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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난 양돈농가에 기름 붓는 정용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플루언서'로 통한다. 2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일상을 가감없이 올리고, 가끔 피식 웃게 만드는 B급 코드의 유머로 팔로어들의 호감을 산다. 정 부회장이 소통에 적극 나선 덕분에 신세계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호감도 역시 높은 편이다.

덕분에 신세계의 브랜드 평가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일각에선 정 부회장의 소통 덕분에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T커머스 등 많은 사업장들이 신뢰를 얻고 있다고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간혹 논란의 불씨를 지펴 곤혹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지금이 딱 그렇다. 정 부회장이 25일 무심코 던진 게시글 하나는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경기권을 중심으로 비상 상황이 걸린 상황에서 이를 유머 소재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총력대응에 나서고 온 국민이 사태확산에 예의주시한 상황에서 쓴 글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생존권과 직결된 양돈농가 입장에서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글귀가 아닐까 싶다.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쳐]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쳐]

정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 정오부터 48시간 전국 돼지 이동중지명령' 속보를 캡쳐한 사진과 함께 "명령을 받들어 오늘 집에 있기로 함"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게시물이 올려진 캡쳐 화면은 삽시간에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진 상태로, 일부 네티즌들은 "한 회사의 오너가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너무 경솔한 것 아니냐"는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 파주에서 처음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살처분된 돼지 마릿수는 24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총 2만172만 마리로 집계됐다. 23~24일 김포·파주·강화 농장까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3만729마리 돼지들도 살처분이 될 운명에 놓였다.

총 5만 마리가 넘는 돼지가 목숨을 잃게 되면서 돼지고기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 24기준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1kg당 5천119원으로 올랐다. 이는 지난달 평균 4천179원과 비교하면 22.5%나 뛴 수준이다.

이로 인해 계속되는 물가 인상으로 장보기 버거워진 서민들은 돼지고기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게 됐다. 돼지 살처분으로 양돈 농가를 비롯해 정육점,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도 울상이다. 이번 사태로 서민들은 걱정인데 유통 대기업의 총수인 정 부회장은 이 상황이 그저 재미로 느껴졌나 싶다.

또 삼겹살은 이마트의 대표 미끼 상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마트는 휴가철, 나들이철만 되면 대대적으로 삼겹살 할인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수입산 냉동 대패 삼겹살'을 1kg에 8천8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며 고객 끌어들이기에 주력했다.

하지만 주력 품목 중 하나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데도 정 부회장을 비롯한 신세계그룹의 참모진은 농가 돕기에 나서기는 커녕 이 일을 그저 넋 놓고 보고만 있다. 국산 삼겹살에 문제가 생기면 수입산을 팔면 돼서 그런걸까. 많은 농가들과 거래하고 있는 이마트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지원책까진 아니더라도 '양돈 농가 살리기 캠페인' 정도라도 앞장서서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영향력은 잊은 채 'SNS 인싸'로서의 역할에 너무 충실했던 듯 싶다. 자신을 희화화 한 유머를 SNS에 올리는 것보다 농가의 어려움을 나누는 데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앞으로는 정 부회장이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SNS 소통에 나서 진정한 '소셜 임팩트'를 보여주길 바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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