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인-권영탁 핀크 대표] 오픈뱅킹의 끝판 '문어발 카드'로 2020 퀀텀점프

하나금융·SKT 5년 화학결합 완료...협력하고 경쟁하는 '협쟁모델' 제시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즐비한 핀테크 업계에도 소위 '금수저'는 있다. 모회사로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을 둔 '핀크'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오히려 화려한 '빽'이 단점으로 작용했다면?

핀크에 대한 오해를 풀 시간이다. 출범한 지 햇수로 5년이지만 올해를 도약 원년으로 삼은 회사, 오픈뱅킹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회사, 하나은행 5% 적금으로 제대로 입소문을 탄 그 회사. '뱅크 말고, 핀크'의 권영탁 대표를 지난 13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 핫한 금융플랫폼 만드는 아이디어맨

권영탁 핀크 대표가 서울 중구 핀크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핀크 권영탁 대표가 서울 중구 핀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핀크는 지난 2016년 하나금융그룹과 SKT가 고객에게 편리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손잡고 만들었다. 초기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통신요금 납부 이력을 바탕으로 한 신용평가 모델 'T스코어', 그리고 그를 활용한 '대출비교서비스'를 내놓으며 핀테크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최근엔 대구·산업은행과 제휴를 맺고 출시한 5% 적금 '티하이파이브'의 가입자가 '하나은행 5% 적금' 흥행과 맞물려 평소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올해 들어 핫한 금융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SKT·하나금융 오가며 '핀테크 DNA' 자연스럽게 체득

핀크 권영탁 대표가 서울 중구 핀크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권영탁 핀크 대표가 서울 중구 핀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이런 핀크의 강점을 권 대표는 '다양한 산업군을 넘나드는 협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금융과 ICT 업계의 공룡인 하나금융그룹과 SKT의 직원들이 한 회사에서 만나 지난 5년간 화학적 결합을 이루면서, 이제는 각자마다 핀테크 유전자를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환상케미를 제대로 보여줄 타이밍을 맞은 셈이다.

사실 핀테크 유전자의 원조는 권 대표다. SKT와 하나금융을 오가며 양쪽 업계의 DNA를 직접 체득한 하이브리드형 CEO다.

지난 1994년 SKT에 입사해 판매기획, 제휴사업, 마케팅전략 조직 등을 거쳐 2010년 하나SK카드 출시를 위해 하나카드로 자리를 옮겨, 모바일카드 서비스를 담당했다. 이후 2016년 초에 다시 SKT로 복귀했다.

그는 "SKT에서 판매 기획을 담당하던 2005년, 고객들이 더 저렴하게 이동전화를 구매할 수 없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업계 최초로 신용카드와 이동전화를 결합시킨 모바일세이브 카드를 출시한 게 금융권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다"라며 "이후 하나SK카드에선 모바일 카드를 출시에 참여하는 등 기존의 이동통신과는 거리가 있는 새로운 사업을 많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핀크와의 인연은 2016년 4월부터다. 그는 "SKT로 복귀해 앱서비스를 총괄하던 중, 하나금융과 SKT가 핀크의 전신인 하나SK핀테크주식회사를 설립했다"라며 "SKT엔 금융을, 하나금융엔 ICT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핀크로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들어올 땐 SKT의 대표격으로 부사장을 맡다가 작년 7월부터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핀테크 산업을 '금융과 ICT를 잘 버무려서 고객들에게 쉽게 금융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양 쪽 업계에서의 경험이 이러한 핀테크 산업을 이해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금융업계는 보수적이고 ICT는 역동적인 만큼, 둘 사이의 간격을 잘 조율하는 게 핀테크 CEO의 중요한 경쟁력이다"라며 "아무래도 금융과 통신을 모두 경험했던 게 회사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권 대표를 수식하는 또 다른 말은 '포용 금융인'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포용'을 강조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인 '포용금융'과 발을 맞추기 위해 그러는 것 아니냐"라며 색안경을 쓰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내면엔 금융을 대하는 권 대표의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어떤 산업이든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사회적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금융 역시 나름대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 금융으로부터 소외받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인 게 씬 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인데, 금융 이력이 없다고 신용 점수도 낮아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라며 "그런 고객들을 포용할 수 있는 따뜻한 금융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게 T스코어다. 휴대폰 이용 정보를 통신점수로 산출한 후 금융기관에 제공해 기존 신용등급과 함께 대출심사에 반영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서비스를 통해 씬 파일러들은 신용등급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대출비교서비스와 결합하면서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 "금수저 오해입니다"…오픈뱅킹·마이데이터로 날개 단 핀크

권영탁 핀크 대표가 서울 중구 핀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핀크 권영탁 대표가 서울 중구 핀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하나금융그룹과 SKT를 모회사로 둔 것 치곤, 그간 핀크의 성적은 좋다고는 보기 어렵다. 2018년 기준으로 아직 수익보단 비용이 큰 상황이다.

