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발 6개월 ⑤-끝] '소부장' 국산화 앞당긴 촉매제

韓 적극적인 국산화 움직임에 다급해진 日…'수출규제 사태' 해결 실마리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지난해 7월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수출산업을 겨냥한 일본 정부의 기습적 수출규제는 결국 '제 발등 찍기'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일본 소재업체들의 입장에선 판로가 막혀 경영난이 가중된 데다 우리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 국산화, 수입처 다변화로 설 자리마저 좁아졌기 때문이다.

한일 현안 논의를 위한 대화채널이 가동되고 일본 정부도 일부 전향적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수출전선에 큰 먹구름으로 다가온 수출규제 사태도 해소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목표로 온 국민이 함께 했다. 수십년 동안 못한 일이었지만 불과 반년 만에 의미 있는 성과들을 이뤄냈다"고 수출규제 사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출규제 사태는 지난해 7월 1일 일본 정부의 기습적인 도발로 시작됐다. 하필이면 일본 오사카 G20 회담 직후 판문점 남북미 정상의 극적인 회동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 다음날,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활용되는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등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략물자 수출우대국 지위를 의미하는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했다. 직접적인 수출규제 대상인 소재 3종의 경우 대일 수입이 최대 90%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들이다.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질을 의미하는 전략물자에도 IT, 정밀화학,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 공정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국내 산업 전반의 위기감도 그만큼 컸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한편으로 정부와 업계는 국산화 및 수급처 다변화를 서둘렀다. 수출규제 사태가 6개월을 넘긴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다급해진 쪽은 오히려 일본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한국이 세계적 강국인 만큼 일본 기업들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고객사에 대한 납품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불화수소 업체들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대한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특히 크다"며 "국내 업체들이 대체선을 마련하면 회사 존립에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국 수출을 엄격히 통제, 관리한다는 당초 일본 정부의 입장과 달리 포토레지스트와 폴리이미드는 물론 가장 엄격한 수출심사가 적용된 불화수소까지 지난해 9월 이후 속속 수출허가가 이뤄져 국내에 반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의 해외지사를 통한 우회 수출의 경우 일본 정부가 굳이 막아서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일본 정부와 업계의 움직임에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국산화 움직임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정부는 대외의존이 심한 소재·부품·장비 등 100대 품목의 기술개발, 사업화, 테스트드베드 구축에 올해만 2조1천억원을 투입한다. R&D,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규제완화, 해외기업 인수 지원도 이뤄진다.

지난 2일 국내 반도체 소재업체 솔브레인을 방문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뉴시스]

최근 국내 반도체 소재업체 솔브레인의 경우 순도 '12나인(99.9999999999%)'급 불화수소의 대량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국내 수요의 70~80%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인데 정부가 신규공장 허가를 대폭 앞당겨 연내 양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세계적 화학기업 듀폰 또한 국내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결과다. 삼성전자의 7나노 이하 첨단공정에 활용되는 EUV 포토레지스트는 그간 전적으로 일본 업체들로부터 수입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적용한 포토레지스트도 EUV용이다. 불화 폴리이미드의 경우 SKC,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국내 업체들이 이미 양산 준비를 마쳤다.

백색국가 배제 이후 추가적인 수출규제는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최근 한일간 대화가 재개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한 가운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원칙에 양국이 공감했다. 한일 통상당국 국장급 회의도 재개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 수출규제 소재 3종 중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현재 개별허가에서 이전처럼 포괄허가로 전환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출규제 사태 초기에도 위기감에 비해 실제 생산현장에서 차질이 발생하진 않았다"며 "지금도 리스크가 남아 있긴 하나 위기감 자체는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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