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르포]이통점 "코로나19에도 퇴근 없다"…전산단축 '시급'


내방객 감소에 감염 노출 이중고, 경쟁점 의식해 문도 못닫아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어떻게 문을 닫아요. 옆 가게는 열고 있는데…"

경기도 소재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장이 손사래를 치며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내방객이 줄었으나, 그렇다고 종료 시간을 앞당길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통사 전산 운영시간이 유통망 근무시간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어 임의로 문을 닫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5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코로나19에 대응, 이통업계와 가진 긴급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통3사 CEO가 유통망 전산 단축 운영에 대한 필요성을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전산 운영 시간으로 유통망의 탄력적인 근무 환경 조성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통 유통망은 경쟁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이통3사 전산 운영 시간 이상 근무가 불가피한 현실인 것.

현재 이통3사의 전산 운영 시간은 신규 및 기변의 경우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4시간, 번호이동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10시간 동안 가능하다.

코로나19로 내방객이 크게 줄면서 영업실적도 반토막 났지만 감염 우려에 마스크를 낀 채 최소 14시간 이상은 근무해야 하는 게 유통망의 현실이다.

현장에서는 일부 개별 유통망이 자발적으로 영업시간 단축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경쟁 특성상 유통망 개별적으로 이를 결정하고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기도 내 다른 이통사 대리점장은 "신제품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율은 (코로나19 이전) 기존 대비 절반가량 떨어졌다"며, "그렇다고 우리만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산 운영 시간 단축이 영업에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최소한 현재 상황에서는 단축 근무의 명분은 된다"며, "주변 대리점주 역시 비슷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안정기에 접어들 때 까지라도 유통망 직원들의 근로시간 조정 등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통3사 역시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일선 유통 현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전산 운영 시간 조정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만, 이통3사간 자체 합의를 통해 전산 운영 시간을 축소하는 것은 관계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동의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목. 정부가 의지를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통망 직원의 감염 위험 방지를 위해서라 전산 운영시간 단축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이통 판매점을 운영중인 빈기남 S.C프리미엄샵 사장은 "전산운영 단축에서 더 나아가 영업종료 시간까지 가이드라인이 마련 돼야 효과적일 것"이라며, "그에 따른 제재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 "저녁 있는 삶, 보장해주고는 싶죠"

이통 유통망 직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이 같은 전산 운영 단축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유통협회의 '2018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근무환경은 ▲일 8시간 초과근무 84% ▲점심만 보장 48% ▲주 2일 미만 휴무 79% 등 대체적으로 열악하다.

또 전산 운영 시간과 근로시간 관련성에 대해서도 전체의 86%가 '보통 이상'이라 답했다. 전산 운영 단축에 찬성하는 인원도 50%, 보통 18%로, 반대는 22%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오후 7시 이하 마감에 찬성하는 비율이 68%에 이르렀다.

주52시간 정책이 시행되면서 이 같은 유통망 종사자들의 근무환경 개선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 소재 판매점 사장은 "직원의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한편으로는 요즘같은 상황에서 직원들 월급이라도 주려면 초과 근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우선 전산 운영 단축부터 한 단계씩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음지에 숨어 있던 불법 유통망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 시키는 대목.

다른 이통 대리점 사장은 "온라인 불법 영업으로 인해 구매율이 높아지면서 임대료를 내고 선량하게 영업하는 일반 대리점 가입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이른바 '대포폰' 업자들 횡포까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르포]이통점 "코로나19에도 퇴근 없다"…전산단축 '시급'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