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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눈치보는 뷰티업계, '온라인몰' 두고 골머리


상생안 마련에도 가맹점 불만 여전…온·오프라인 가격차 조정 우선돼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들과 점포를 운영하는 가맹점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본사는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맹점주들이 문제 삼자, 이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상생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토니모리 등 일부 화장품 업체들은 온라인 공식몰 운영을 두고 가맹점주들이 반발하자 최근 각각의 상생안을 내놨다. 본사가 온라인몰을 통해 수익을 독점하면서 영업 지역을 사실상 침해하고 있다는 가맹점주들의 지적 때문이다.

(왼쪽부터)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 LG생활건강 '네이처컬렉션' [사진=각 사]
(왼쪽부터)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 LG생활건강 '네이처컬렉션' [사진=각 사]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가맹점주협의회와 온라인 공식몰 수익 일부를 나눠 갖는 상생협약에 대해 논의하고, 올 초부터 옴니채널 시너지 프로그램 일환으로 '마이숍'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고객이 공식몰에서 특정 가맹점을 '마이숍'으로 지정하면, 공식몰에서 제품 구매 시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본사가 해당 가맹점으로 이관하는 제도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본사가 상품 배송과 포장을 대행하고 이에 대한 비용과 플랫폼 운영비, 카드 수수료를 제외한 정산금을 매월 가맹점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가맹점에 지급하는 수익비율은 2014년 가맹점,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만든 상생협의체를 통해 정해진 것으로, 업계 마지노선까지 반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마이숍' 도입 후에도 가맹점주들과 마찰을 빚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제품을 모두 모아 판매하는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이 본사 앞에서 집단 행동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아모레 측은 도입 6개월 만에 등록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효과를 얻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점주들은 가져가는 수익이 턱없이 적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 가맹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본사 온라인 직영몰과 오픈마켓 입점을 통해 저가 공세를 펼치며 수익을 독점하고 있다"며 "공급가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산정해 가맹점의 경쟁력을 높이고, 점주들과 사전 합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투명한 정산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항의 집회를 한 이들은 소수의 가맹점주들로, 온라인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 때문에 가맹점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 것"이라며 "온라인 공식몰 운영을 통해 본사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거의 없는 상태로, 수익 배분도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에 본사가 직접 공식 판매에 나서면서 방문판매 카운셀러들과도 마찰을 빚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월 쿠팡에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프리메라, 마몽드, 라네즈, 한율 등 주력 제품의 공식 판매를 시작했으나, 쿠팡에서 정가보다 30%나 싸게 판매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제품을 정가에 판매했던 카운셀러들이 본사에 문제를 제기하자, 본사는 지난달부터 방판 비율이 높은 설화수, 헤라만 순차적으로 공급을 중단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이오페, 프리메라, 마몽드, 라네즈, 한율은 기존대로 본사에서 쿠팡에 납품하고 있다"며 "현재 판매되고 있는 설화수, 헤라는 본사가 아닌 개인 대리상이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모리도 가맹점주들이 계속 상생안을 요구하며 반발하자 이달부터 온라인몰 수익을 가맹점들과 나눌 수 있는 '픽스토어'를 도입키로 했다. 아모레퍼시픽 '마이숍'처럼 고객이 오프라인 단골 매장을 지정해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구입하면 수익 일부가 해당 매장에 배분되는 것으로, 본사는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매장용 태블릿 PC를 전액 부담할 예정이다. 다만, 본사와 가맹점의 수익배분율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상생안 마련을 위해 가맹점들과 논의 중에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온라인몰 매출 비중은 지난 1분기 기준 전체 약 5%로, 본사는 앞으로 가맹점의 고충 부담 및 손익 개선을 위해 다양한 상생 방안을 검토한 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리퍼블릭 관계자는 "멤버십 통합을 통한 '옴니채널' 구축과 온라인 전용 상품 출시 등 가맹점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 상생을 도모할 것"이라며 "차별화된 서비스와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위기를 돌파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온라인 쇼핑 서비스가 종료된 '더페이스샵' 공식 모바일 앱. 제품 문의와 인근 오프라인 매장 찾기만 가능하다. [사진=더페이스샵 모바일 앱 캡쳐]
지난 6월 온라인 쇼핑 서비스가 종료된 '더페이스샵' 공식 모바일 앱. 제품 문의와 인근 오프라인 매장 찾기만 가능하다. [사진=더페이스샵 모바일 앱 캡쳐]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온라인 직영몰 운영을 두고 가맹점들이 반발하자, 이를 폐쇄하는 초강수를 뒀다. 점주들이 매출 부진의 원인을 본사의 온라인 사업 강화로 꼽자, 갈등 요인을 없애기 위해서다. 앞서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은 여러 차례 집회를 열고 화장품 온라인 최저가 판매 등을 두고 집회를 벌인 바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커져 지난해 4월 오픈마켓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올해 6월부터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의 온라인 쇼핑몰을 폐쇄했다"며 "'VDL' 등 직영체제 브랜드의 온라인 몰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와 '잇츠스킨'을 운영하는 잇츠한불은 온라인몰 운영과 관련한 가맹점과의 상생안 마련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로드숍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가맹점 이탈이 많아져 전국에 직영점과 가맹점을 포함해 점포가 38개 밖에 되지 않는다"며 "가맹점 수가 적은 데다, 온라인몰에서의 판매액도 크지 않아 상생 이슈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본사의 상생안 마련보다 온·오프라인 간 가격차 조정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최저가'란 표현을 쓰며 비유통업자들이 비공식 루트로 빼돌려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헐값에 제품을 판매하며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등에서 다량의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개인 셀러 등이 후자에 속한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업체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고객들을 겨냥해 멀티채널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가맹점주들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태"라며 "본사의 무분별한 온라인 할인정책도 문제지만, 시장 질서를 흐리는 비유통업자의 위협이 더 큰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맹점주 입장에선 본사의 가격 정책도 무시한 채 상시 할인 중인 비유통업자가 더 문제"라며 "본사 차원에서 온라인에선 비유통 물량을 막고, 오프라인 매장에선 공급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판매 정책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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