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효원 기자]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에스디생명공학의 박설웅 대표가 편법 증여 논란에 휩싸였다. 박 대표의 아내와 아들이 소유한 회사에 거액의 대여금과 매출을 밀어준 정황이 포착됐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 2017년 10월 포장지 생산회사 ‘애니코스’를 인수했다. 1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83.3%(20만주)를 취득했다. 주당 취득가격은 액면가인 5천원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마스크팩 포장지의 품질 향상을 위해 애니코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애니코스는 화장품, 식품, 의약품 등의 포장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2017년 4월 자본금 2억원에 설립됐다. 현재 애니코스의 대표이사인 송태열 씨와 박설웅 에스디생명공학 대표의 아내가 시작부터 함께 이사로 근무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약 5개월 후인 지난해 3월 애니코스의 지분 5%만 남기고 78.3%를 매각했다. 매각가는 인수가와 동일한 주당 5천원, 총 9억4천만원이었다. 매각 상대방은 ‘주식회사 소예’와 송태열 씨로 각각 애니코스의 지분 53.3%, 25.0%를 보유하게 됐다.
애니코스의 최대주주가 된 소예는 애니코스보다 한달 앞선 2017년 3월 설립된 회사로, 박설웅 대표의 아내와 아들이 40%씩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대표이사는 박 대표의 아내다. 박 대표의 아들은 현재 에스디생명공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디생명공학의 자회사였던 애니코스는 지난해 3월 매각을 기점으로 에스디생명공학의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됐다. 에스디생명공학은 5% 지분을 보유한 단순 투자자가 됐다. 표면적으로 회사끼리는 실적 측면에서 큰 연결고리가 없어진 셈이다.
◆대여금 117억·매입 36억…성장 과실은 ‘가족’에게그럼에도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 3분기 말까지 약 117억원을 애니코스에 대여해 줬다. 2017년 12억원, 작년 84억5천만원, 올해는 3분기까지 21억원을 빌려줬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전체 영업이익 103억원의 82%에 달하는 자금을 대여해 준 셈이다.
이 대여금으로 애니코스는 영업을 할 수 있었다. 2018년 에스디생명공학이 소예에게 지분을 팔 당시 애니코스는 아무 자산이 없어 금융기관에서도 대출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애니코스는 에스디생명공학의 대여금을 이용해 지난해 말 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생산활동을 시작했다.
애니코스 관계자에 따르면 올 3분기 말까지 애니코스는 70억~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30% 가량은 에스디생명공학에서 나오는 매출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애니코스가 설립된 후 애니코스로부터 총 36억7천만원 어치를 매입했다.
시장에서는 박설웅 대표가 자회사였던 애니코스를 가족회사에 넘긴 후 대여금과 매출을 지원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에스디생명공학이 애니코스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주주들이 공유할 수 있었던 과실을 박 대표 가족들이 챙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에스디생명공학 측은 “애니코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경우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 이 같은 방식을 취했다”며 “지난 11월15일 애니코스가 대여금을 전액 상환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에스디생명공학은 올 3분기 말 연결 기준 누적 매출 1천119억원, 영업이익 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86.0%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22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87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장효원기자 specialjhw@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