여기엔 남모를 아픔이 있다. 핀테크 서비스는 은행과의 연결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라는 점 때문에 그간 은행들은 핀크의 연결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겉만 보면 모회사를 대기업으로 둔 '금수저 핀테크 회사'지만, 오히려 출신배경이 약점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권 대표는 "핀크를 두고 금수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사실 핀크는 그로 인해 역차별을 받아왔다"라며 "핀테크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은행과의 연결성으로, 모든 은행과 연결돼야 고객이 보다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중 은행들이 핀크와의 연결을 거절하다보니, 고객이 편리하게 사용하게끔 하려해도 잘 안됐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올해를 도약 원년으로 삼았다. 지난해 도입된 오픈뱅킹을 발판으로 삼아 그간 추진하지 못했던 '아이디어 보따리'를 풀겠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오픈뱅킹이 도입되기 전까진 은행과 연결이 없다보니 사실상 경영실적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라며 "올해 핀크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 중개 플랫폼으로서 그 가능성을 입증할 것인 만큼,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데이터3법 통과도 핀크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권 대표는 "하반기엔 마이데이터 사업에 중점을 두고 고객의 금융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기존 금융기관과 협업해 선보일 것이다"라며 "아울러 금융 중개 플랫폼으로서 고객 규모를 빠르게 늘려 핀테크 유니콘의 초석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핀크는 오픈뱅킹을 발판 삼아 올 상반기 안에 비장의 무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문어발 카드'가 그 주인공이다. 모든 은행 계좌와 연결이 가능한 체크카드로, 핀크 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계좌와 연동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등록된 계좌 잔액이 부족하다면, 결제하기 전 핀크 앱을 통해 다른 계좌를 선택한 후 구매할 수 있다. 핀크는 이 서비스 출시를 위해 지난해 신한카드와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다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 상황에서 서비스의 차별화는 사업자 중심으로 구현된 '금융 서비스'를 얼마나 고객 눈높이에 맞게 바꾸느냐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는데, 핀크는 그러한 역량을 갖췄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현재 핀테크 업체들의 지향점은 모든 금융서비스를 취급하는 토털 금융플랫폼일 텐데, 결국 차별화는 기존의 금융서비스를 얼마나 잘 커스터마이징해 고객에게 전달하느냐, 그리고 ICT 기술에서 갈릴 것이다"라며 이어 "금융상품은 모든 플레이어가 만들 수 있지만, ICT는 장기간의 R&D 투자가 필요한 만큼, 금융이 아닌 ICT를 잘하는 플레이어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핀크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ICT 강자인 SKT가 갖고 있는 장점을 그대로 끌어올 수 있다"라며 "앞으로 핀크는 ICT를 가장 잘 활용하는 핀테크 서비스를 지항해 대한민국 금융이 보다 쉬워지도록 만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정부 정책, 좋은 점수 주고싶다…일관성이 중요"

권영탁 핀크 대표가 서울 중구 핀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혁신'을 표방하고 있지만 핀테크도 결국 금융산업으로 묶여있다.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여느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정책 하나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간 정부의 혁신금융 정책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는 게 권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혁신이 이뤄지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는 치열한 경쟁이다"라며 "울타리 안의 양들은 생존을 위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돼 혁신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선 개방과 공유가 선행돼야 한다"라며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작년부터 규제 샌드박스, 오픈뱅킹 등 과거의 낡고 보수적인 규제들이 하나씩 해소하고 있는 점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혁신금융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제언이다. 그는 "진정한 혁신은 치열한 경쟁의 산물인데, 그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지려면 개방과 공유가 필수다"라며 "앞으로도 낡은 규제에 대한 혁신 방향성이 흔들림 없이 꾸준히 유지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당장 올해부터 시행될 '핀테크 스케일업' 방안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금융업 진입장벽 완화, 5천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 개설 등 24개에 달하는 '핀테크 스케일업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내용은 '후불 결제 기능‘이다. 권 대표는 "여력이 된다면 모든 라이센스를 따고 싶을 정도로 모두 기대된다"라며 "특히 전자금융사업자에게 소액으로 후불 여신 기능을 준다는 것은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하나SK카드 시절부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없이도 자유롭고 편하게 쇼핑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 이제 그게 현실화되는 것이다"라며 "후불 기능이 부여되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결제방식이 나올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 '제2의 타다' 논란…"협쟁으로 풀어가겠다"

핀크 권영탁 대표가 서울 중구 핀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핀테크 업체에 후불 기능을 부여하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직 기존 금융사들이 따르고 있는 내부통제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데다, 자본금 확충도 필요하다. 기술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기존 기득권인 카드업계와의 마찰은 반드시 마주해야 할 문제다. 그간 카드업계는 "카드사는 규제로 잡는 반면, 핀테크 업계는 풀어주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사실 이런 갈등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핀테크는 '빅블러'(첨단 기술의 발달과 사회 변화로 인해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의 산물이다. 지금 당장은 카드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지만 그 다음엔 은행, 보험업계가 반발할 수 있다. 아예 금융권을 넘어선 다른 업권과의 충돌도 가능하다. 언제든 '제2의 타다' 논란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기득권에 대한 권 대표의 견해는 뚜렷하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얻어낸 권리를 주장하는 건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득권이 지켜지려면 치열한 경쟁이 전제돼야하는데, 경쟁이 없이 라이센스라는 안락한 울타리 안에서 취해오던 것을 정당한 기득권이라 주장하는 건 무리가 있다"라며 "금융산업은 라이센스 산업인 만큼, 그간 경쟁의 강도는 높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기득권이 인정받으려면 그를 지킴으로써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느냐를 봐야한다"라며 " 그간 고객들은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를 받으더라도 고금리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협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협력과 경쟁의 줄임말로,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해,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득권을 뺏긴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시장을 더 키우고 고객의 효용성을 더 키운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협력이 가능하다고 본다"라며 "특정 플레이어가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는 만큼, 잘하는 영역은 더 집중하고 그러지 않은 쪽에선 서로 협력하면 시장의 파이는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쟁의 기본적인 철학은 윈윈(WIN-WIN)이다"라며 "핀크는 협쟁을 통해 동반성장을 해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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