늠함으로써 기업은 한 해 제품 판매량을 예상하고 이를 토대로 경영 계획을 짠다. 사실상 성수기와 비수기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경영 골격이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과 가전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휴대폰은 업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플래그십 제품 출시 직후가 곧 성수기다. 가전제품 역시 종류별로 차이는 있지만 결혼·입학철의 경우 전반적인 가전제품 판매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하필 코로나19가 휩쓴 2~3월이 그러한 시기다. 그야말로 코로나19가 성수기를 잠식한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전세계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S20' 시리즈는 초반 판매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비싼 가격에 비해 낮은 보조금 등이 거론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대리점 방문객 감소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가전제품 역시 결혼·입학 시즌의 각종 수요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신혼집 마련 기념으로 TV·냉장고·에어컨 등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혼식 자체가 미뤄졌으니 제품 구매도 미룰 수밖에 없다.

성수기가 졸지에 비수기가 됐다. 적어도 이 시기엔 어느 정도 제품이 팔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업체들의 기대는 그렇게 산산조각났다. 이 무렵 새로운 제품을 사기 위한 고객들로 북적거렸던 휴대폰 판매점과 가전제품 판매점은 하나같이 손님이 별로 찾지 않아 조용하다. '푸짐한 사은품 증정'·'결혼시즌 특별할인판매'·'지금이 구매적기' 등 대문짝만하게 적힌 홍보문구가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스마트폰과 가전 모두 그간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훨씬 컸던 것을 생각하면 오프라인 판매 감소분이 전부 충당됐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으로서는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바랄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및 관련 유통업계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스마트폰 구매를 미뤄 왔던 고객들의 수요가 생길 것으로 바라본다. 가전업계는 1분기에 못 누렸던 결혼철 성수기 효과에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철 에어컨 성수기 효과까지 겹치기를 기대한다. 실제로 일부 가전유통업체 및 온라인 쇼핑몰들은 벌써부터 에어컨 판매 프로모션을 개시하며 1분기의 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의 '성수기'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스마트폰은 점차 플래그십 제품 이외에 다양한 중저가폰을 구매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가전의 경우 에어컨·김치냉장고 등 '계절가전'으로 불렸던 제품들이 다양한 기능 추가를 통해 '사계절 가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통적인 성수기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케 하고 있다. 여전히 성수기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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