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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광대들:풍문조작단', 큰 재미보단 황당…아쉬운 팩션 사극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소문난 잔치였지만, 먹을 것이 별로 없다. 그야말로 아쉬운 팩션 사극이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 이하 '광대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손현주 분)에 발탁되어 세조(박희순 분)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들 뒤에 풍문조작단이 있었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 사극이다.

덕호(조진웅 분)을 필두로 한 광대패 5인방은 어느 날 조선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로부터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세조의 미담을 만들어내라는 명을 받는다. 이에 덕호와 무리들은 목숨을 걸고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놀라운 판을 짜기 시작한다. 설명하기 힘든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고, 이는 '발 없는 말 천리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백성들의 입을 통해 전국으로 퍼지게 된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광대들'은 1455년 7월부터 1468년 9월까지, 조선의 7대 임금인 세조의 재위 13년 3개월간의 국정 전반에 관한 역사를 기록한 세조실록 속에 등장한 40여건의 기이한 이적현상을 기반으로 한다.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뒤덮은 황색 구름과 향기로운 4가지 꽃비, 오대산에서 몸을 씻고 있던 세조의 등을 문질러 피부병을 낫게 해주었다는 문수보살, 금강산을 순행하던 세조 앞에 나타난 담무갈보살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여기에 야사로 전해지는 세조의 목숨을 구한 고양이, 세조의 가마가 지나가자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린 속리산의 소나무 이야기도 더해졌다. 영화는 이 같은 기이한 현상들을 광대패가 만들어내 민심을 조작한 것이라 말한다. 그야말로 사실에 상상을 더한, 팩션 사극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조 집권기 권력의 핵심인 한명회의 사주가 있었다는 가정을 내세워 흥미를 더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김주호 감독은 "실록 자체에 40여건 이상의 어마어마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록들이 있는데, 여기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모순이나 문제점, 현실 등을 반영한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끊임없이 충돌하는 권력자들의 욕망과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패의 모습, 이에 들썩이는 조선 팔도의 풍경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광대패들이 민심 조작을 위해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빠르게 전개가 되다 보니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의문만 남긴다. 특히 초반 등장하는 조명 장치나 지금의 러닝머신에 해당되는 뜀박틀이 등장할 때는 '저게 가능한가?'하는 물음표가 생긴다. 정확한 이해 과정이 없으니 극 전체가 허무맹랑해지는 느낌이 강하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극 분위기는 급격히 무거워진다. 권력욕에 취한 한명회의 정치 싸움과 이로 인해 각성하는 광대패들의 이야기는 초반의 유쾌한 분위기를 완전히 잊게 한다. 재기 발랄한 광대들의 코미디와 사극 정치 싸움이 제대로 섞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기에 빵빵 터지는 웃음과 재미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뾰족 귀와 사극에서 가장 긴 수염을 붙이고 한명회로 변신한 손현주는 영화의 무게를 꽉 잡아주며 '믿고 보는 배우' 진가를 발휘한다. 조진웅 역시 광대들의 리더로 활약하며 극적 재미를 끌어올린다. 박희순은 집권 말기 힘이 빠진 세조를 탁월하게 연기했으며, 최원영의 광기 어린 연기 역시 큰 여운을 남긴다. 이들 외에도 고창석, 윤박, 김슬기, 김민석은 풍문조작단 멤버로 맹활약하며 존재감을 뽐낸다.

21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 12세 관람가.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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