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브레튼 우즈 75년, 위기와 도전

안정적 세계 경제에 이바지…보호주의 대두로 위기론도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국익을 보고하기 위한 가장 현명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국제 협력을 통해서다. 그것은 공통 목표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헨리 모겐소 미국 재무장관, 1944년 7월 22일 브레튼 우즈 협정 폐막식 연설에서.

“우리 상품을 복제하고, 회사의 기술을 훔치고, 직업을 뺏어가는 다른 나라들의 만행으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보호해야 한다. 보호주의는 위대한 번영과 부강으로 이끌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2017년 1월 20일 취임사에서.

오늘날 세계 경제 질서의 틀을 마련한 브레튼 우즈 협정은 1944년 7월1~22일 미국 뉴햄프셔 주에서 75년 전에 개최됐다. 아직 2차 세계대전이 끝나지 않은 때였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 제국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었다. 이 때부터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세계은행]

오늘날 협정을 실현하기 위한 정신은 치열한 도전을 받고 있다. 하지만 1944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다.

75주년을 맞은 올해, 브레튼 우즈 체제 하에서 그동안의 공과를 점검해보고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경제 정책에서 브레튼 우즈는 국가 및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세계무역기구(WTO) 등과 같은 효과적인 국제기구 사이의 협력과 계약 의무를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이 세 기구보다 훨씬 더 많은 경제협력 기구가 있다. 세계은행을 모델로 탄생한 지역개발은행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이 투자한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과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2개의 비공식 국가 그룹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7개 선진국의 모임인 G7과, 2008년부터는 유럽연합(EU)과 주요 신흥경제국을 포함하는 G20이 그것이다.

브레튼 우즈 협정 이후의 경제 실적을 평가한다면, 그것은 성공이었다. 1950년 이후 인구는 3배 증가한 반면, 세계의 1인당 소득은 4배 증가했다. 그리고 1950~2017년 세계 무역 규모는 무려 39배나 늘었다.

빈곤도 눈에 띠게 줄었다. 세계 인구 중에서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이 1950년에는 75%에서 2015년에는 10%로 크게 줄었다. 세계의 불평등은 중국과 인도 같은 아시아의 신흥 경제국들 덕분에 지난 수 십 년 동안 크게 개선됐다. 게다가 세계경제는 20세기 전반기 보다 훨씬 더 안정됐다.

이러한 발전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미국의 닉슨 행정부가 달러의 금 연동제를 파기하자 1971년 고정 환율제가 붕괴됐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1970년대를 휩쓸었는데, 1980년대에 이를 진정시키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세계은행]

금융 자유화는 은행과 부채 충격을 안겨 주었고, 이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2007~2013년 세계와 유로존의 위기로 이어졌다. 강한 달러와 일본의 성공이 불러온 보호주의 바람은 1980년대 초기 미국에서부터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비차별 원칙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교역 시스템이 호혜무역협정의 형태로 변했다.

전반적으로 협력을 기초로 하는 브레튼 우즈 정신은 특별히 잘 작동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이 생겨났다. 아마 가장 중요한 변화는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이 서구와 미국에서 초강대국 중국으로 옮아갔다는 것이다. 기준에 따라서는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 경제국이다.

현재 브레튼 우즈 협정 체제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도전 : 보호주의의 부상

국가주의와 보호주의의 부상도 역시 중요한데, 그 결과 분열의 조짐이 전 세계 뿐만 아니라 서방 국가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사고와 보호주의에 대한 광신적 믿음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구축한 질서의 제도적 실천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고의 출현은 개방적 세계 경제의 사상과,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 및 제도에 대한 신뢰를 해치는 경제적 변화의 산물이다. 선진국이 안고 있는 공통된 불안 요인들은 비산업화, 불평등의 심화, 생산성 증가의 침체, 예상치 못한 금융 위기의 충격 등이다.

40년 전과는 달리 오늘날 세계 경제의 통합에 가장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은 신흥 개발국 국민이 아니라 선진국 국민이다.

◇국제 통화 관리

그러면 세계 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협력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그것은 통화와 재정 시스템을 잘 관리하고 WTO와 세계무역의 전망을 밝게 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패, 기후 변화, 빈곤 국가, 이민, 기술 등과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의 협력을 포함해야 한다.

오래된 숙제 중 하나는 세계 통화 제도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이다. 이것은 브레튼 우즈 협정에서 존 케인즈가 국제 통화를 제안했을 때 해결되지 않았다. 강력한 초국가적 국제통화는 아직 불가능한 채로 남아있다. 중국의 위안화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세계 통화 제도를 관리하는 것은 앞으로 큰 과제가 될 것이다.

◇국제적 재정 안정

또 다른 중요한 문제로는 재정 안정을 들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낙관적이다. G20 국가 개혁을 위한 급진적인 프로그램은 세계 금융 시스템을 더 안전하고, 단순하고, 공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시간이 좀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무역 제도

무역 제도의 미래는 매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무역 자유화는 중단됐고, 미국은 보호주의로 급선회했을 뿐만 아니라 WTO 정신을 위배했다. 게다가 미국은 WTO의 분쟁조정시스템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세계은행]

◇빈곤의 문제

극빈층의 40% 이상이 분쟁 지역이나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적인 이민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극심한 빈곤과 이민의 행렬을 없애려면 그러한 사실들이 국제적으로 공론화돼야 하고, 세계 난민의 84%를 차지하고 있는 빈곤 국가에 대해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경제 협력의 지속 가능성

오늘날 세계 경제에 대한 도전은 준동하는 국가주의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고립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적인 협력은 75년 전보다 더욱 중요하게 됐다. 그러나 그 협력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 관계는 항상 잔인한 정치 권력에 의존한다. 현재 세계는 지배적인 단일 강대국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이 주도하는 낡은 계층적 시스템은 더 이상 유용하지가 않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협력 시스템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경제 네트워크와 중국의 주도권이다. 경제 네트워크는 국가 간의 관계를 대체할 수 있고, 헤게모니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을 해체시킬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이 또 다른 헤게모니 국가로서 뿐만 아니라 세계네트워크의 지도국으로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이며, 환경적으로 찌든 세계에 충분한 질서와 협력을 부여하는 방법은 세계가 합의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협력만이 해결책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 우즈는 특정한 약속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제도화된 협력에 대한 믿음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그 믿음은 지난 75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여전히 생명력 있고 중요한 것으로 남아 있다.

제도는 확실히 발전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은 극복돼야 한다. 하지만 세계가 협력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지구촌의 진전은 지속되지 않을 수 있고, 우리가 직면한 도전도 극복되지 않은 수 있다.

모겐소는 맞았고, 트럼프는 틀렸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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