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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만만한 현장은 없다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관객들은 캐스팅에 민감하기 때문에 내가 약속한 날 펑크내지 않고 공연을 하는 건 중요해요. 그 약속은 꼭 지키려고 하죠. 그분들이 몇 개월 전부터 피케팅을 하면서 극장에 오시는 걸 알기 때문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거든요.”

데뷔 20주년을 맞은 뮤지컬배우 신영숙이 지난 5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오랫동안 무대를 경험한 이 베테랑 연기자는 관객과의 약속의 소중함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발언이라 흘려들었을지 모를 그의 짧은 경험담이 뼈있는 말로 특히 와 닿은 이유는 당일 접한 두 건의 소식 때문이다.

뮤지컬 ‘팬레터’ 제작사 라이브는 이날 공식 SNS를 통해 ‘김해진’ 역으로 출연하는 이규형의 개인사정으로 6회 공연 캐스팅 스케줄이 변경됐다고 알렸다. 같은 역할의 김종구·김경수가 이규형 대신 급히 추가 공연을 결정했다.

또 다음달 개막 예정인 뮤지컬 ‘위윌락유’ 제작사 엠에스컨텐츠그룹은 “‘갈릴레오’ 역의 김태우가 목상태가 좋지 않아 12월 공연 출연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달받은 상태”라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개인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두 회 캐스팅 스케줄이 변경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처럼 수차례 불참을 통보하는 일은 잦지 않다. 관객을 비롯해 자신의 일정을 대신 메우는 배우, 그 과정에서 추가 업무를 하고 아쉬운 소식을 전해야 하는 여러 스태프에게 민폐를 범해야 한다. 두 배우도 분명 원치 않았겠지만 일은 벌어졌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김태우는 이틀 후인 7일 ‘위윌락유’에서 하차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퀸의 열렬한 팬으로서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하기로 했지만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건강검진에서 목상태가 장기공연까지 이어가기엔 무리라고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8일엔 이규형의 ‘헤드윅’ 부산 공연 취소 소식을 접했다. 제작사 쇼노트 관계자는 “배우의 개인사정으로 12월 22일 오후 2시 공연을 취소하고 25일 오후 7시 공연을 추가로 오픈한다”고 밝혔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개인사정은 9일 오전 이규형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을 통해 공개됐다. 이규형은 “촬영 중이던 작품의 일정이 기상 악화로 인해 지연되고 변동돼 부득이하게 뮤지컬 공연의 스케줄을 변경하게 됐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뮤지컬로 데뷔해 오랫동안 무대에서 사랑받아온 배우인 만큼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힘들게 예매를 하시는지 너무나도 잘 안다”는 그의 불편한 마음은 글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규형은 “티켓 오픈돼 있는 스케줄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며 “‘헤드윅’ 부산공연 공지까지 올라오길 기다리느라 이제야 사과의 말씀을 드리게 돼 송구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이라서 목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위윌락유’ 출연을 결정한 김태우나 영화 촬영과 뮤지컬 두 작품을 병행한 이규형 모두 욕심이 앞섰다.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은 아니다. ‘두 연예인과 그들의 소속사가 좀 더 신중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디가드’로 처음 뮤지컬에 도전하는 이동건은 새벽까지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시간이 나면 연습실을 찾는다. 지난 4일 인터뷰에서 그는 “뮤지컬 연습량이 부족한 게 부담이고 출연자들에게 죄송한 부분”이라며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굉장히 힘들다”고 고백했다.

이것이 실상이다. 어떤 현장이든 그 안에는 룰이 있다. 특히 낯선 현장을 경험한다면 그곳에 집중해 빠르게 적응하고 익히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 이규형에게는 영화 현장이, 김태우와 이동건에게는 뮤지컬 현장이 녹록지 않은 곳이다.

이규형은 “더 이상의 스케줄 변경은 없다”고, 김태우는 “미리 약속된 스케줄은 건강에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이동건은 “다음에 뮤지컬을 한다면 결코 무언가와 병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신의 컨디션을 충분히 살피고 신중히 판단한 결과 내뱉은, 지킬 수 있는 약속이길 기대해 본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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