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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OTT '쿨한 해지'가 필요하다


산업발전 저해요인, '코드스위칭' 활성화해야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바야흐로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멀티호밍' 시대다.

멀티호밍이란 한 사용자가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넷플릭스를 보는 사용자가 웨이브에 가입하고, 시즌에 가입해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OTT 이용률이 52%로 나타났다. 주 1회 이상 OTT 시청빈도는 95.5%수준이다. 개인매체인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OTT 사용행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토종 OTT를 천명하며 등장한 지상파 방송사 3사와 SK텔레콤의 '웨이브'는 지난해 9월 출범 2개월만에 315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2023년 500만 가입자 목표를 앞당겨 달성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KT가 야심차게 내놓은 '시즌' 역시 출시 2주만에 10만 가입자를 모으며 선전 중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가입자 200만명을 넘어섰다.

구독형 OTT뿐만 아니라 광고기반 OTT인 유튜브의 경우 가파른 성장세가 눈에 띈다. OTT별 이용률에서 유튜브는 지난 2017년 33.7%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47.8%까지 올랐다.

향후에도 더 많은 OTT 시장 진출이 예상된다. 당장 올해만 해도 CJ ENM과 JTBC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통합 OTT를 내놓을 예정이다. 출시 하루만에 1천만명의 가입자를 돌파하고 8주만에 2천500만명의 글로벌 가입자를 유치한 디즈니 플러스 역시 국내 진출이 예상되고 있다.

OTT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규모의 경제 실현뿐만 아니라 유효경쟁으로 산업 생태계 진화발전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OTT의 특성상 소비자 피로도 역시 상승할 수 있다. 통상 OTT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워 경쟁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플랫폼에 기대기 보다는 특정 콘텐츠 소비를 위해 플랫폼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원하는 콘텐츠를 보유한 플랫폼을 따르다보니 중복 가입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중복 가입은 결국 가격 부담으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 대비 2배 이상의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각 플랫폼에 따라 UX 적응 등의 문제도 피로도를 높인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해 OTT 가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 미국 OTT 시청자 중 29%가 3개 이상을, 2개 OTT에 가입한 사용자는 21%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평균 시청자 한명 당 2.4개의 OTT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OTT 중복 가입에 따른 피로도 상승은 곧 중복 가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다수의 OTT 출현으로 인해 생태계가 성장하는 것이 아닌 성장저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국내 OTT 산업발전과 성공적인 해외 진출과 더불어 소비자 실익을 동시에 가져가기 위해서는 초협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아시아 전체가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위한 하나의 팀이 되자는 의미의 'T.E.A.M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도 이같은 우려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시아 전체 250여개의 분절된 OTT로는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다는 게 그 취지다.

다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시장 여건상 케이블TV업계와 같은 '홈초이스' 성공사례가 OTT에서도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원화된 한국형 통합 OTT 구축이라는 산업적 관점에서 벗어난다면, 소비자 측면에서 최대한 실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대안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중복가입으로 인한 피로도 상승이 산업발전을 저해시킨다면, 오히려 반대로 중복가입을 피하고 자유롭게 플랫폼을 넘어다닐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가깝게는 '쿨한 해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입뿐만 아니라 해지도 간편해야 한다. 플랫폼을 자유롭게 넘어 다닐 수 있다면 소비자 피로도도 줄어들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중심으로한 유효경쟁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국내 OTT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구독형 온라인 서비스의 경우 해지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무료 사용자의 원치않는 유료 전환, 해지 절차를 감춘 UI, 해지 방어를 위한 미끼상품 유도 등에 대한 불만은 결국 소비자 불신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OTT 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잃을 수도 있다.

전세계 유료방송 시장은 OTT로 인한 '코드커팅' 현상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팽배하다. 하지만 시각을 바꿔 '끊김'이 아닌 '전환'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즉, 이제는 '코드스위칭'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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