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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리미노이드(233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34)


 

“포스랜드에서 조문객이 올 겁니다.”

“포스랜드에서요?”

호치는 입을 벌렸다. 아무리 샤만리스또가 유명하다고는 해도 일개 죄수에 불과하지 않은가. 죄수 가 죽었다고 해서 포스랜드에서 사람을 보낸다는 말에 호치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해가 질 무렵에, 지킴이 청년이 말한 그 조문객이 나타났다. 한 눈에 높은 신분임을 알 수 있었다. 하늘이 새카맣게 변하더니 에어카 기십 여 대가 구름처럼 하늘 정원을 뒤덮는 것이었다. 그 중 한 대가 소리도 없이 수직 강하하여 하늘 정원에 내려앉더니 호리호리하게 생긴 남자가 걸어나왔다. 그는 호위병도 대동하지 않고 홀로 말없이 뚜벅뚜벅 피라미드 신전으로 걸어 올라왔다.

“내가 포스랜드의 수석 비서관 나이튼이오. 마음이 아프시겠소.”

그는 샤마넬라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던진 뒤 샤만리스또 시신 위에 헌화와 헌금을 했다. 바이스톤의 비서관의 조문이 끝나자 곧바로 샤만리스또의 화장이 시작됐다. 수천 개의 무화과나무뿌리가 한꺼번에 불에 짓이겨지는 대 장관이 연출됐다. 연기는 바람을 타고 하늘로 솟아 올랐다. 불타는 나무뿌리에서는 이상한 냄새와 소리가 났다. 그것은 흡사 자연의 곡소리였다.

샤만리스또의 시신이 불타는 동안 나이튼 비서관은 샤마넬라를 재차 위로하고, 수행자들을 직접 불러 세워놓고 누가 샤만리스또의 후계자가 될 것이냐고 물었다.

“자원자가 없나?”

나이튼의 독촉에도 수행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서쪽 마을을 다스리는 절대적 권한을 어찌 거절할 수 있겠냐마는 대뜸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순전히 아미타 때문이었다.

“그럼 결투를 벌이는 것이 어떻겠는가?”

나이튼은 재촉했다. 일을 끝내고 빨리 포스랜드로 돌아가고 싶었다. 디스랜드에 오면 역겨운 냄새가 났다.

포스랜드가 디스랜드를 다스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죄수들 사이에 분명한 위계질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각 움막촌의 대표자는 곧 포스랜드의 바이스톤 성주를 대신하는 꼭두각시였다. 여기 서쪽마을에서는 샤만리스또가 그런 존재였다. 디스랜드의 죄수들이 함부로 포스랜드를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유닛과 움막촌의 죄수들이 동맹을 맺고 한꺼번에 폭동을 일으켜 포스랜드와 대항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골치 아픈 일이었다. 가스를 퍼부어 순식간에 죄다 죽여 버릴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네사루 네트워크의 수많은 인권단체들의 집단 항의를 받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바이스톤 성주의 입장이 매우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샤만리스또가 죽었으므로 당연히 그를 대체할 재원이 필요했다. 나이튼 비서관은 바로 그 일을 행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결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수행자들이 힐끔힐끔 아미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미타의 괴력을 목도한 터라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수행자들은 손으로 아미타를 가리키며 이상한 힘을 가진 젊은이라고 소개를 하고는 아주 위험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나이튼의 지시에 의해 지킴이 가운데 한 청년이 호치에게 다가와 말을 붙였다.

“저기, 포스랜드에서 오신 분이 잠깐 뵙자고 합니다.”

“나를?”

“아뇨. 댁의 아드님을.”

호치는 더럭 겁이 났다. 수행자들과 비서관이 뭐라고 속닥속닥 하더니 아미타를 불러오라는 것이 아닌가. 성질이 급한 아미타가 비서관에게 무슨 짓을 할까 몰라서 호치는 아미타에게 낮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메시아.”

“응.”

“저기 제복 입은 사내가 너를 보자고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함부로 네 능력을 쓰지 말아라.”

“응.”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저 사람이 시키는 복종하거라. 알겠지?”

“응.”

“약속해.”

“응.”

호치는 아미타를 데리고 나이튼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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