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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이은 도덕적 해이, 자성 없는 증권가


DLF 사태에 선행매매…남 탓만 난무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하나의 유령이, 도덕적 해이라는 이름의 유령이, 증권가를 배회하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DLS) 원금손실 사태는 전초전이었을까. 사실상 기약 없이 펀드 환매를 중단한 자산운용사, 천 배로 뻥튀기 된 유령채권을 매도 주문한 증권사, 선행매매 혐의를 받는 애널리스트까지 요즘 금융투자업계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신뢰를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할 금융투자업계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이들 사건이 도덕적 해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조성우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조성우 기자]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은 데도 이를 설계하고 판매한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는 말할 것도 없다. 미공개 정보로 부당이익을 챙긴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리인이 자신의 이익만 극대화한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다. 라임 사태의 경우 단순히 환매를 연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처음부터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으로 개방형 펀드를 구성한 것 자체가 잘못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증권사 관계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이들 사건은 단연 화두였다.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얽힌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기에 더욱 귀를 기울인 기억이 난다. 돌아온 건 "우리만 걸려 억울하다" "은행이 요청해서 한 거다" "괜히 영업만 더 어려워졌다" 등의 하소연과 남 탓이었다. 결론적으로 금융투자업계 종사자인 '본인'들에겐 책임이 없단 거다.

취재원이 기자에게 대놓고 자기 회사를 비판하긴 어렵다는 것을 모르진 않는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로 빚어진, 누가 보아도 금융회사의 잘못이 명백한 이들 사건에서조차 '제 식구 감싸기'로만 일관하는 업계를 보고 있자니 또 이런 문제가 터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존 템플턴은 그의 저서인 <영혼이 있는 투자>에서 "도덕성과 정신적인 삶의 원칙들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하는 모든 것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모든 것, 생각하는 모든 것이 그래야 하며 우리의 행동도 마찬가지로 이 원칙들에 기초해야 하고 투자의 문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투자자이면서도 테크닉보다 도덕성을 우선했던 그는 지금까지도 월가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손꼽힌다.

지금 우리나라 금융투자업계의 상황은 이와 너무도 대조적이다. 도덕적 해이는 반복되고 자성은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추락할 것인가. 우리 금융투자업계에 묻고 싶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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